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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호찐빵 Nov 12. 2020

소중한 사람들이 다 부자가 되면 좋겠다.

주고받는 관계에 대하여.

몇 달 전 생일, 전 직장 신입이가(내 자리에 온 후임) 선물을 보냈다. 카톡창을 여니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 인형 쿠션이 떡하니 띄워진다. 이제는 곧잘 선물을 받고 ‘고맙습니다!’를 외친다. 요즘, 기브 앤 테이크에 기꺼이 응한다.


학생일 때는 어떻게 인간관계에서 주고받는 걸 생각해? 사람이 계산기야?라는 마음으로 살았다. 내가 주는 게 얼마, 받는 게 얼마 같은 계산은 할 필요도 없었다.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 생일도 챙기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아는 사이만 돼도 카드를 썼다. 


백수 시절+신입시절에는 내가 받은 만큼 줄 수 없어서 기브 앤 테이크가 너무 싫었다. 퇴사한 강사 선생님은 자주 선물을 건네던 분이었다. 제대로 된 밥을 사드리고 싶었는데 너무 적은 월급으로는 그럴듯한 식사대접을 할 수 없었다. 퇴사 통보를 하러 회사에 온 날 속상해서 말했다. 


"쌤 밥 사드려야 하는데. 제가 얻어먹은 게 많아서 어떡해요." 

"내가 쌤 부모님 뻘인데 당연하지. 오히려 내가 밥 못 사줘서 아쉽다."


전 직장 실장 언니도 그랬다. 나는 고작 음료 두 잔을 사는 게 다인데, 매번 맛있는 밥을 사주셔서 월급날 내가 밥을 사고도 미안함이 쌓였다.



얻어먹은 밥과 받은 선물이 도대체 얼마더라. 다 갚을 수는 있을까. 돈 없을 때 밥 사 주는 사람이 생긴다는 건 고맙기보단 부담스러움이 컸다. 오랜 사회생활로 돈에서 여유로운 이들의 생활수준은 피자에 몇 천 원짜리 토핑을 얹느냐 마느냐를 고민하는 내 수준과 너무 먼 거리에 있었다. 


나는 상대방이 내게 해주는 수준에 맞출 수 없는데, 왜 자꾸 밥을 사주는 걸까. 쓸쓸해지게. 


만나면 즐거운 친구가 고마운 사람이 되어버리는 순간, 나는 멀어진 거리를 실감한다. 채 거절하기도 전에 떨어지는 무수한 고마움을 막으려 괜찮아요. 를 버릇처럼 내뱉기도 했다.


조금은 여유가 생긴 지금, 선물을 줘도 되는지 밥을 사도 괜찮을지 한참 고민한다. 보면 안다. 주고받음에 따뜻한 감정이 스미는지, 부담스러운 무게감이 실리는지. 밥 잘 사 주는 고마운 사람이 되기보다 힘들 때 이야기 들어주는 친구로 남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이 앞선다. 


그래서 요즘 매일같이 바란다. 내 소중한 사람들이 다 부자가 되면 좋겠다. 


괜찮은 식당에서 사주는 밥이 부담스럽지 않고 식사시간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내가 주는 선물이 그저 반가웠으면 한다. 무수한 인연을 마주하는 인생에서 주고받음이 무겁고 부담스럽기만 한 게 아니라 기분 좋은 반가움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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