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을 놀리고 웃던 아이들
내가 초등학생 때 같은 반의 남자아이들은 자기네들끼리 놀면서 ‘야메떼’거리곤 했다.
“야메떼”는 ‘그만해’라는 뜻의 일본어이다. 당시 야동 하면 일본산이 제일 많이 소비되었으니 일본에서 찍힌 야한 동영상에서 여성 인물이 성관계 중에 “그만해”를 외치는 것을 그들만의 은어로 사용한 것일 테다.
어린 나이에도 나는 굴욕감을 느꼈었다. 남자애들은 나 같은 여자애가 그 말을 어떻게 느낄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같다. 혹여나 고의로 굴욕감의 효과를 알고 썼을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굉장히 보편적인 단어였다. 우리 반만의 문제는 아니었고, 그들이 게임을 하며, 혹은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배운 그 또래의 말투였다.
이제는 그런 말을 쓰는 사람은 없다. 간혹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옆에 앉은 남자 청년들 테이블에서 껄끄럽게 그 단어가 들려올 때도 있지만, 적어도 제정신인 사람이 그렇게 말하는 것은 흔치 않은 시대가 왔다.
어른이 되서도 나는 종종 초등학교, 중학교의 그 잔인하고 치열했던, 그날들의 말과 표정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던 중 ‘야메떼’. 그 단어가 갑자기 게슈탈트 현상처럼 이질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쓰지 않지만 꽤 오랫동안 많은 아이들이 썼던 그 말이 정확히 어떤 것을 의미한 것이고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고, 왜 내가 그날 굴욕감을 느꼈는지 말해진 적은 없었다.
그들이 본 것은 섹스가 맞는가?
“야메떼”. “그만하라고” 상대방이 외치는 성관계는 정말 성관계일 수 있나? 상대방의 동의가 없으면 섹스가 아니라 강간이다.
그때부터 남아들은 강간을 보며 섹스를 배웠고, 폭력을 보며 흥분하게 된 것일까? 그래서 커서도, 그렇게 자신이 휘두르는 무의식적인 성폭력에 둔감한 것일까.
그들은 야메떼가 어떤 의미인지 알면서 혹은 그것도 모르는 괘씸한 상태로 서로 장난치며 그 말을 꺼냈고 서로를 놀려가며, 강간을 희화화했다.
그들에게 강간은 그렇게 쉬웠겠지.
하지만 나는 앞으로 그들이 야메떼를 무서워하길 기도한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 것이다.
야메떼가 결코 장난의 결에서 그 입에서 나올 수 없도록 만들 것이다.
만약 본인이 인격적으로 상처받고 처맞는 상황에 처했을 때, 그 입에서 겨우 짜여 나올 “그만해”라는 말의 무게를 알도록. 그렇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