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쓰이고 쉽게 읽히고 쉽게 잊히는

 쉽게 쓴 글을 남들에게 내보이고 싶지 않다. 깊은 사유를 깨끗한 그릇에 정갈하게 담아 보여주고 싶다. 때문에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게 된다. 이제는 그런 강박과 무게감속에서 작별하려 한다.

 글을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건 나 자신밖에 없다는 걸 안다. 내가 나한테 부끄럽고 당당하지 못해 가볍고 얄팍한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싫어함을 안다. 그러니 그냥 나 혼자 부끄럽고 말자.

 보이지조차 않는 깊음을 추구하며 단단한 바닥을 찾고 헤매다가는 더 이상 아무것도 쓰지 못할까 봐 두렵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쉽게 쓰고 쉽게 읽히고 쉽게 잊히는 글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미쳤다, 가볍게 키보드를 두드리며 가벼운 생각들은 가볍게 흩날려 써본다. 그리고 동시에 잊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