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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석 Mar 06. 2022

수행비서 그리고 법인카드

“시장 시절 사모님 수행비서가 있었습니까?”, “법인카드는요?” 이즈음 부쩍 많이 받는 질문이다. 대선에서 모 후보 부인의 수행비서와 법인카드와 관련된 도를 넘는 일탈을 보면서 선출직 공직자 부인이 어떤 행세를 하는지, 어떤 대접을 받는지 많이 궁금한 모양이었다. 

“어땠을 거 같아요?”

“글쎄요, 수행비서 있었지 않았을까요. 법인카드도.”

그냥 웃어넘길 일이 아닌 거 같았다. 전, 현직 선출직 공직자와 그 부인들뿐 아니라 비서실 직원들까지 도매금으로 욕을 먹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다수 선출직 공직자 아내들은 수행비서가 당연히 없다. 법인카드 쓸 일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권리나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모 대선 후보 부인과 같은 일탈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일 따름이다.

처음 시장에 당선되자 시청 총무국장으로부터 만나고 싶다는 연락이 와 시청 앞 커피숖에서 만났다. 의례적인 인사를 나누고 나자 그는 사택을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부터 물었다. 시장 사택용 주택은 다른 용도로 쓰고 있어 입주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면서 입주할 아파트를 구할까 한다는 거였다. 아파트는 필요 없다, 그냥 우리 집에서 살겠다고 했다. 의아한 표정으로 불편하지 않겠느냐고 묻는 그에게 괜찮다고 하자 비서진은 어떻게 꾸릴 것인가, 인원은 얼마로 할 것인지를 또 물었다. 직제상 비서실 정원은 몇 명이냐고 묻자 비서실장과 보좌관, 수행비서, 그리고 운전기사와 여직원 2명 등 모두 6인이라고 하면서 더 늘려도 된다고 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니 우선 비서실 인사(안)를 짜 달라고 했다. 그러자 직원들 인사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또 물었다. 직원 인사는 시간이 지나 내가 직원들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시청 직원 중 어느 누구도 아는 직원이 없는데 그들의 능력이나 인성 등은 더더구나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인사를 할 수 있겠는가? 

비서실장은 선거에서 도움을 많이 주던 사람으로 임명을 하고 나머지 비서실 직원들은 모두 공무원으로 충원을 했다. 그러나 운전기사는 외부에서 채용을 했다. 선거 때 밀착 수행을 했던 이가 자신의 친구 중에 시장 기사가 평생소원이라는 친구가 있다고 했다. 시장 기사가 평생소원이라니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 소원 한번 들어주자 생각하고 얼굴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채용을 결정했다. 그 결과는 아주 좋았다. 시장을 끝낼 때까지 아무런 문제 없이 8년을 고락을 함께하면서 단 한 번도 불편을 끼치거나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었고 이후 시장을 그만두고도 10년을 넘게 좋은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취임하면서 업무추진비 등 판공비를 모두 공개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당시는 판공비를 공개하는 단체장이 거의 없을 때여서인지 여러 언론이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한 달 후 그동안 쓴 판공비를 모두 공개를 하자 실제 공개를 할 것인가 지켜보고 있던 언론과 시민단체들은 판공비 공개를 평가를 하면서도 비판 또한 거두지 않았다. 식비 지출의 경우 인원뿐 아니라 함께 식사한 사람들의 인적사항도 모두 밝히라는 거였다. 그건 개인 정보와 관련된 것이어서 밝힐 수 없다고 하자 몇 번 시비를 걸더니 그들도 어쩔 수 없었던지 슬며시 물러났다.

업무추진비는 늘 남아돌았다. 현금 지출은 일정 금액으로 엄격히 제한되고 대부분은 카드로 써야 했다. 카드는 수행비서나 운전기사가 가지고 다니면서 사용을 하기 때문에 시장은 카드를 만질 일도 없었다. 사실 판공비를 쓸 일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직원들 경조사비나 격려비, 행사나 모임에서 식사비 등 외에는 지출할 일이 그리 없었다. 때문에 회계 말에는 쓰고 남은 금액을 반납을 해야 했다. 매년 판공비의 상당액을 반납하자 시의원들이 ‘돈을 쓰라고 주는데도 반납을 하느냐면서 다음에는 판공비를 왕창 깎아야겠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친구들이나 가족 등 개인적인 식사 모임에서는 판공비를 쓸 엄두조차 내지 않았다. 그러니 아내가 사적인 식비 지출이나 물건을 사는데 업무추진비, 즉 법인카드를 쓸 일은 없었다. 

아내가 시장 부인으로 간부 부인들이나 여성 단체장 등과 식사 모임을 가져야 할 때가 가끔 있다. 이런 모임에서 아내가 사비로 식대를 몇 번 계산했던 모양이었다. 그러자 몇 번 지켜보던 담당 과장이 ‘사모님이 식대를 계산해도 아무도 사모님 사비로 식비를 계산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니 앞으로는 계산을 하지 말라’고 하더라는 것이었다. 이후로는 그 담당 과장이 법인카드로 먼저 알아서 계산을 하더라고 했다.  

수행비서는 시장이 가는 곳은 늘 따라다녔다. 수행비서가 하는 일은 각종 업무에 대한 조언을 하거나 행사장을 안내하고, 전화를 걸거나 받는 것이 거의 전부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수행을 끝내면 사무실에서 처리해야 할 잔무가 많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던 것이다. 때문에 퇴근이 매일 아주 늦는다는 것도 나중에야 알았다. 조금만 불편을 감수하면 될 거 같아 수행을 그만두고 사무실 일에만 전념하라고 했다. 전화는 그동안도 언제나 직접 걸고 받았기 때문에 크게 불편할 일은 없었다. 처음 수행을 그만두라는 말을 들은 비서는 시장이 자신에게 뭔가 못마땅한 일이 있어서 그러는 건 아닌가 크게 걱정한다는 사실을 운전기사를 통해 알았다. 그게 아니라는 것을 그에게 한참을 설명을 해야 했다.

행사장에 수행도 없이 혼자 들어오는 모습이 보기 딱하다거나 안쓰럽다는 시민들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민들은 오히려 혼자 다니는 시장이 보기 좋다면서 좋게 보기 시작했다. 

우리 시에는 네 명의 국회의원이 있었는데 이들은 항상 수행원들을 여러 명 데리고 다녔다. 수행비서와 시의원들이었다. 시민들은 시장과 너무나 대비가 된다면서 수군거렸다.

시장 부인이 공적인 행사나 모임에 시장 부인 자격으로 참석해야 할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담당 공무원이 차로 모시거나 수행을 한다. 그러나 그 차는 관공서의 공무용 차량이다. 경비를 써야 할 경우는 담당 공무원이 부서의 업무추진비 카드로 집행을 했다. 도청이나 다른 지역에서 하는 행사나 공적인 모임에 참석해야 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이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집으로 차를 가지고 와서 시장 부인을 모시는 경우는 없다. 이동은 본인이 알아서 한다. 아내의 경우는 운전을 못 했기 때문에 거의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했다.  

도지사나 광역 시장, 일선 시장이나 군수, 구청장 등이 수행비서를 데리고 다니면서 사적인 일을 시키거나 법인카드로 자신의 밥을 사 먹거나 필요한 물건을 사는 일은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법을 떠나 그것은 상식이다. 부인의 그런 일탈을 도지사는 정녕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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