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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넷코리아 Oct 11. 2016

쌓아놓은 레코드판, 이젠 들고 다니며 즐긴다

턴테이블과 디지털 레코더 합친 소니 PS-HX500

1990년대 초반까지 대표적인 음악 저장 매체로 꼽혔던 레코드판. 찾아보기 쉽지 않다.

해외에서는 흔히 ‘바이닐’이라고 불리는 레코드판은 지름이 최대 30cm인 폴리염화비닐 판에 소리를 새긴 다음 전용 재생 장치인 턴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듣는 아날로그 방식 저장장치다. 1990년대 이후 CD가 보급되기 전만 해도 카세트 테이프와 함께 양대 저장장치로 꼽혔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커다란 레코드판과 ‘전축’을 갖춘 가정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레코드판은 CD에 그 자리를 내주게 된다. 보관 상태에 따라 소리가 나빠지게 된다는 점, 그리고 턴테이블의 관리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레코드판의 딜레마 “기사 회생은 좋으나⋯”  


이렇게 사라진 레코드판이 2011년 이후 전세계적으로 다시금 빛을 보기 시작했다. 영국의 레코드판 시장은 2006년에 바닥을 친 이후 8년만에 네 배 이상 성장해 ‘성공적인 부활’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2010년 이후 일부 중견가수가 CD나 디지털 음원과 함께 레코드판으로 신곡을 냈고 급기야는 레코드판 공장이 다시 생기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레코드판에는 하나의 딜레마가 있다. 레코드판과 턴테이블, 그리고 턴테이블에서 나오는 소리를 증폭해 주는 앰프까지 있어야 한다. 게다가 저장 매체인 레코드판도 거대하다. 스마트폰 등 재생 기기와 이어폰·헤드폰, 음원만 준비하면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디지털 음악에 비하면 번거롭고 복잡하다.  

국내에도 레코드판 음원이 심심찮게 출시되고 있다.

LP 레코드판을 무손실 음원으로⋯  


11일 소니코리아가 국내 출시한 턴테이블, PS-HX500은 이런 딜레마로 고민하는 레코드 마니아들을 위한 제품이다. LP 레코드판을 재생하는 아날로그 기기와 이를 디지털 음원으로 변환해 주는 PCM/DSD 컨버터를 내장했다.             

                           

USB 케이블로 윈도우 PC나 맥과 연결한 다음 전용 앱인 하이레스 오디오 레코더를 실행하면 본체에서 재생한 LP 레코드가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되어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나 SSD에 저장된다.

디지털 컨버터를 내장한 턴테이블, PS-HX500.

 PC로 저장 가능한 형식은 웨이브(WAV) 파일이 최대 24비트, 192kHz이고 소니 고유 포맷인 DSD는 DSD64(2.8MHz), DSD128(5.6MHz)을 지원한다. 몇 년전 나온 이전 모델인 PS-LX300USB와 달리 MP3로 음원을 압축하지 않는다.         

                               

이렇게 디지털로 옮긴 음원은 컴퓨터나 거치형 DAC, 혹은 스마트폰이나 오디오 플레이어에서 재생할 수 있다. 붙박이 신세를 면치 못하던 레코드판 음악을 걸어다니며, 혹은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전용 앱인 하이레스 오디오 레코더를 실행하면 본체에서 재생한 LP 레코드가 디지털 데이터로 저장된다.

알고 보면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  


PS-HX500은 그동안 쌓아 놓았던 레코드, 혹은 두 번 다시 CD나 디지털 음원으로 나올 수 없는 부틀렉 음원을 가능한 한 원본에 가까운 상태로 저장할 수 있는 기기다. 단 CD를 컴퓨터에 넣어 MP3 파일이나 AAC, FLAC 파일로 변환할 때와 달리 30분짜리 레코드판을 변환하려면 정확히 30분이 걸린다. 레코드판 음악을 카세트 테이프 대신 컴퓨터에 더빙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수백 장 이상 레코드 판을 모아 놓았다면 레코드판을 갈아 끼우면서 녹음하는 과정을 수백 번 반복해야 한다. 여기에 녹음 결과물을 들어보고 잡음이 심하거나 소리가 튀었다면 레코드판을 청소하고 처음부터 모든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한 셈이다.  

주요 부품인 카트리지의 주파수 특성은 명확하지 않다.

의문은 또 있다. PS-HX500은 고해상도 무손실 음원 파일을 만들어 주지만 정작 레코드판과 맞닿아 소리를 재생하는 부품인 카트리지가 어느 정도의 주파수까지 소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아무리 고해상도 음원을 만들 수 있는 컨버터가 내장되었다 해도 카트리지에서 20kHz 이상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큰 의미가 없다.                                        

이에 대해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해당 제품에 내장된 카트리지는 소니가 만든 것은 아니지만 유명 회사 제품이다”라고 설명했다. 일본 소니 관계자 역시 “카트리지 관련 사양은 공개할 수 없다. 그러나 카트리지의 주파수 응답도를 공개하는 회사도 드물다”라고 답했다.  


‘LP만의 소리’? 사실은 플라시보 효과  


 따져 보아야 할 점은 또 있다. 많은 사람들이 LP 레코드판의 매력으로 꼽는 ‘소리’에 대해서다. 2010년대 이후 LP 레코드판으로 나온 대부분의 음원은 사실 완전한 아날로그가 아니다. 디지털로 녹음한 스튜디오에서 모든 작업을 마친 후 파일이나 CD 대신 염화비닐판에 소리를 새긴 것뿐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음원을 다시 PS-HX500으로 디지털화해 듣는다면 오히려 스튜디오에서 모든 작업을 마친 상태의 원본보다 충실도는 떨어진다. 디지털 상태의 음원을 아날로그인 염화비닐판으로 옮길 때 한 번, 염화비닐판에서 PS-HX500의 변환 회로를 거칠 때 한 번 소리에 변화가 생긴다.


따라서 2010년 이후 발매된 레코드판에서 들리는 ‘디지털 음원에서 맛볼 수 없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소리’는 플라시보 효과(위약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이 제품은 디지털 녹음이 보편적이지 않았던 1980년대 이전 레코드판을 수집한 애호가에게 더 어울릴 수 있다.  

2010년대 이후 LP 레코드판으로 나온 대부분의 음원은 사실 완전한 아날로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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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권봉석 기자  /  bskwon@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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