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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ryblack Nov 11. 2022

내게 빛이 사라졌다

1분 소설


‘파밧’


조명이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했다.

벽에 식물의 그림자가 비췄다가 사라졌다가, 종국에는 모든 빛이 사라졌다.

 동네에 이사와서 정전은 처음이었다.

선물을 받은 캔들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다시 의자에 앉았다.


종종 일상을 나누던 친구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아무런 답이 오지 않았다.


숨이 조금씩 텁텁하게 차오름을 느꼈다.

일산화탄소 중독인가.

혹시 모르니 창문을 얕게 열어두었다.



처음에는 잠을 자고 나면  정전이 멈출거라 생각했다.

다음날 해가 뜰테니까.


잠이 쉽사리 오지않았다. 왠일로 거리도 조용했다. 바깥의 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일상처럼 핸드폰 알람에 맞추어 일어났고, 세수를 했다.

출근을 하려 했으나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았다. 거리에 이상하리만큼 사람이 없었다.

상사에게 메세지를  , 동료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1지워지지 않았다.



그냥 소리내어서 숨을 들여마셔보았다.

뿌연 안개가 유독 많이 내려앉아있어서

먼지맛이 느껴졌다. ​​


햇빛 한줄기가 다급했다.



다시 집에 돌아와 앉아 들어오지않는 조명을 틱탁거렸다.

뉴스는 별게 없었다. 매일 같은 정치. 누군가  말실수 같은 것들이 올라왔다.

검색해보아도 나의 달라진 일상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친구에게 전화하고싶은 욕망이 차올랐다.

카카오톡 친구목록을 뒤적였다.

프로필 사진을 차차 확인하며

별일이 없는 데도 전화해도 괜찮을 사람을 찾았다.

그닥 그럴만한 사람이 없었다.


어제 메세지를 남긴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 - 소리가 이어졌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조용하고 조용한.

다시 밤이 찾아왔다.

조명은 켜지지 않았다.


이불을 끌어안고 머리카락을 쓰다듬, 축축하고 얕은 온기를 느꼈다

어깨를 잡았고 결을 만졌다.

내일은 한줄기 빛이 내렸으면.

내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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