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가을이 왔고 나는, /올제
그만 생각이 벅차서 박차고 나갈게 황금색은 위험해
풀무치를 쓰고 방아깨비와 메뚜기를 온몸에 덕지덕지 입어 봐 당분간 고개를 숙이지 마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처럼 네 뺨을 때려서라도 얼굴에 생기가 돌게 해
널 베러 왔는데 고개를 숙이지 않은 모습에 소리소리 지르다가 자기 손목을 베고 엉엉 울다가 마침내 가을을 놓치거나 버리고선 돌아서버리는 게 사람들이야
참새들이 올 거야 새들의 언어를 배우는 걸 추천해 쌀알을 쪼으려 왔다가 네 말을 알아들으면 갑자기 공감 장치가 작동할지도 몰라 참새가 생각을 배워버려서 먹을 기회를 놓치거나 놓아버릴 거야 고개를 떨구고 뚜벅뚜벅 걸어갈 거야
여기서 나는 평생 양팔 벌려 너를 지키고 있었지 눈을 부릅떠서 눈이 부르르 떨려 부르르 심장이 타들어가 부르르,
밤새 꿈을 꾸었어
갑자기 나는 나를 기억해
태어나 보려고 해 살아서 꾸는 꿈이 궁금해졌어 땅속 깊이 박힌 내 발을 뽑아서 나는 이제 가을을 떠날게 가을이 왔으므로
고개를 뒤로 젖히고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를 불러 봐. 가급적 높은 데시벨이 좋아 혼자서 할 수 있지 해야만 해
모두가 들판을 떠나면 마침내 고개를 숙여봐
고개를 푹푹 숙여봐
하늘에서 가을햇살이 폭폭 내릴 거야
어서 고개를 들어 가장 뻣뻣하게 너무 도도하게
아직은 전봇대처럼,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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