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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결 디자이너 Oct 14. 2022

금식으로 알게 된 것

묻고 또 묻는 것,

10월 12일 오후 2시~10월 14일 새벽 6시까지 

금식을 했다. 난생처음 해본 금식. 무슨 일이 일어날까.

잘 되어가는 것 같으면서도 갑갑한 마음이 지워지지 않는 것이 , 청소를 해도 그때뿐이고, 산책을 해도 하루만 그때뿐이다. 내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묻고 또 물으며 한 발짝씩 전진한다...

이 기분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다. 참된 내가 억압되고 있는 것 같은 공허함이다.

온전한 내가 되지 않는 정신적 번민이라고 해야 하나. 

 


나의 비전은 무엇일까.


회사를 떠나온 사람들은 다들 하는 고민일까. 지속적인 일이 없는 프리랜서의 자연스러운 고민인가.

회사에서도 사실 나는 톱니바퀴처럼 일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20년 제법 만족하고 다녔지만 회사로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다. 패션이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20대 열정을 담을 곳이 필요했고 패션은 하나님이 보내주신 길이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그렇게 믿는다. 수줍음 많고 조용한 내가 패션을 할 거라고는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앞으로 40대 열정을 담을 한 문장으로 써야 하는 비전.  브랜딩 수업에서 계속 강조하는데. 난 한 문장으로 안 써진다. 길게 쓰고 지우고 또 지운다.  


열심히 일하고 난 뒤 왜 허탈감이 남는가. 자유로 주어진 시간이 기쁘고 즐거우면 안 되나?


지금의 모호함은 처음 퇴사하고 드는 모호함과는 좀 다르긴 하다. 

색채심리, 미술치료 현장을 경험할수록 지속적인 일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열정을 실현할 기회가 없다는 게 문제다. 프리랜서의 고독인가.


열정을 다해 준비하고 도전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끝이다.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어올 줄 알았다. 

나란 사람은 잠깐의 만족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은 것이다. 

지속적으로 나를 끌고 갈 무언인가 필요하다.



일단 비워야겠다. 배가 꽉 찬 느낌도 싫고 엉덩이가 무거워진 느낌도 싫다.

가벼워지고 싶다.

내가 무슨 교만이 있던가.

난 성실히, 도덕적으로 잘 살고 있는 거 같은데.... 

이 생각에서 출발했는데 하마 성경 정은수 집사님 유튜브를 보다가 금식을 하자.  

이 말이 툭..... 나오게 된 것이다.


그래서 금식을 가족들에게 선포하고 배실장 님께도 알렸다. 난 이럴 때 결정은 참 빠르다.

"금식은 물도 안 먹는 건가요?"

"물만 먹어, 이틀째 힘들어, 기도할게.

주여 회개의 영을 부으사 혹여 죄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들이 있다면 깨달아 알게 하시고

생각나게 하셔서 회개함으로 주 앞에 거룩하고 깨끗한 선미가 되게 하소서. 

선미에게 품으시고 심어주신 선미를 향한 주님의 뜻을 보여주소서.

알게 하소서, 인도해주소서.

선명하게 주님의 마음이 향하는 곳을 보게 하셔서 주님의 뜻을 이루게 하소서.

만남의 축복과 인도하심의 축복을 주소서. 성령 충만케 하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카톡으로 기도를 보내주셨다. 왜 내가 금식기도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이유를 말로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는데 

이 중보기도를 보고 내가 무엇을 기도해야 하는지 알았다. 

나의 죄를 인식하고 깨닫고 회개하고 선한 마음이 되는 것. 

주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쓰임받는 자임을 확인하는 것. 


첫날, 가족들 저녁 준비는 해야 하니 저녁 삼겹살을 구우면서도, 좋아하는 계란말이를 하면서 식욕이 당기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이게 되는 일인가. 신기할 정도였다. 

하지만 둘째 딸이 한 접시를 비우고 또 삼겹살을 구워달라고 할 때.


"너무 한 거 아냐, 엄마 지금 금식 중이라는데 또 먹고 싶냐,?"

"(진짜 궁금한 얼굴로) 아니 엄마 왜 하는데?"

"비전을 찾으려고 하지~~`"


아이가 '비전'이라는 말을 이해할까 싶으면서 이런 말은 하는 내가 좀 웃기긴 했다.

나의 비전을 찾으려다가 딸이 맛있게 더 먹고 싶다는 저녁 비전을 죽일 수는 없었다. 

뒤늦게 들어오는 큰 딸의 저녁도 삼겹살로. 

세 번의 삼겹살을 구워도 먹고 싶은 마음은 절제가 되었다. 


다음 날 새벽기도를 갔다. 

"너희에게는 심지어 머리털까지도 다 세신바 되었나니 두려워하지 말라 너희는 많은 참새보다 귀하니라."

누가복음 12: 7



둘째 날도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고 싶지 않아서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싶었다. 

하지만 일상을 살지 못하면서 금식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생각에 일정을 강행했다. 

오전엔 미술동아리 회원들과 집 앞 남한산성 제2 옹성을 올랐다. 

조금만 올라갔는데도 전경이 확 트인 상쾌한 곳이었다. 그림을 그리며 귤, 빵, 초콜릿을 꺼내는데....


"저 간헐적 단식하고 있어요. 몸을 좀 가볍게 만들라고. 가슴도 답답하고 "


정말 더 신기한 건 그 맛있는 것들이 식욕을 당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1시쯤 내려와서 줌으로 마케팅 콘퍼런스를 듣고 

저녁 7시에 또 릴라 창조성 브랜딩 줌 수업에 참석했다.

아이 저녁으로 또 호박을 굽고 계란말이를 하고 어제 남은 삼겹살을 또 구웠다. 

이젠은 먹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허기가 몰려왔다. 

배가 쏙 들어가고 가볍다는 느낌이 좋았다. 


저녁 9시가 되자 허기가 몰려오는데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어지럽기까지 하다.


"괜찮니?"

배실장 님한테 카톡이 왔다. 나를 챙기고 있는 마음에 울컥했다. 


"말씀 읽으라,

시편, 기도할게.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비록 벗 됨으로 인하여서는 일어나 주지 아니할지라도 간청함을  인하여 일어나 요구대로 주리라 누가 11:8>

금식하며 간청하는 기도를 분명 들으실 거야, 하나님의 선하신 성품을  신뢰함이 기도의 동력이 되길 바래., 

어떤 상황이나 힘듦이 내 앞에 산같이 높을지라도 하나님께서 내 삶에 함께 하시고

가장 좋은 것으로 주시길 원하는 아버지이심을 묵상하며 

주님의 뜻대로 사용하여 주시길 기도하자. 같이 기도할게~"

 


늦게 들어온 신랑이 불닭볶음면을 끓여 먹으며 '아 맵다 매워~~~'하면서 계속 입맛 다시는 소리를 냈다.

11시 이제 아무것도 할 의욕이 없다. 이틀이 힘들다고 했는데 이게 임계점인가 싶었다.

물은 한 모금 먹는데 역류하는 것 같다. 

바로 침대로 가서 누웠다. 몸이 내 관으로 들어가는 기분--;;;;


"하나님 저 내일 새벽 기도 마치고 6시에 김하고 밥하고 계란 프라이랑 먹을 거예요. 

꼭 응답을 주세요."



다음날 눈을 떴다. 어제저녁 잠들 때보다는 기분이 괜찮다.

왠지 설레는 마음으로 새벽기도를 갔다. 

찬송을 무엇을 부르실까. 성경말씀은 뭐가 들릴까. 

한 번도 내가 이런 마음으로 교회를 간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청소년부 예배를 진행해야 하니까 , 주일 성수를 하라고 하니까 신랑이 성가대 찬양을 이끌어야 하니까 

당연히 교회를 가고 있는 나를 봤다. 


4분이 새벽기도를 하는 교육관에 앉아계신다. 항상 그 자리를 지키시는 권사님, 장로님들

맨 앞에서 예배를 드리는 권사님이 안 보인다. 그러고 보니 어제도 안 나오셨다는 것을 오늘 새벽에 알아차렸다.


" 찬송가, 539장을 펴세요."


너 예수께 조용히 나가.

1. 너 예수께 조용히 나가  네 모든 짐 내려놓고 주 십자가 사함을 믿어 죄 사함을 받으라

2. 주 예수의 은혜를 입어 네 슬픔이 없어지리니 네 이웃을 늘 사랑하여 너 받은 것 거저 주라

3. 주 예수를 친구로 삼아 늘 네 옆에 모시어라 그 영원한 생명 샘물에 네 마른 목 축이어라

4. 너 주님과 사귀어 살면 새 생명이 넘치리라 주 예수를 찾는 이 앞에 참 밝은 빛 비추어라

후렴

주 예수께 조용히 나가 네 마음을 쏟아노라 늘 은밀히 보시는 주님 큰 은혜를 베푸시리


나에게 주시는 음성인 찬송가에 형광펜을 칠했다. 

찬송가를 부르며 주 예수를 친구로 삼아 늘 네 옆에 모시어라....

나는 '주세요. 이렇게 되게 해 주세요. 제가 하는 일 잘 되게 해 주세요~~~' 이렇게 기도했다. 

만약 진짜 친구한테 달라고만 하면 그 친구는 나를 떠나갈 것이다. 

잘 풀리는 일은 내가 하는 일이 아니라 주님이 하는 일임을 고백해야 했다. 

마음이 가시밭인데 아무리 잘 심은들 열매가 맺힐 리 없다는 걸 알아야 했다. 


목사님 설교말씀이 시작되었다.

누가복음 12장 13~21절 을 펴세요.


13 무리 중에 한 사람이 이르되 선생님 내 형을 명하여 유산을 나와 나누게 하소서 하니 

14 이르시되 이 사람아 누가 나를 너희의 재판장이나 물건 나누는 자로 세웠느냐 하시고 

15 그들에게 이르시되 삼가 모든 탐심을 물리치라 사람의 생명이 그 소유의 넉넉한 데 있지 아니하리라 하시고


정말 나는 깜짝 놀랐다. 한 글자한글자가 나를 향해하는 말 같다. 

사실 요즘 집안의 유산문제로 속상한 터였다. 일부러 잊는 척, 모르는 척하고 있으나 자꾸 올라오는 돈문제.

유산의 예시가 딱 나와서 너무 놀랐다. 원망과 불평을 하는 씨가 심어졌으니 마음밭이 돌밭이겠다.

재물을 많이 소유하는 것이 행복과 평안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하는 그 의도를 읽으시는 예수님이시다. 

어제 주식으로 날린 돈 이야기를 쓰고 이 말씀을 또 들으니 '선한 욕심'이라고 합리화를 시킨 나를 보게 하셨다. 

내 죄는 탐심이다. 


19 또 내가 내 영혼에게 이르되 영혼아 여러 해 쓸 물건을 많이 쌓아두었으니 평안히 쉬고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자 하리라 하되

20 하나님은 이르시되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준비한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 하셨으니

21 자기를 위하여 재물을 쌓아두고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하지 못한 자가 이와 같으니라


요즘 구 신사임당과 현승원 대표님 유튜브를 보는데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는 걸 안다. 

크리스천도 부자가 될 수 있구나. 다른 관점을 보여주는 분이다. 

세상을 살면서 돈으로 무엇을 채우려고 하는지를 묻는다. 


나는 성경책 옆에 "생명의 주관자."라고 썼다. 

배가 고픔의 몸의 한계를 겪고 나니 생명, 내 몸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겠다.

영혼을 거두어가면 남는 것은....

한 끼 한 끼 먹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고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물처럼 흘러가는 것이 행복인 것 같다. 

행복은 물결과도 같다. 잡히지도 잡는 것도 아닌 성질의 것이다.  


29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하여 구하지 말며 근심하지도 말라

30 이 모든 것은 세상 백성들이 구하는 것이라 너희 아버지께서는 이런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것을 아시느니라

31 다만 너희는 그의 나라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런 것들은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나는 본질적인 사랑의 근원을 찾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난 알았다. 나의 결핍은 자기 사랑이라는 것을.....

부족하기에 계속 찾아다닌다.

나를 채워서 행복한 기분이라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통해 행복한 기분을 느끼는 사람.

참 아이러니하지만 나는 그게 좋고 그럴 때 내가 되는 것 같다.

이런 내가 가족을 통해 불평, 불만을 품고 있느니 결이 달라지는 것이다. 

자기 유익을 찾지 않고 다른 사람을 섬기는 사람이 되라고 하신다.

더 큰 사랑으로 품으라고 하신다. 

내가 너를 큰 사랑으로 품고 있느니 너도 다른 사람을 섬기라고 한다. 

자기 사랑, 나의 결핍은 나의 창조주를 만나면  고유성이 된다. 

진정한 나 자신의 영혼을 붙들고 계신 분이다. 이 세상에 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생기게 하신다.

내가 순수한 욕망을 가질 때 보여주시고 길을 열어 주실 것이다.


새벽기도를 다녀와서 나를 위한  거룩한 밥상을 차렸다. 

나를 품고 있는 하나님이 주신 사랑의 지은 밥, 제일 좋아하는 맛김, 부드럽게 부친 계란 프라이.

잘근잘근 씹어서 음미한다. 

말씀이 이렇게나 맛있었던가.

감사히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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