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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태 변리사 Jan 24. 2023

뉴스공장과 관련된 상표 이슈들

김어준씨는 무사히 뉴스공장을 진행할 수 있을까?


올해 초 김어준씨는 유튜브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이라는 새 방송을 론칭했습니다. 그러자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이 김어준씨를 상표법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습니다. 김어준씨가 유튜브에서 시작한 새 방송이 TBS의 상표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입니다.


변리사의 관점에서 떠오르는 몇 가지 포인트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김어준씨가 침해했다는 상표는 무엇인가?


특허검색사이트인 키프리스(www.kipris.or.kr)를 참조하면, 재단법인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티비에서는 “TBS 뉴스공장 주말특근”과 “TBS 뉴스공장” 이렇게 두 개의 상표를 소유한 것으로 나옵니다. 

이종배 의원이 침해를 주장한 상표는 이 중 두 번째인 “TBS 뉴스공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등록번호 40-1920898).


재미있는 것은 두 상표 모두 비교적 최근인 2022년 6월 23일자로 특허청에 출원되었고, 우선심사를 거쳐 약 4개월 만에 등록되었다는 점입니다. 참고로 뉴스공장이 첫 방송을 시작한 때는 2016년 9월 26일입니다. 방송사의 내부 사정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방송을 시작한 지 6년이 지난 시점에 뉴스공장의 상표권 확보에 서둘러 나섰다는 것은 흥미로운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2. 제3자가 상표권 침해 주장을 하는 것이 가능한가?


김어준씨는 1월 16일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제3자가 상표권으로 고발하는 건 처음 본다”고 말했습니다.


상표권자가 아닌 제3자인 이종배 의원이 TBS의 상표권 침해를 주장한 것이 이례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3자의 상표권 침해 주장이 법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상표권 침해는 비친고죄이므로 상표권자의 의사와 관계 없이 검사가 직권으로 기소하여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디자인권의 경우 친고죄이므로 디자인권자의 고소가 있어야 검사가 기소하여 처벌이 가능하며, 특허권 침해의 경우 원래는 디자인권과 마찬가지로 친고죄였으나 최근 반의사불벌죄로 개정되어, 특허권자의 의사와 관계 없이 수사하여 기소할 수는 있으나 특허권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이를 처벌할 수 없습니다.


3. 김어준씨는 TBS의 등록상표를 침해했을까?


이 부분은 법률적 판단의 영역이므로 현 단계에서 섣불리 말씀드리기 쉽지 않습니다. 특히 본 건과 같이 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된 사안은 더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따라서 아래에 기재한 것은 순전히 저의 개인적인 의견임을 먼저 밝혀 둡니다.


TBS의 등록상표는 "TBS 뉴스공장"이고, 김어준씨가 시작한 새 방송의 이름은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입니다. 여기서 쟁점은 TBS의 등록상표 중 "뉴스공장" 부분의 식별력이 인정될 수 있는지의 여부일 것입니다.


상표의 식별력이란 해당 상표가 상품 또는 서비스의 출처표시기능을 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뉴스공장"은 식별력이 있을까요? 본 사건과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지만, 2020년 개인이 "뉴스공장"을 상표출원한 사건에서 특허청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뉴스공장"에 식별력이 없다고 이유로 상표출원을 거절한 사례가 있습니다.

“뉴스”는 ‘일반에게 잘 알려지지 아니한 새로운 소식’의 의미로 직감되어 지정상품의 성질(제공내용, 용도 등)을 보통의 방법으로 표시한 표장으로 식별력이 없고, 
“공장”은 지정상품의 판매 및 제조 장소 또는 서비스제공 장소적 의미로 흔히 사용되는 단어로 식별력이 없으며,
이들 식별력이 없는 표시들의 결합으로 ‘새로운 소식을 제공하는 곳’ 정도의 의미로 직감될 뿐 새로운 관념이나 식별력이 형성되는 것도 아니어서 이를 [뉴스 제공 관련 지정서비스업]에 사용하는 경우 일반수요자가 누구의 업무와 관련된 상품을 표시하는 상표인지를 식별할 수 없으며,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이 적합하지 않은 상표에 해당되어 등록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마찬가지 논리로 "TBS 뉴스공장"에서 "뉴스공장" 부분도 식별력이 없다고 보아야 할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 법원은 일정 부분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처음에는 식별력이 없는 부분이라도 상표의 사용에 의해 일반 수요자에게 특정 상품을 지칭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면 식별력을 획득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뉴스공장"은 특허청 심사관이 이야기한 대로 "새로운 소식을 제공하는 곳" 정도의 의미를 가지는 일반적인 명칭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많은 청취자들에게 TBS에서 방송되던 아침 시사 프로그램의 명칭으로도 인식되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김어준씨의 새 방송이 TBS의 등록상표를 침해했는지의 여부는 "뉴스공장"이 김어준씨의 새로운 방송 시작 시점에서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갖추었는지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4. 김어준씨의 상표출원은 등록될 수 있을까?


한편, 김어준씨는 2022년 10월 21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상표로 출원했습니다.

김어준씨의 상표출원 시점은 TBS의 상표등록 이후이므로, 만약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TBS의 등록상표인 "TBS 뉴스공장"과 유사하다고 판단될 경우 상표등록이 거절됩니다. 여기에서도 쟁점은 TBS의 등록상표 중 "뉴스공장" 부분의 식별력이 인정되는지 여부일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김어준씨는 "김어준의 뉴스공장" 대신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여기에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한 상표등록이 거절될 가능성에 대한 고려 또한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본 사건은 지재권을 다루는 사람의 입장에서 오랜만에 본 흥미로운 사건이자,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여러 의미에서…) 사건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본 건이 어떻게 진행될 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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