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너무 과하게 걱정하고 계시네요."
입에서 내뱉는 동시에 후회를 삼킨다.
엎질러진 말을 허겁지겁 주워 담으려 부단히 애쓰는 와중에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닫는다.
과하게 반복적으로 걱정한다는 건, 그 무언가를 그만큼 소중히 하고 아낀다는 것임을 알았지만
지나치게 걱정하는 당신이 걱정돼서 반사적으로 나온 말이었다.
안다.
그저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 정도는.
그 말을 뱉은 순간이 되려 나의 걱정거리가 되어 약 올리듯 머릿속을 두둥실 떠다닌다.
당신의 걱정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치부하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다.
나도 당신이 내게 상처를 줄 생각이 아니었음을 안다.
그럼에도 상처를 안겨줬다.
그럼에도 상처를 받았다.
"미안해"
ㅡ
말에는 마음이 온전히 담기지 않나 보다.
샛노랗게 칠해 뱉은 말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으면 탁해지기도 하나 보다.
이미 탁해진 것에 아무리 색을 더해봤자 더욱 짙어질 뿐이었다.
시간이 지나 옅어지기만을 하릴없이 기다렸다.
그제야 미안하다는 말은 내 죄책감을 게워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말을 뱉은 순간을 시작으로 당신의 상처가 옅어질 때까지 묵묵히 아파하겠다는 약속임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