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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편 Aug 23. 2022

잠자리채에 담긴 아빠의 사랑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에 대한 고찰


일요일 오후였다.

일찍 일어난 덕에 꽤 긴 시간을 집안 일과 육아를 병행하다가 순간 지치는 타이밍이 왔다.


육아는 체력전이라는 말처럼 체력이 떨어지자 아이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아이의 제안에 부정적으로 답하는 나를 발견하고 스스로 쉬는 시간을 주기로 했다.



나의 쉬는 시간은 바로 음악 들으며 30분 걷기!

옷을 입고 현관문을 나서기까지가 망설여지지만 막상 현관문을 나서면 기분도 좋아지고 에너지도 생기는 마법같은 시간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아파트 주변 산책길을 돌고 아파트 단지로 들어왔는데 눈앞에 너무 따뜻한 뒷모습이 보였다.


기다란 잠자리채를 들고 있는 아빠와 곤충채집 통을 들고 곤충을 찾는 4살 정도로 보이는 아들의 뒷모습이었다.


곤충을 찾으면서도 재잘재잘 이야기를 하고, 곤충을 찾으러 앞으로 뛰어가다가도 돌아와 아빠 손을 잡으려고 손을 내미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참 따뜻해졌다.


올해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서, 아이에게 좋은 환경을 주고 싶은 욕심이 생겼었다. 그동안 내가 고민했던 좋은 환경이란 소위 말하는 좋은 학군지였고 하루라도 빨리 이사를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조급함이 있었다.


그런데, 오늘 본 아빠와 아들의 모습은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일요일 오후, 


아들과 추억을 위해 쉬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고 집을 나섰을 아빠의 사랑이 보였다.



아이와 함께 하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기껏이 내어주는 것


이런 부모의 마음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좋은 환경이 아닐까?



​아이는 세월이 지나 어른이 되어서도 오늘의 아빠와 함께했던 곤충채집 시간을 추억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향한 아빠의 사랑이라는 땅 위에 단단히 뿌리를 내려 험난한 세상을 이겨낼 것이다.


아이는 좋은 곳이나 좋은 음식이 아니라 엄마 아빠와 함께 했던 소소한 시간에 행복해한다.


​그 시간에 담긴 부모의 사랑을 느껴서 일 것이다.


​아이에게 더 좋은 환경을 주고 싶다는 나의 욕심은 조금 내려놓고, 아이가 엄마와 아빠의 사랑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소소하지만 값진 시간들을 더 많이 만들어 보기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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