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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라잉래빗 Jul 11. 2023

계획대로 되지 않아 더 찬란하다.

나의 퇴사일기, D+160

장맛비가 쉴 새 없이 후두두둑 쏟아지다 잠시 내리기를 멈췄다. 그 사이 하늘은 점점 어두워져 마침내 색을 빼앗기고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 다시 찾아왔다. 하루가 또 이렇게 저물어 간다.




요즘 스마트스토어도 운영하고 브런치, 블로그에서 글도 쓰고 있다. 겁 많고 소심하지만 너무나 귀여운 강아지도 한 마리 입양하여 키우고 있다. 퇴사할 때 처음 계획했던 일들이 잘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하루하루가 순탄하게 흘러가고는 있다.


모든 일이 생각한 대로, 계획한 대로만 된다면 세상에 고민을 갖고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랬다면 누구나 잘살고, 누구나 행복한 세상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죽을 힘을 다해서, 숨이 턱 끝까지 차도록 달려도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가 있는 반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최고급 스포츠카를 탄 것처럼 앞으로 쌩쌩 나갈 때도 있다.


삶이 내 마음대로, 내 계획대로 되지 않기에 그래서 삶이 더 찬란하고 아름다운 것이 아닌가 싶다. 마치 계획하지 않고 급하게 떠난 여행이 더 스릴 있고 재미있는 것처럼 말이다. 잠시이긴 했지만 내가 쓴 블로그 글이 다음 여행 탭에 올라와 블로그 조회수가 많이 늘어났던 것처럼, 잠잠하던 스토어의 주문이 갑자기 여러 건 생겼던 것처럼. 즐거움과 행복은 주로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더 크게 다가온다.


그러기에 우리는 내일을, 내일모레를 기대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내일의 해가 뜨면 또 시간을 따라 무수히 많은 선택을 통해 내 삶이 이어지고, 그 선택 중에는 내가 계획하지 않은 예측 불가능한 선택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 선택들을 통해 나온 결과는 나를 찬란하도록 행복하게, 또는 잔인하도록 불행하게 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은 내가 계획한 대로만 생기지도 않고, 내가 계획하지 않아도 생겨난다.


또 그러기에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365일의 기쁨, 슬픔, 아픔들이 모여 1년의 내가 만들어지고, 다시 1년의 행복, 두려움, 분노들이 모여 10년의 내가 만들어진다. 과거 하루하루의 내 경험과 감정은 고스란히 쌓여 현재를 살아가는 내가 된다.


그러니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크게 실망하지는 말자. 내일 다시 뜨는 태양은 나를 새롭고 예측 불가능한 길로 이끌 것이고, 그 가운데에서 내가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고 하루를 충실히 살아낸다면 나도 예상하지 못한 때에 즐거움과 행복이 찾아올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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