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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라잉래빗 May 05. 2023

직장을 다니면서 성격이 변했다?!

나의 퇴사일기, D+93

얼마 전 오랜만에 내 페이스북에 들어가 보았다. 요즘은 다들 인스타그램을 많이 해서 어느 순간 페북의 존재가 잊혔었는데, 갑자기 옛 일기장이 보고 싶은 것처럼 내 옛 기록을 보고 싶어서였다. 내가 올린 게시물들을 쭉 보고 있는데 7년 전에 올린 게시글 하나가 눈에 띄었다. mbti가 그렇게 유행하지 않았을 때 내 mbti 테스트 결과를 올린 글이었다.


그 당시에는 mbti가 뭔지도 잘 몰랐는데, 성격 유형 테스트라니까 평소에 이런 걸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는 주저없이 클릭해서 결과를 받아보고 그걸 페이스북에 게시했던 것 같다. 당시 결과는 ESFJ. 사교적인 외교관이란다.


‘사교적인 외교관…? 내가…?’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결과이다. 아니, 애초에 난 극강의 I인 줄 알았는데, E성향이라니… 테스트를 잘못했던 걸까?




어렸을 때를 돌아보면 나는 극 외향형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사람들과 두루두루 원만하게 잘 지내는 성격이었던 것 같다. 중, 고등학교 때 새 학년이 되면 곧잘 친구들을 사귀곤 했고, 대학교를 막 입학해서 신입생이 되었을 때는 이과대 연합 MT에서 새내기 율동 공연을 할 만큼 외부 활동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데 직장을 다니면서 이런 성격도 조금씩 변했다.


사회 초년생일 때는 그래도 회사 내에서 인간관계를 확장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회식 자리에 따라가서 술도 마시며 사람들과 친해지려고 했고, 여러 사람들이 만나는 모임도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곤 하였다. 그랬던 내가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모르겠지만 회사 생활을 하면서 점차 인간관계를 확장하려는 노력을 아예 하지 않게 되었다.


회사에서 친한 몇 명의 소수 인원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하려 하지 않았다. 공식적인 회식이 아니면 부서원들과 같이 밥을 먹지 않았고, 이들과 굳이 친해지려고 하지도 않았다. 점심이라도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서였을까, 아니면 회사 내 인간관계의 덧없음을 느껴서였을까... 둘 다였을까?


성격뿐만 아니라 회사에 입고 다니는 옷들의 스타일도 점차 바뀌어갔다. 대학생 때는 알록달록한 옷들도 참 많이 입었는데, 회사를 다니면서 점점 무채색에 평범한 옷들만 골라 입었다. 눈에 띄고 싶지 않아서였다.


내 옷장에서 색들이 점점 사라졌다. 채색에서 무채색으로. 그렇게 내 색깔도 점점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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