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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호찐빵 Nov 30. 2020

가난하면서 좋은 어르신은 없다.

노후준비는 일찍부터 하자!

직업훈련을 받는 사람은 두 부류로 나뉜다. 돈 있는 사람, 돈 없는 사람. 


차이는 점심시간에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돈 있는 사람은 점심 먹으러 나가고, 돈 없는 사람은 매 끼를 컵라면으로 해결한다. 돈 있는데 아끼겠다고 컵라면 먹는 사람도 있기야 하겠지만. 대다수는 사 먹을 돈이 없어서 컵라면으로 해결한다. 우리 회사는 직종 특성상 ‘어르신’ 호칭이 어색하지 않은 연령대가 많다. 회사에서 나는 빈곤한 중, 장년층의 현실을 마주한다. 

     

딱 한번. 연금이 넉넉한 사람, 사업으로 부를 이뤄놓은 사람, 미리 노후자금을 잘 모은 사람만 모인 반이 있었다. 부자는 아니어도 노후가 여유롭다는 공통점을 가졌는데 성격까지 좋으셨다. 작은 것 하나에 연연하지 않고 너그러운 반. 내 작은 도움 하나에도 고맙다며 음료나 작은 선물을 건넬 만큼 감사에 익숙했고, 본인보다 나이 어린 강사가 오더라도 존중해주셨다.      


반면, 가지지 못한 어르신. 가난한 어르신들은 수당 하나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수업 들으러 온 훈련생이라는 신분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요구사항이 많았고, 강사에게 혹은 대표에게 뭐라도 얻어먹으려 들었다. ‘블랙은 없길래 집에 있는 거 갖다 놨어요.’ 라며 같이 먹는 게 여유로운 이들이었다면, ‘믹스가 있으면 블랙도 있어야지! 사다 놓지?’가 없는 자들이었다.      


나는 있는 것들이 더하다는 말 보다 가지지 못한 자들이 진짜 무섭다고 느꼈다. 


가난한데, 성품 좋은 어르신이 되기는 어렵다. 


가진 게 없기에 요구사항은 계속 늘어나고, 없으면 없을수록 여유보다 분노와 절망이 자리한다.   

원본 출처-통계청 , 기사출처-한겨레 2020.09.28자 기사


고령층 빈곤율이 43%에 달하는 나라에서 나는 저렇게 안 될 거라는 생각만 있다면, 자만이다. 반년 가까이 직업훈련을 받기 때문에 어르신들의 인생 이야기를 듣게 된다. 들어보면 이들이 게을러서 가난해진 게 아니다.


자식 뒷바라지 한 대가로 본인 노후가 없어져 버린 경우도 많고, 나이가 들어서도 일하면 될 거라는 자신감만 갖고 몸은 늙어버린 사람도 많다. 저마다 사연은 다양했고, 공통점은 어떻게든 될 거라는 막연함으로 준비 없는 노후를 맞이했다는 사실이다. 


20대 때는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해도 바쁜가 보다, 야근인가 보다 하지만 예순이 넘은 나이에 편의점에서 컵라면 먹고 있으면 안쓰러워 보일 뿐이다. 


젊어서는 청춘이라는 변명이라도 통하지 나이 들어서 돈 없는 건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알맞은 제도와 정책이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완벽하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 같다. 고령화 사회를 처음 맞이하는 거니까. 어르신들에게 알맞은 제도적 장치가 잘 작동해주기를 바라야 하고, 젊은 세대는 알아서 준비해 가야 한다. 


노후준비는 잘 벌 때, 내 노동력이 곧 돈이 될 수 있을 때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시간 속에 존재하는 복리가 노후에 ‘가난’이라는 단어를 마주하지 않도록 도와줄 테니. 복리가 얼마나 무서운데. 무려 8대 불가사의에 들어간다. 50%, 100% 수익이 아니라 예금이자보다 조금 더 수익을 올린다면 노후에 미소 정도는 지을 수 있다.


나 역시 직업훈련을 통해 많은 어르신을 마주하면서 노후 자금을 주식에 넣기 시작했다. 요구사항과 돈 없다는 말 대신 고군분투하는 20대에게 맛있는 밥 한 끼 사줄 수 있는 할머니가 될 예정이다. 도시락만 싸다니는 내게 기꺼이 밥을 사주며 인생의 여유를 알려주던 몇몇 어르신의 은혜를 갚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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