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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덩유니 Jun 11. 2019

어차피 덕질할 거 행복하게 덕질하자

어덕행덕의 삶

아는 사람들은 알지만, 나는 늘 같이 회사 다니는 동료들을 매우 좋아한다. 꼭 동료가 아니더라도 대학 때도 친한 친구들이나, 학창시절 선생님이나, 교수님이나 다 내가 너무 좋아하긴 했다. 그만큼 내가 인복이 많다고 자랑하고 싶으나, 사실 내가 금방 동료들과 사랑에 빠지는 금사빠이기도 하고, 실제로 운 좋게 정말로 나랑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좋은 사람들이었다!


나는 둘다 가능하다




그리고 스타트업을 시작한 지금 역시, 나는 우리 회사 팀원들을 좋아한다. 좋아하긴 하지만 팀원들 오타쿠는 아니라고 하고 싶지만, 설득력 없는 설득을 당하는 사람들이 내 주위에 그렇게 많지는 않다.


사랑하는데 쿨하기 쉽지않아






덕후의 기본은 정보 수집


나는 한 번도 아이돌을 동경하여 수첩에 스티커를 붙인다거나, 사진을 모은적이 없지만 (... 정말이다) 학교다닐 때, 정말 아이돌에 빠져살던 아이들은 앨범이나 노래 가사를 줄줄 외우는 것은 물론 아이돌의 생년월일, 좋아하는 음식, 부모님, 형제관계, 하루하루의 스케줄까지도 꾀고 있었다.


덕후의 기본은 덕질 대상의 정보를 습득하는 것인데, 우리 회사 디자이너에게는 덕후력을 유지시켜줄 정보 중에서도 최상급 정보원이 있다. 무려 디자이너의 엄마마마가 쓰신 에세이집. 디자이너 덕질을 시작한지 한참 지나서야 알게되어 이런 좋은 정보원을 왜 여지껏 말하지 않았냐고 화를 낼뻔 하였다. 어찌되었든 뒤늦게라도 알게되어 나는 과도한 시간을 쏟지 않고도 우아하게 덕질을 할 수 있게 되었는데, 디자이너님의 엄마마마가 쓰신 책은 나의 덕력을 더욱 상승시켜주었다.


진정한 덕후는 티내지 않는 법


저 디자이너 젊은이는 어쩜 저렇게 중심이 잘 잡혀있고 밝으면서도 분명한 젊은이인가 늘 고요한 감동을 지닌채로 디자이너님을 (이글이글 불타는 눈르로) 보아왔는데, 디자이너님 엄마마마의 책을 읽어보니 부모님 또한 참 멋진 분들이셨다. 나는 어떤 책이 마음에 들 때, 왠지 끝나버리는 것이 아쉽고, 또 누군가가 소중히 썼을 그 문장과 책을 쉽게 끝내버리는 것이 예의가 아닌 느낌이 들어, 휘리릭 읽지 않고 큭큭큭 힣힣힣 거리며 아껴읽곤 하는데, 오랜만에 내가 아껴읽은 책이었다.


무쪼록 아껴읽고 나눠읽고 바꿔읽고 다시읽은 덕에 나는 울 회사 디자이너님의 방년 0세 인생이던 뱃속 시절은 물론, 아직 태어나기 전의 역사까지 줄줄 꿰고 있는데, 덕력의 핵심은 티내지 않고 쿨함을 유지하는 것. 덕질할때 티를 내면 하수, 차분히 입덕을 어필하면 중수, 멀리서 (불타는 눈으로 이글이글) 지켜볼 줄 알면 고수다. 호들갑 떨지 않고 너무 많은 정보를 알고있지 않은 척 초연하게 디자이너님을 대하려고 하나, 가끔 "아 그야 그때는 아직 결혼 5면차였던 그대 엄마가 빨간색 코트가 필요 없으셨으니까" 라고 과도한 아는체를 했다가, 덕밍아웃 당한 기분에 그날 약간 의기소침한 나는야 하수.




직장 동료 하기 시렁 덕질 하고 시펑


나는 이전 직장에 입사했을때, 내 동기님은 나보다 일곱 살이 많았고, 바로 위 연차의 선배는 다섯 살이 많았기 때문에 내 또래의 친구들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리고 나보다 6개월 뒤 (그러나 같은 년도에) 들어온 친구들은 실제로 동갑의 여자 두 명이 들어와서 나는 너무나도 기쁜 마음에 그 친구들과 하고싶은 일들을 버킷 리스트처럼 머릿 속으로 정리해보기도 하였다.


그리고 실제로 금방 친구가 되어 사석에서 우리 놀자! 라고 하여, 첫 사석 만남을 가질 때, 나는 그 당시 유행하기 시작한 '회사 액티비티 플랫폼' 등을 통하여 실내 암벽타기 같은 액티비티를 제안하였고 다들 운동을 좋아한다고 하여 역시 우린 운명의 동기들이야! 하는 마음에 신나서 암벽타기를 하고 행복해했다.


근데 그날 이후 회사에서 나는 '이부장'으로 불리며 놀림을 당하기 시작하였는데 자기보다 6개월 늦게 들어왔다고 후배들 군기 잡기 위해서 쉬는 날 불러내어 암벽타기를 시켰다는 (...) 누명아닌 누명을 쓰고 나는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술자리에서 이 것으로 놀림을 받는다.

 

진짜 우리 친구가 된거 라니까요...


고작 6개월 차이로 세상이 날 그렇게 놀리는데 이제 코딱지만한 회사지만 그래도 대표와 직원의 위치로 세상 사람들이 나를 볼 것이니, 나는 더더욱 소심해져서 함부로 놀자는 말도 못한다. 회식은 점심, 다같이 한 달에 한 번 놀때도 눈치 보며 정말 놀고 싶은 것인지 혹시 일하고 싶은 것은 아닐지 (...) 고민한다.


힝 나 회사 밖에도 친구 많앙!





내가 가장 화날때는, 우리 팀원들이 부당한 대우를 당할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사실 다른 것이야 반은 장난이래도,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질은 이거다. 우리 팀원들 내꼬. 내가 행복하게 해줄꼬. 방해하는 모든 객체 물체 다 사망선고.

돈츄 데어 터치 댐 1


이 자본주의 생태계에서 자본금이 100억도 아닌 10억도 아닌 1억 미만의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는 바, 행여라도 우리 회사가 초강력 슈퍼파워 회사가 아닌 것이 우리 회사 팀원들의 위치 마저 그렇게 만들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을 한다. 그리고 이 부분은 내가 팀원들에게도 늘 하는 말이다.


하고 싶은대로 해, 부당한 대우 참지마, 제대로 파트너사로 예우해주지 않으면 거기랑 계약 안해도 돼, 아니면 말아, 안해도 돼.





주의: 콩깍지로 인하여 매 업무마다 과도한 만족을 하여, 덕력 상승을 야기, 결국 매번 팀원님들이 시키는대로 물개박수를 보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위험이 있음



하지만 어쨋든 매일 엄청난 아웃풋을 내주는 우리 팀원들을 보며 나의 덕후력은 오늘도 상승상승

 


그러니까 요지는 우리랑 같이 놀일하자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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