우리 모두는, 각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말이다. 흔히 '썸' 단계에서 '연애' 단계로 넘어가야 할 즈음에 청천벽력같이 듣게 되거나, 연애를 이미 시작했는데 갑자기 준비가 안된 것 같다며 갑작스레 이별을 고하는 경우 등 상황은 천차만별이다. 나의 경우는 서로 좋은 감정으로 꽤나 진전이 되고 있던 사람으로부터, 그리고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호감이 생겨 더 알아가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던 찰나에 저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나도 안다. 이래나 저래나 저 말을 듣는 순간, 그 누구도 절대 쿨해질 수 없다는 것을.
'대체 무슨 X 같은 소리지?', '그래서 나랑 어떻게 하고 싶다는 거지?', '어제까지만 해도 안 그랬는데?'등 처음엔 머릿속으로 정말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특히나 상대가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확신한 상태였다면 더더욱 황당하기 그지없다. 나도 처음 저 말을 들었을 때는, 상대에게 그게 대체 무슨 뜻이냐며 꼬치꼬치 캐묻기도 했고 여전히 애매하게 대답하는 그가 너무 답답해서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도 보고 유튜브에 '연애할 준비가 안됐다는 남자' 등의 키워드로 검색까지 해봤었다.(윽) 실제로 찾아보면 관련해서 정말 많은 영상들이 쏟아져 나온다. 여러모로 종합해보면 크게 아래 4가지 경우로 나뉘는 것 같다.
그가 연애할 준비가 안된 이유
1. 본인이 처한 상황으로 인해 연애에 대한 마음의 여유가 '진짜로' 없는 경우
2. 상대에 대한 본인의 마음에 확신이 없는 경우
3. 상대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해 '거절'을 돌려서 이야기하는 경우
4. 연애의 '베네핏'은 취하고 싶지만 연애에 따르는 '책임'은 지고 싶지 않은 경우 (자매품 '난 지금이 좋아')
미리 실망스러운 이야기를 하자면, 나도 정답을 모른다. 그리고 남자가 저렇게 이야기한다고 해서 모두가 나쁜 놈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만큼 각자의 스토리, 개인의 감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도 정답을 간절히 원했었던 적이 있기 때문에 답답한 심정은 십분 이해하지만, 나는 어떤 정답을 콕 짚어내는 대신 이 말을 들었을 때의 일종의 대처법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우선, 이 3가지만 기억하자.
1. 우리가 잘못한 것은 없다. (있다 한들, 그게 결정적인 문제는 아닐 것이다.) 2. 이 상황에 대해 우리가 직접 나서서 바꿀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건 3. 그 남자의 개인적인 문제이다.
상황별 대처법
1번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나는 이 남자와 연애를 하고 싶다. 그리고 이 남자도 나와 같은 마음이라고 하지만 본인의 개인적인 상황 때문에 연애를 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한다. 이 경우는 안타깝지만 그저 서로의 '타이밍'이 맞지 않은 것이다. 그 남자와 충분히 대화를 해보고 그의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기다리든지 (이건 1번이라는 이유가 명확할 때) 나와 타이밍이 맞는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이 나의 소중한 시간을 아낄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다.
2번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 경우는 대부분 갑작스레 찾아온다. 꽤나 오랜 시간 동안 나와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본인의 마음을 잘 모르겠다며 연애할 준비가 안된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사실 상대의 심리적 미성숙함에 가깝다. 자기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본인이 모르겠다는데 뭐 어쩌겠나. 더욱이 타인인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나'라는 선택이 맞다고 애써 그를 설득하면 할수록, 더 멀어지는 그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본인의 마음을 확인하는 동안, 나는 내 삶을 살면 된다. 그러다 보면 알아서 결론이 난다. 답답하겠지만 오히려 이 때는 강단 있게 나가야 한다. '난 나에게 확신이 없다는 남자와 계속 만날 수 없다. 나는 그것보다 더 가치 있는 여자다.'라고.
3번의 경우는 사실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고 우리 스스로 지레 그럴 것이라고 결론을 내려버리거나 제삼자들이 옆에서 바람을 넣는 경우가 많다. 원래 남의 연애에는 모두가 척척박사다. '연애할 준비가 안된 게 아니라 '너랑' 할 준비가 안됐다는 거지.' 혹은 '그걸 다 이겨낼 만큼 너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이야.' 등의 뼈아픈 말을 듣게 되는데, 사실 그렇게 극단적으로 생각하면서 내 마음에 생채기를 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어쩌면 더 마음이 깊어지기 전에 솔직하게 이야기해준 것이 다행이지 않을까? 정신승리라 해도 어쩔 수 없다. 팩트는 그는 나를 그의 인생에서 선택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는 것. 이건 마지막에 한 번 더 언급하겠다.
4번의 경우가 2번에서 좀 더 발전한 경우로 볼 수 있는데, 이건 그냥 바로 끊어내는 것이 답이다. 사실은 그 어떤 책임도 지고 싶지 않은 것이면서, 연애를 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허울 좋은 말로 '나'라는 혜택을 공짜로 누리고 있는 무임승차자 같은 사람이다. 대처법은 2번과 유사하다. 나는, 서로에게 책임감(Responsibility)을 갖고 헌신(Commitment)하는 연애를 할 가치가 있는 사람임을 확실히 이야기해야 한다. 나의 연인만 누릴 수 있는 베네핏들을 아무것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남자에게 이끌려 순순히 제공하지 말자. 단순히 밀당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나의 바운더리를 명확하게 알려주라는 것이다.
이미 패턴을 파악했겠지만, 4가지 경우 모두 나의 문제가 아닌 상대의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거의 나 포함) 나에게서 문제를 찾으며 고통스러워한다.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과하게 애쓰면서 많은 시간을 그의 마음을 추측하는 데 허비한다. 감정적으로도 굉장히 소모적이다. 우리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위의 4가지 경우도 수많은 추측들 중에 하나일 뿐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우리가 잘못한 것은 없고, 그 남자의 개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나서서 바꿀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기억하자.
나의 경험
나는 저 말을 살면서 2번 들어봤는데, 첫 번째 경우는 2번 예시였다. 갑자기 본인이 연애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고 하면서도 나와 지속적으로 모호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그의 애매한 태도에 굉장히 마음고생을 했다. (위에서 하지 말라고 했던 모든 행동들이 사실은 다 내가 했던 행동들이다. 그래서 그게 얼마나 무의미한 지 알고 있다.) 결국 난 마지막에 그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 나에 대한 마음이 확실하지 않다는 것에 대해 이해한다.(사실 이해 못 함) 그렇지만 난, 내 소중한 시간을 너의 내적 갈등을 함께 해결하는 데 쓰고 싶지 않다. 우리 각자 시간을 가지면서 난 원래대로 내 삶을 살아갈 테니, 너는 네 마음에 대해 충분히 고민을 해봐라. 그러다 네 마음에 확실한 결론이 나게 되면 그때 다시 이야기하자. "
내 강경한 반응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주절주절 변명을 늘어놓던 그는 이후에도 지지부진한 태도를 보이며 결국 나에게 차단을 당했다.
두 번째 경우는, 사실 나도 명확하게 그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이였지만, 짧게나마 내가 판단한 그의 인성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진짜 1번이거나 아니면 3번인 것 같다. 그래도 한 번 호되게 당했던 첫 번째 경험이 자양분이 되어서 그런지, 그 말을 들었을 때 서로를 알아갈 기회마저 사라졌다는 것이 아쉬웠을 뿐 큰 타격 없이 훌훌 털어낼 수 있었다. 이유야 어찌 됐건 우리 둘의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것, 그리고 그에 인생에 있어서 '나'라는 옵션은 는 그의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던 것이다.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의 앞날을 응원하기로 했다.
결국은 그가 내린 최선의 선택
우리 모두는 각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한다. 선택을 하면서 타인보다는 '나'를 최우선으로 두게 되는데 그건 이기적이어서가 아니라 너무나도 당연한 세상의 이치 같은 것이다. 누구나 내가 하는 모든 선택이 정답임을 바라기 때문에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남을 배려해 선택을 하는 경우는 없다. 그러니 '연애할 준비가 안되었다'는 그의 말에 괘씸해하거나 억울하지 않아도 된다. 본인의 선택지에서, 나라는 사람을 연애 대상으로서 '제외' 하거나 '보류' 시키는 것도 결국 그가 본인을 위해 내린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물론 나의 마음과 그의 마음이 같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한 것이다. 답답하고 속상하겠지만, 그의 선택에 좌지우지되기보다는, 나도 나 자신을 위해 그를 '존중하는 선택'을 하는 편이 현명하다.
어쩌면 애매한 마음으로 나와 계속 만나서 나를 기만하는 것보다는, 적어도 본인의 마음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어 소중한 나의 감정과 시간을 아낄 수 있게 되었으니 장기적으로는 더 좋은 것이 아닐까? 그러니 더 이상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의 선택을 응원해주자.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는 선물 같은 기회이지 '제외'나 보류' 옵션이 아니다. 그러니 나라는 베스트 옵션을 끝내 선택하지 못한 그들에게 마음속으로 위로를 보내자. Let him go, you deserve much b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