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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추나무집손녀 Jun 26. 2021

돌아가고 싶은 날들이 있어

이누이 루카 <그날로 돌아가고 싶어>

지나간 일을 되짚고 후회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이미 아무리 생각하고, 떠올려봐도 다시는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

그래서 더 아련하고 찡한, 그 무엇이 남는다.

나에게 돌아가고 싶은 그날들이 있다. 



나 조차도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날은 고집스럽게도 꼭 보고 싶은 책이 있어,  늘 가던 동네 도서관에서 나와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구립도서관으로 막무가내 발걸음을 옮겼으니까.


읽고 싶었던 책은 단 한 권, 뭔가 여기까지 왔는데 1권만 달랑 빌려가는 게 아까워 그 주위를 서성이다 제목만으로 이끌려 읽게 된 책.


이누이 루카의 <그날로 돌아가고 싶어>


친구였던 아이들에게 은근한 괴롭힘을 당하게 된 소년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책은 짧은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고 싶은 것도 현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동물원의 사육사 아저씨와의 만남으로 한 소년의 인생이 결정되고, 사고를 당한 소년이 품이 넓은 아주머니를 우연히 길에서 만나면서 각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일상적이고 따뜻하며, 조금은 슬프지만 행복하기도 한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행동과 언어에서 느껴지는 씁쓸함이 왜 나에게 그렇게 깊게 파고들던지. 


주인공들은 모두 '시간'에 연관되어 있고, 잊지 못할 인생의 '그날'을 가지고 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줄 그날, 인생 최고의 유쾌했던 기억, 소중한 사람과의 마지막.... 같은.


나는 그리고 우리는 어떤 '그날'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고 있는 걸까.

'그날'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그 순간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혹시나 누군가 나는 내 인생 절대 못 잊는 '그날'이 와도 같은 선택을 하겠다!라고 자신 있게 대답한다면 

글쎄... 정말 부러울 것만 같다만. 

사실 '그날'이란 것은 과거에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후회스럽고, 다신 돌아갈 수 없는 현실 불가능한 바람이기 때문에 더 가슴 저리고 아픈 것일 테니까, 그런 당찬 대답을 한 사람은 자신의 인생에 후회 없는 정말 강한 사람(멋진 사람이자 본받아야 할 사람이 아닐 수 없을 듯) 혹은 아무런 풍파 없이 세상을 쉽게 살아온 사람(도련님, 아가씨, 금수저 등) 둘 중의 하나... 는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앞으로 남은 내 인생에서 과거가 아닌 앞으로의 내 미래에 나는 '그날'이라고 할 만한 후회를 또 남기게 될까.  아마도 또 다른 '그날'의 순간들은 돌아올 것이다. 

내일의 나는 내가 겪어보지 못한 또 다른 나.

오늘의 나도 어제의 내가 예측할 수 없었는데....

(어휴 순간 좀 오싹했다. 예상치 못한 내일을 또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어린 날의 내가 많진 않지만 떠올리면 이 것은 '그날'일 것이다라는 후회를 남겼듯, 지금보다 한 살 한 살 먹어갈 나는 분명 또 다른 '그날'을 만들고, 만나겠지.


하지만 '그날'이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그리고 잠깐의 방황을 거치고 아직도 조금은 우울하고 슬픈 지금의 나의 '그날'들의 반복은 아닐 수 있길.

 

이 책의 마지막 이야기 <밤 산책>처럼, '역시 살아있길 잘했다고 생각할 그날'이 되어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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