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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라잉래빗 Apr 25. 2023

적당한 뻔뻔함이 필요한 때

나의 퇴사일기, D+83

날씨가 요상하다. 벚꽃이 예상보다 일주일 빨리 개화하는 더운 날씨가 찾아오더니 추웠다 더웠다를 반복한다. 4월이면 기대할만한 파란 하늘은 온데간데 없고 흐린 날씨와 미세먼지로 덮인 하늘만 가득하다.


요즘 날씨처럼 내 기분도 약간 오락가락일 때가 있었다. 파워 긍정모드로 뭐든 잘 될거라고 생각하고 배우는 것이 즐겁다가도, 나도 사람인지라 마음 저기 한 구석에서 스멀스멀 불안감이 올라왔다.


‘이러다 정말 영영 수입이 없는 건 아니겠지?’

‘나도 잘 해낼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주변 지인들을 만난 후 이런 불안감이 엄습해왔던 것 같다. 한국 사람들은 성인이라면 끊임없이 무언가 밥벌이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의식적으로는 아니라고 해도 저기 DNA 깊은 곳에 그런 생각이 내재되어 있는 것 같다. 다들 나를 만나면 이렇게 묻는다. 아니, 만날 때마다 묻는다.


“지금은 뭐해? 앞으로 뭐 할거야?”


처음에 이 질문을 들었을 때는 숨이 턱 막혔었다.


‘영영 쉬겠다는 것도 아닌데, 잠깐의 쉼도 주변 사람들에게는 이렇게나 불안한 일인 걸까?’


“그냥 이것 저것 하고 있어요…”


이런 대답을 할 때마다 뭔가 그럴듯한 직업이라도 뚝딱 만들고 싶은 심정이다. 어떨 때는 얼른 수입이 생겨 그 사람들에게 보란듯이 답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나에 대해 자꾸 물어볼까봐 가족, 친구들과의 모임이 살짝 두려워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뭘 하면 어떻고 안 하면 어떠한가. ‘퇴사’라는 내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으며,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면서 만족할 수 있다면 딱히 뭘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지금은 적당한 뻔뻔함과 당당함이 필요할 때이다.


“전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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