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업이 기존 제품의 성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기술 A, B, C를 개발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기존 제품에 적용할 경우 A 기술은 30%, B 기술은 25%, C 기술은 20%의 성능 향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생산 비용 등 다른 조건은 동일하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기업은 이들 중 가장 효과가 높은 A 기술을 차기 제품에 적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여기서 질문. 만약 당신이 그 기업의 특허담당자라면 이 중 어느 기술을 특허로 출원해야 할까요?
대부분은 가장 효과가 좋은 A 기술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러나 특허전략의 관점에서 최선의 선택은 “A, B, C 모두를 특허로 출원하는 것”입니다.
만약 기업이 A 기술에 대해서만 특허를 받았다고 생각해 봅시다. A 기술에 대해서는 특허의 독점력이 미치므로 경쟁사가 A 기술을 자사 제품에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B, C 기술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들은 특허로 등록된 기술이 아니므로 경쟁사는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자사의 제품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B, C 기술은 A 기술과 비교하여 성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시장에서의 경쟁은 반드시 성능에만 좌우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자금력이 풍부한 경쟁사라면 제품의 성능은 약간 떨어지더라도 공격적인 가격을 책정하여 시장 점유율을 잠식해 들어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제품에 따라서는 수요자들이 성능 차이보다는 다른 요소, 예컨대 외관 디자인 등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제품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경쟁사로서는 반드시 A 기술을 채택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제품을 시장에 내어 놓을 수 있습니다. 기술을 개발한 기업으로서는 A 기술에 대한 독점력은 확보하였으나 결과적으로 경쟁사가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막지 못하게 된 셈입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A, B, C 기술 모두를 특허로 등록받았다면 어떨까요? 경쟁사로서는 이 중 어떤 것을 사용하더라도 특허침해가 성립하게 되므로, 특허를 가진 기업에 로열티를 지급하고 기술을 라이선싱하거나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A, B, C 기술 모두를 회피할 수 있는 회피기술을 개발한 이후에야 시장에 제품을 내 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
기술의 독점과 시장에서의 독점은 다릅니다. 어떤 기술에 대해 특허권을 획득했더라도 이를 우회할 수 있는 대체기술이 있다면 특허의 독점력은 무용지물이 됩니다. 경쟁사는 대체기술을 이용하여 자유롭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새로 개발된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할 때에는 혹시 이를 우회할 수 있는 대체기술은 없는지 면밀히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물론 A, B, C 기술 모두를 특허로 등록받는 것은 A 기술 하나만을 등록받는 것에 비해 더 많은 비용이 듭니다. 그러나 A 기술 하나만을 등록받아서는 기업이 원하는 시장에서의 독점력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A 기술 하나만을 특허로 등록받을 경우의 효과는 사실상 0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경쟁사가 특허기술을 우회하는 것을 확실히 차단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