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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덩유니 Jun 07. 2019

일 잘하는 팀원은 일 잘할 수 있는 문화에서 나온다.

개천에서 용난다지만, 개천에 최소한 물은 있었다.

“일 잘하는 법”


신입사원이라면 한 번쯤 검색해보았을 키워드이고, 매력적인 제목이라 포털 상단에 노출되어있으면 나도 꼭 누르곤 한다. 끄덕끄덕 하기도 하고, 친구들과 공유하며 “이건 진짜 공감” 하기도 하고, 유사품인 “일 못하는” 버전의 글이 나오면 또 공유하고 읽는다.


나는 컨설팅회사에서 첫 인턴과 직장을 모두 거쳤고, 다행히 좋은 선배들을 만나 효율적으로 일하는 법을 잘 배웠다. 다들 잘한다 잘한다 해주니 또 그게 내 스스로도 자기예언적효과가 있어, 나는 더 자신있게 일 했고 실수에 (선배들이 혼낼지언정) 좌절하지 않았고 파트너 앞에서도 내 할 말을 할 줄 아는 사원으로 자랐는데, 그러고나니 나는 그 힘든 시간을 거치고 내가 자연스럽게 이렇게 큰 줄 알았다.





누가 하면 달고, 누가 하면 쓰나?


그치만 내가 항상 선배의 조언을 이해하고 수용하고 더 빨리 배워야겠다고 행동한 것은 아니다. 어떤 선배가 주는 말은 조언이고 나를 위한 맴매고 신입사원 잘 자라라고 주는 비료며 따스한 햇빛이었지만 어떤 선배가 하는 말은 귀에서 튕겨져 나오거나, 불쾌감만 주었다.


꼭 듣기 싫은 그런 사람들과 그런 조언들이 있다.


내가 연차가 올라가며 후배들과 일할 기회가 생기며 나는 내가 하는 말들이 달콤한 캔디같은 조언이 되길바라지, “쟤 또 왜저러냐”가 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일해보니 그렇게 크게 혼낼 일도 없어 순탄히 지나갔던 것 같다. 후배들이 고맙게도 날 좋아해주고 잘 지내준 것도 있고, 나도 시드니와 런던에서 일하면서 stress the whole team just because you are stressed out하지 않고도 세련되게 일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본 덕에 나도 일과 사람 관계를 어느정도 잘 가져가는 노력과 팁을 배우기도 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사실 3년 늦게들어온 후배여도 나랑 동갑이거나 나이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냥 친구였던 것도 크겠지)


그래도 항상 고민하는 점이었다. 내가 하는 말이 정말 꿀팁으로 받아들여지면 좋겠다. 달고 달아서 더 먹고싶고, 더 알아내고 싶은 조언이 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제 회사를 키우기 위해 친구들과 일을 하다보니 나는 늘 나의 커뮤니케이션을 신경쓰게 된다. 혹시 내가 너무 무심하지는 않은지? 이건 너무 과도히 신경쓰는 것인가? 이렇게 하면 효율적으로 일하는 데에 도움이 될까? 알아서 결정하도록 기다려볼까? 너무 조언이 없어서 어찌할 줄 모르고 있으면 어떻게하지?





실수를 공유할 수 있는 문화여야, 실수를 숨기는 일이 없다.


컨설팅 회사 신입사원이 되서 상하이에 신입사원 교육을 들으러 갔을 때, 일 잘하는 Associate이 되는 법에 대한 강의를 들었는데, 그 중 상하이 파트너가 강조한 것 중 하나는 "실수는 빨리 공유하고, 다같이 수습해야 한다. 신입이 수습해보려고 숨기고 오래 붙들고 있다가 시간만 흐르면 클라이언트한테 깨진다. 우리는 한 팀이니, 우리끼리 빨리 다같이 해결하는 법을 찾아야 한다."였다. 아 그야 당연하죠, 싶지만 막상 일 잘하고 싶은 신입직원이 바보같은 실수를 했음을 깨달았을 때, 그것을 팀에게 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팀에게 미안해서일수도 있고, 내가 금방 해결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일수도 있고, 누군가는 악의적으로 어차피 아무도 발견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말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어랏, 죄송해요, 제가 실수를 했어요, 어떻게 하면 함께 더 나은 상황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라는 말은 그런 건설적인 대화가 가능한 조직문화에서 가능하다.

실수를 말해도 살아남을 수 있는 조직이어야 한다.



처음 서울 오피스 Associate으로 해외 프로젝트를 할 때, 영국 매니저와 함께 일했는데, 그 매니저는 원격으로 4개 나라 오피스의 신입급 컨설턴트들을 데리고 일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힘들었겠다.) 그 매니저는 일부터 십까지 물어볼 것 많은 신입들이 물리적 시간 차이 등으로 물어보지 못하고 나름 알아서 일을 해왔으나, 그것이 '실수'거나, 본인이 원하던 방향성이 아닐때, 신입들에게 패닉하지 말라며 "What happens happen" 라는 말을 하곤 했다. 너 왜그랬어, 꼭 그래야했어? 이랬어야지. 저랬어야지. 이러면 되는거 아니니. 왜 이런 생각을 못했니. 이런 말은 없었다. 이미 일어난 일이니, 이 상황에서 우리가 함께 할만한 해결책이 뭔지 생각해보자고 말했다. 이런 리더십에서 팀원들은 작은 실수라도 공유하고, 잘 해결해나가는 선배를 보며 다음번에는 실수를 덜 하게 되고, 그렇게 점점 일을 배우는 것은 당연하다.



궁극적인 목표를 알아야, 멀티 태스킹도 가능하다.


직급이 높아질 수록 동시에 생각해야할 일이 많아진다. 공무원처럼 일이 사람에 따라 분명하게 나뉘어져있어도, 그 공무원일지언정, 직급이 높아지면 부서 전체를 담당하게 되며 많은 일을 담당한다. 인턴은 온라인 리서치나 보고서 정리 등 한 번에 정해진 일만 하지만, 신입 사원이 되면 마켓 사이징이라는 업무를 통째로 맡기도 하고, 또 한 직급 올라가서 업무 모듈(소단위 팀)을 이끌어야 한다면, 당장 두 명의 신입 직원의 일을 봐주며 고민해야할 이슈들이 두 배가 된다. 그렇게 하다보면 내 머릿속에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열 개 정도 되다보니, 그 중에 그걸 해결하기 위해 시도해봐야 하는 스무개 정도의 액션들이 생각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후배에게도 지금 하고 있는 일말고 이 일은 어떻게 되고 있니, 그러고보니 이건 어떻게 되가니, 아 맞다 그리고 이것도 좀 해줘. 이렇게 업무를 시키게 된다.


누구나 꼼꼼이 멀티태스킹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후배가 똘똘해서 다이어리에 체크 리스트를 아름답게 정리해서 하나씩 체크하며 "선배, 어제 말한 것 중에 두개 정도 아직 해야할 것이 남아있고, 대략 3시간 정도 걸릴 것 같아요. 이것 말고 먼저 해야할 것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한다면 땡큐지만, 그건 디폴트 값이 아니다. 후배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어느 시점에 얼마나 일에 대한 Visibility를 제공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은 좋은 선배의 몫이다. 일을 까먹지 않도록 체크리스트나 To-do List를 만들어 관리하라고 하는 팁 정도는 줄 수 있겠으나, 앞서 말했듯, 실수는 발생한다.


나와 함께 일한 Principal은 항상 오전마다 "나는 오늘 저녁 6시에 Wrap-up 미팅을 할 때, 너에게 이 질문에 대해 질문을 할거야." 라고 미리 알려주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매니저로서 또는 관리자로서 10시간 뒤에 "아니 여지껏 뭘 한거야!" "이건 왜 안됐어!" 라는 소리를 지르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았는데, 나는 그의 이런 수고로움에 고마웠다. 이런 '예고편'을 통해 나는 내가 하루종일 수많은 리서치를 하는 목표에 대해 꾸준히 리마인드를 할 수 있었고, 또 특히 집중해야하는 부분을 명확히 찝어주는 방향등이 되기도 했다.  


할 일이 너무 많으면 가끔 내가 정말 이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목표를 잊고는 하는데,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이 많은 일들을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조직원들에게 알려주고, 리프레쉬해주는 것은 멀티태스킹을 하는 와중에 단 하나의 닿아야하는 목표를 잊지 않도록 하는 리더의 역할 같다.



일도 좋아하는 사람과 하는 일이 좋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부분 같다.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와 애정을 갖는 문화. 같은 잔소리와 혼냄이어도 내가 존경하고 믿는 선배가 해주는 말은 달고, 신뢰하지 않는 선배가 하는 말이면 듣고 싶지 않은 소리가 된다. 우리 엄마 아빠가 하면 "아 나를 사랑해주니 하는 말이구나~"하고 어련히 넘길만한 조언도, 서로간의 애정이 없고 신뢰가 없는 누군가가 다짜고짜 한다면 듣기 싫은 것 처럼. 마찬가지로 선배의 입장에서도 내가 이뻐하는 후배가 해오는 일은 좀 부족해도 좋고, 반대의 경우 이쁘게 봐주기 힘든 구석이 있을 것이다.


설득의 기본 원칙은 호감이라고 하고, 기본적으로 이 일이 필요하다 / 이런 방법이 효율적이다-라고 조직원들에게 말하는 것은 그들에게 어떤 일을 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서로를 팀원으로서 좋아하고, 호감을 가지고 있어야만 서로간의 피드백도 날이 서있지 않고, 그 피드백을 받아들이기도 쉽다.


게다가 우린 모두 일터에서 만나는 사람들이니, 아무리 즐거워도 무언가 의무가 따라붙는 일이 지루해지고 고역이 되지 않도록 서로 의도적으로 즐겁게 기분을 관리하고, 서로를 Cheering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지금 이런 일이 있어서 기분이 나빠! 고로 지금 티를 낼거야! 라는 분위기가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되면, 서로 지켜야할 긍정적인 Boundary가 깨지는 것 같고, 결국 팀의 분위기는 의무적인 분위기가 된다.  


누군가와, 누군가의 직장에게는 월요일이 그렇게까지 고역이지 않다


그래서 나는 아무리 의무적으로 출근하는 직장이라고 해도, 서로에게 긍정적으로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기의 기분에 따라 남에게 무례하게 / 무심하게 / 부정적이게 / 분위기를 나쁘게 만들도록 행동하는 것은 프로페셔널함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있는 곳에서도 갈등을 발생한다. 그러니 서로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기본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조직이라야 서로간의 업무 부탁, 피드백 그리고 성장도 있을 수 있다.


서로를 좋아하고, 그 좋아하는 팀원들과 함께 작정하고 재미있게 웃으면서 일하는 문화.

그런 문화에서 나는 그래도 운좋게 일해왔고, 지금도 계속 만들고 있다.

서로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효율적이게 일하고, 작정하고 노는 그런 회사,

한번 구경 오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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