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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호찐빵 Oct 20. 2020

예측과 대응

“내일 일 안 간다.”     


아빠의 한마디에 예전처럼 마음이 쿵 내려앉지 않는 걸 보니 습관이 들었나보다. 상상의 나래를 펼쳐 바닥까지 찍는 부정적 생각을 막고, 지금에 집중해 대응하기.     


나에게든 가족에게든 무슨 일이 생기면 바닥까지 생각했다. 최악의 최악까지 생각해보면 죽거나 살거나 뿐이라 결국 살게 된다. 그렇게 버티면 되는 줄 알았는데 상상에도 에너지가 들었다. 예전에는 곧잘 좋은 생각만 뭉게구름을 피워냈는데 이제는 무슨 일이 생기면 최악부터 떠올린다.      


일용직인 아빠가 일을 못 나간다는 건 수입이 없어진다는 뜻이다. 우리 집 수입의 절반가량이 사라지는 거라 우리 집 망하고, 난 가족들 책임지다 단명한다.가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수입이 늘지 않는 회사를 떠올리며 서른이 코앞인데 급여도, 복지도 열악한 이런 직장만 전전하다 마흔에도 가난하게 사는 게 또 다른 상상이었다.     


이렇게 최악만 상상하다보니 일상이 최악이 됐다. 상상은 이럴 때만 현실이 되는 건가 싶어 마음만 더 힘들어졌다. 곧 물에 잠길 것 같은 일상을 벗어나려고 인간관계를 끊다시피 했다. 대신 「해빙」 책을 다시 읽었다. 지금 당장 내게 있는 것에 감사하는 법을 연습했다. 


급여는 열악하지만 내일 출근할 곳이 있고, 고정적 수입이 있음에 감사했다. 콩알만큼 작은 재산뿐이지만 빚 없이 살고 있어 감사했고, 예민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준 무수한 인연에 감사했다.     


그렇게 당장 가지고 있는 것, 내게 다가온 상황을 감사하며 주식공부를 했다. 이상도 최악도 아닌 현실에 발붙이는데 주식만큼 좋은 것도 없다. 책 읽을 때, 운동 할 때도 드는 잡생각이 주식 할 때는 안 드는 걸 보면 돈이 이렇게나 무섭다. 일하고, 공부하고. 무난하고 조용한 일상을 보내면서 떠돌아다니던 말의 뜻을 깨달았다. 


언제 올라갈래 내 수익률아....!


주식을 한다면 심심찮게 들었을 말이 이제야 마음까지 들어와 이해의 영역에 박혔다. 인간은 예측할 수 없다.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나. 그저 대응할 뿐이라는 말.     


똑똑한 투자자들은 모르겠고, 한낱 개미인 나는 예측으로 상상의 나래를 펴는 걸 그만두기로 했다. 그저, 다가오는 매 상황마다 최선을 다해 대응하기로 했다. 언제나처럼 위기의 순간은 지나가고 위기가 곧 기회였구나. 깨닫는 일의 반복이 계속될 것임을 알기에.      


나의 위기도, 우리 가족의 위기도, 내 주식도 무수한 오르내림을 겪어야 할 테니 대응하기 위해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 참이다. 


무너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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