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까운 데로 이사가고 싶다.
중학교 1학년 총회가 있는 날이다. 저녁 7시 30분에 각자 반에서 담임선생님과의 만남의 시간을 갖고 신학습관에 모여 총회를 한다고 한다. 5시 어린이집 미술수업을 끝내고 부랴부랴 움직였지만 9번버스가 빨리 오질 않는다. 평일 배차 간격이 늘었나? 거의 30분에 한대씩 산으로 올라오는 듯하다. (우리집은 남한산성 산위에 있다) 30분을 버스정류장에 앉아서 기다리다가 산 밑으로 내려와 지하철을 탔다. 퇴근시간이라 그런지 복정역에서 분당선의 인파에 밀려 지하철을 한대 보냈다.
처음 만나는 담임샘 얼굴을 못 볼까봐 마음은 급하다.
학교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둘째가 아무래도 신경이 더 쓰여서 학급 분위기나 선생님 분위기도 보고 싶었는데 시간을 보니 학교 도착이 7시 50분이다. 이런...지하철 시간이 이러하니 내가 빨리 어떻게 한다고 시간을 단축시킬 수가 없는 노릇이다.
미금역에 내리니 비까지 추적추적 내린다. 7시 28분 도착했다. 택시를 타면 좀 늦게라도 교실에는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버스전용차선이 너무 길어서 택시를 잡기 어려웠다. 근처에 한 아저씨가 택시를 잡으려는 듯 서있는 것 같기에 그 아저씨보다 더 위로 올라갔다. 그러나 택시는 오지 않았고 카카오 택시는 배차가 안되었다. 성남, 경기 택시가 안태워요 ~~하면서 지나갔다. 뭐야. 여기 서울이었나? 택시가 올 모양새가 아니어서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이우학교까지 가는 버스는 2대인데 역시 배차 간격이 길었지만 내가 왔다갔다한 시간이 허무하지 않게 몇분 기다리지 않고 왔다. 오늘 알아낸 점은 8번출구로 나오면 택시를 잡기 힘들다. 버스정류장이 쭉 있고 택시가 들어올 수 없는 공간이기도 하고 택시가 안 다닌다. 대각선 방향으로 나와야 직진하는 택시를 잡아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혹시 또 늦을 일을 대비해 택시 동선을 체크해본다.
미금역에서 2정류장만 가면 학교 근처에 내린다. 다행히 찌그러진 3단 노란우산을 가지고 나왔으니 망정이지 빗방울은 더 굵어졌다. 어두컴컴해서 창문밖으로 잘 보이지도 않는다. 이우학교로 가는 한 정거장의 길이가 꽤 길다. 이쯤이면 내려야 하는데? 하고 방송을 듣고 버스 노선표를 보니 이미 정류장이 지났다. 헉..... 깜짝놀라서 다짜고짜 벨을 눌렀다. 아저씨는 "여기 맞아요?" 하고 묻는다. 나는 "네~" 하고 대답하고 혼자 부랴부랴 내린다. 내리고 보니 아저씨가 '여기 맞아요? '라고 한 이유가 있었다. 무슨 저수지 표지판이 있고 집과 건물은 아무것도 없는 외진 곳에 내린 것이다. 여기는 어디인가......
뒤늦게 학교로 향하고 있는 신랑한테 여기로 데리러 오라고 했다. 여기가 어딘지 설명하는데도 한참을 걸렸다. 찌그러져서 잘 펴지지도 않는 노랑 우산에 의지하여 신랑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신랑차를 탄 시간이 8시 50분. 아..이게 왠 머피의 법칙인가.....한숨만 나오는데 가야하나.....
고 1 총회를 갔었기에 비슷한 말을 하지 않을까. 신랑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했다.
"배고파 죽겠네. "
"그냥 저녁먹으러 가자"
그렇게 우리는 학교앞에서 차를 돌려 집으로 왔다.
"우리 선생님 여자야?"
집에 와서 아무 소리 안하려고 하는데 둘째가 대뜸 물어본다. 안 간거 어떻게 알고 물어보는건가?
"남자선생님이잖아. 무슨 말이야?"
"오늘 우리 선생님보고 친구 엄마가 미인이래~"
"아~~"
속상하다 속상해!!!!
6년을 어찌 이렇게 다니냐~~~~
학교 가까운 데로 이사가고 싶다.
글을 쓰며 다시 생각해보니 미금역은 경기도다. 경기 택시가 왜 승차거부를 한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