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에밀리

에밀리 /올제



에밀리는 원래 수다쟁이였다 한 번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이 없다


있잖아, 우리 부서 부장이 말이야. 있잖아, 옆 부서의 김대리는 말이야. 있잖아, 우리 앞집 아줌마가 말이야. 있잖아, 울 시어머니는 말이야. 있잖아, 내 친구 리안은 말이야.

에밀리의 모든 문장은 ‘있잖아’로 시작해서 ‘말이야’로 끝난다


오랜만에 에밀리를 만났다 함께 걸었다 밥을 먹었다 차를 마시고 마침내 헤어져 집으로 돌아왔다 뜨거운 물을 틀어놓고 온몸을 씻으며 생각한다


-오늘 나는 누구를 만난 것일까?


에밀리의 부장과 옆 부서의 김대리와 에밀리의 앞집 아줌마와 에밀리의 시어머니와 에밀리의 친구 리안과 오랜 시간 안주도 없는 소주를 마시고 왔습니다


-30년간 나의 친구인 에밀리는 누구일까요?


에밀리의 수다에는 여전히 에밀리가 없습니다


에밀리에게 ‘네 얘기를 하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며 친구의 의무에 대해 혼자서 생각한다


그녀와 헤어진 후 심장이 뜨겁지 않은 것은 우리 집 욕실의 수압이 약한 탓입니다




#대화 #주제 #친구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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