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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루클린 시너 Jan 20. 2023

토끼해 국제정세는 어떻게 될까 1

미중갈등: 예정된 미래에 대한 우울

   

미중갈등: 예정된 미래에 대한 우울

공격적 현실주의이론의 대가인 존 미어샤이머는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에서 중국은 평화적으로 부상할 수 없다(China cannot rise peacefully)고 단언한다. 이 때문에 미국이 선제적으로 중국의 부상을 막아야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국제질서에 있어 전세계적 관심은 과연 미중갈등 양상이 그레이엄 엘리슨이 [예정된 전쟁]에서 예견한대로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져 결국 무력 충돌같은 물리적 대결로 귀결될지, 아니면 물리적 패권 다툼까지 악화되진 않더라도 날선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될지 여부였다. 양국이 사이좋게 협업하는 평화적 공존은 이미 선택지에서 지워졌다.

특히 미국은 트럼프에서 바이든 정부로 넘어온 이후 대중국 전략이 더 분명하게 압박 기조를 유지하고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결국 예정된 우울한 미래로 가는게 아닌지 걱정이 드는 대목이다.     


지난해 국제정치적으로 가장 큰 이슈를 꼽으라면(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제외하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미중정상회담이 거론될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은 2021년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화상 정상회담을 한 적은 있지만, 직접 얼굴을 맞대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G2의 리더가 직접 만나는 건 미중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어 세계적 주목을 끌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난해를 관통하는 국제질서의 중요한 변수이자 게임 체인저였지만, 지구전 양상으로 전환하면서 그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고 보인다.

결국 미중갈등구조의 심화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만든 신냉전 구도는 기존 국제정치질서에선 좀처럼 보기힘든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미중 정상, 8초간 웃고 3시간 설전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1월14일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대면 정상회담을 열었다.

결론적으로 두 사람의 만남은 미중패권 갈등의 방향을 틀지도 못했고, 그 속도를 늦추지도 못했다고 보인다. 두 사람은 8초간 웃으며 악수한 뒤 곧바로 3시간 가까이 면전에서 설전을 주고받은 걸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계속해서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두사람은 경제, 대만문제, 북핵 이슈, 인권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견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하나의 중국' 정책은 불변이라며,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한 당사자에 의한 어떠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대만을 향한 중국의 강압적이고 점점 더 공격적인 행위에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이 같은 행동은 대만해협과 더 광범위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고 세계 번영을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백악관은 회담이후 “양 정상은 다양한 이슈에 대해 각자의 우선순위와 의도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공식 브리핑에서 “솔직하게 대화했다”는 표현은 주로 각자의 입장을 완강하게 이야기하고, 공통의 협의가 적었다는걸 의미한다고 판단된다.


그나마 성과라면, 양국은 추후에도 협의를 이어가기로 하면서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강행과 중국의 무력시위로 급격히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가 표면적으로는 다소 완화됐다는 점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핵전쟁에 대한 우려의 공감대 정도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미중 정상은 얼굴을 붉히지 않았을뿐, 서로 할말은 다 한 셈이다. 현재의 미중갈등 양상이 보이는 것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재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동시에 두사람의 만남 이전부터 심화되던 갈등 양상이 되돌릴 수 없음을 분명하게 공표하는 자리였다고 판단된다.   

   

미국, 전쟁 벌인 러시아보다 “중국이 유일 경쟁자”  

미중갈등 구도는 바이든-시진핑 대면 정상회담 이전부터 심화되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대해 명확히 개념 규정을 한건 지난 10월 12일 공개한 48페이지 분량의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이다.

미국은 각 행정부마다 대외 전략 방침을 집대성한 NSS를 발표하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미뤄졌다가 지난 10월에야 공개가 됐다.

바이든 정권은 NSS에서 중국을 ‘경쟁적’(Out-Competing)이며 ‘유일 경쟁자’(the only competitor)로 규정했다.

즉 “국제질서를 다시 형성할 수 있는 경제, 외교, 군사, 기술적인 능력과 함께 그럴 의도도 가진 유일한 경쟁자”라며 “효율적인 경쟁을 통해 중국을 경쟁에서 능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 위협까지 마다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제약을 둬야하는’(Constraining) 수준일뿐, 중국과 같은 능력은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수정주의 패권국’(revisionist power)으로 묘사한지 5년만에 위협의 강도가 급상승한 것이다. 사실상 주적 개념을 공식화한 걸로 봐도 무방하다고 판단된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NSS 서문에서 “이번 NSS는 미국이 앞으로 결정적 순간이 될 10년간 미국의 핵심 이익을 어떻게 진전시키고, 지정학적 경쟁자를 능가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를 보여준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 세계의 국가들은 다시한번 미국에 반대해 베팅하는 것이
좋은 베팅이 아니라는 것을 보고 있다.
Around the world, nations are seeing once again why it’s never a good bet to bet against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NSS p.2)



바이든 대통령은 이 발언을 여러차례 했는데, 사실상 ‘아메리카 퍼스트’를 뜻하는 바이든 식 표현이 됐다. 바이든 대통령이야말로 트럼프보다 더 ‘아메리카 퍼스트’ 원칙에 충실한 정치인이며, 이 때문에 미중갈등 구도는 양보대신 경쟁의 과정으로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미중 갈등의 초크포인트 ‘대만 갈등’

지난해 미중갈등 양상이 가장 첨예하게 드러난 분야는 의외로 경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전통적 안보 이슈인 대만 문제였다.  11월 미중정상회담에서, 두사람이 가장 치열하게 부딪힌 이슈도 바로 대만 문제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후 ‘하나의 중국 정책’에 변화가 없다면서도 “일방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진핑 주석은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이며 중미 관계에서 넘으면 안 되는 첫번째 레드라인”이라고 천명했다.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에서 “불장난하면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는 격한 표현까지 동원했던 것에 비춰, 수위는 다소 누그러졌지만, 대만 이슈의 민감성을 재확인하는 자리임에는 충분했다. 그 이유는 올해 하반기부터 양국간 대만 리스크가 고조됐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초부터 대만과 통일을 이루기 위해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바이든 대통령도 중국이 대만을 무력 침공할 경우 군사적으로 방어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미국은 1979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한 이래 43년간 대만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 정책을 유지했다. 즉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과 현실적 외교관계는 유지하지만, 대만 위기시 직접적인 군사 개입 가능성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않고 모호한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들어 전략적 모호성 정책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미군의 개입 여부는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는 태도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바이든 대통령의 대만 방어 관련 언급은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5월 미일 정상회담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공격하면 대만을 방어하겠냐’는 질문에 “그것이 우리가 한 약속”이라고 말했다.

9월 18일 미 CBS방송 인터뷰에서도 같은 질문에 “그렇다. 실제 전례 없는 공격이 가해진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대통령이 전략적 모호성 정책과 달리 대만 개입에 대해 분명하고 명시적으로 여러 차례 언급하는건 사실상 전례가 없었다.

처음 대만 방어 언급을 했을 때만 해도 ‘전략적 모호성’ 개념을 숙지하지 못해 실언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지만, 발언 논란이 반복되는 상황에도 같은 발언이 계속 이어진건 ‘실수’를 가장한 ‘의도적 언급’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바이든 정부는 올 하반기들어 대만에 대한 지원을 중국 보란 듯이 늘리고 있다. 미 하원은 12월 8일 2023년도 안보국방예산을 담은 국방수권법(NDAA)을 처리하며 5년간 대만에 100억 달러를 매년 최대 20억 달러 씩 융자 형식으로 지원, 미국산 무기 구입에 사용하도록 했다. 아울러, 2024년 세계 최대 규모 다국적 연합 해상훈련(림팩)에 대만을 참여시키기로 했고, 중국 침공에 대비한 계획도 연도별로 수립하도록 했다.

     

결국 토끼해인 올해역시 지난해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걸로 보인다. 미어샤이머와 엘리슨의 우울한 전망이 조금 더 현실로 걸어 나와 한낮의 햇빛을 조금 더 가리는 해가 될걸로 보인다.       


[참고문헌]

조슬기나ㆍ김현정. “‘8초 악수, 3시간 대화’ 바이든-시진핑의 미소…“발표문은 달랐다””.  『아시아경제』(2022년 11월15일)

NSS(https://www.whitehouse.gov/wp-content/uploads/2022/11/ 8-November-Combined-PDF-for-Upload.pdf)

유지혜. “美반대는 어리석은 베팅?…9년전 朴대화에 바이든 ‘답’ 있다”. 『중앙일보』(2022년5월22일)

김기용. “바이든 “中, 대만 침공땐 미군 투입”…전략적 모호성 중대변화”. 『동아일보』(2022년9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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