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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라잉래빗 May 01. 2023

뉴스 보는 게 좋아졌다.

나의 퇴사일기, D+89

“다음 소식입니다… 어제저녁 7시경 OO지역에서 30대 남성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TV에서 나오는 세상의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들.

어렸을 때 부모님은 TV에 나오는 뉴스를 자주 보셨다. 어린 나는 항상 이렇게 생각했었다.


‘드라마, 시트콤, 예능도 있고 TV에서 볼거리는 많은데 왜 부모님은 뉴스를 보실까?’

‘재밌나…?’


어린 꼬마는 이해하지 못했다. 현실이 때로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매운맛일 때도 있다는 것을.




어릴 때 누구나 그렇듯이 TV에 나오는 만화를 좋아했었다. 사실은 지금도 좋아하긴 한다.


어렸을 적 일요일에 아침 일찍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봤던 ‘디즈니 만화동산’의 추억. 80년대생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추억이다. 나 역시 매주 일요일에 TV 앞에 앉아 '디즈니 만화동산'을 열렬히 시청하던 아이였다.


세일러 문, 천사소녀 네티, 지구용사 선가드, 웨딩 피치, 요리왕 비룡, 명탐정 코난 등. 종류를 불문하고 만화 주제가가 나올 때부터 동그란 눈을 TV에 고정한 채 흥얼거리며 노래를 같이 따라 부르던 꼬마 아이. 주인공들이 내뱉는 각종 마법의 주문들이 그저 신기하고 나도 그런 마법을 한 번 부려봤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곧잘 했었다.


그러다가 저녁때가 되면 TV 리모컨에 대한 주도권은 자연스레 부모님께 넘어가게 되고 9시가 되면 부모님께서는 무조건 뉴스에 채널을 고정하곤 했다. 현실 세계보다 상상의 세계가 더 재밌던 꼬마에게는 가장 재미없는 시간. 나는 그 뉴스를 보며 스르르 잠이 들곤 했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현실 세계에 눈을 뜨게 되고, 관심사는 상상의 세계에서 악마를 물리치는 마법 주문 같은 것들이 아닌 사회, 경제, 문화와 같은 구체적인 것들이 되어 갔다.


‘어제 그 사건 뉴스에서 봤어? 좀 충격적이던데…’

‘요즘 주가가 많이 떨어졌던데…’


친구들과 모여서 나누는 대화도 20대 초반에는 연애, 스타들 이야기가 주였다면, 30대부터는 결혼, 출산, 육아, 재테크에 관한 얘기가 중심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세상 돌아가는 것에 더 관심이 가게 되었고, 뉴스는 내 궁금증을 해결해 주고 세상에 대한 소식을 알려주는 하나의 수단이 되었다. 


어떨 때는 그저 그런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것보다 오히려 뉴스를 보고 있을 때가 더 재밌을(?) 때도 있다. 때로는 드라마보다 더 자극적이고 매운맛의 이야기들이 내 눈과 귀를 사로잡곤 한다.


30대 중반, 어른들이 뉴스를 많이 보던 이유를 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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