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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과 꿈 Jul 05. 2024

한 시대를 노래하다

- 음악으로 쓰는 에세이(20)

 이 글을 마지막으로 음악으로 쓰는 에세이라는 설익은 제목으로 써 왔던 시리즈를 마감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마지막을 대중음악을 선택하여 음악이 가진 사회적 영향력에 대하여 생각해 볼까 한다. 흔히 현대를 일컬어 대중문화의 시대라고 말한다. 이 말은 얼핏 듣기에 문화의 향유층이 과거와 같이 소수의 지배층 혹은 상류층에서 일반 대중에게까지 확장되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현대의 문화 현상을 설명하기에 충분한 말이라고도 할 수 없다. '현대는 대중문화의 시대'라는 말에는 보편적 현상으로서의 문화라는 의미와 함께 문화를 주도하는 대중의 영항력에 대한 함의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문화는 그 시대의 이데올로기를 반영하고 있다. 서양 사회에 있어 중세시대의 문화는 기독교라는 종교가 제시한 준거틀을 벗어날 수가 없다. 인간과 세상에 대한 모든 것이 기독교의 사상과 교리로서 설명되던 시대였다. 중세시대를 지나 문화사적으로 르네상스와 바로크시대에 이르기까지 기독교의 영향력은 위축되었다. 인문학에 대한 관심의 증가로 문학과 예술의 주제에 인간이 등장하고 상업과 해상 무역의 발달, 그리고 과학 기술의 발전 등으로 인간과 세상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바로크시대를 이어 등장한 18세기의 고전주의시대는 귀족의 시대였다. 그리고 19세기 낭만주의는 귀족을 대신해 시대를 주도했던 시민사회의 이념을 대변했다. 그러다가 근대를 지나 현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대중문화가 싹이 틀 수 있었다. 20세기에 대중문화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이면에는 '복제'의 개념이 등장한 까닭이 컸다고 생각한다. 세기 초에 발명된 사진과 영화와 같은 영상예술이 예술의 대중화를 앞당겼다. 또한 레코드의 발명은 음악회장으로 힘들게 발품을 팔지 않더라도 집에서 음악을 접하게 되었다. 1960년대에 등장한 팝아트도 기존의 미술이 가지고 있었던 마스터피스의 개념에 대한 부정을 작품화한 것이다.


 지난 20세기를 출발점으로 해서 21세기인 현재에 이르기까지를 '대중문화의 시대'로 규정할 만큼 대중예술은 현대의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문화를 한 시대의 반영이라고 할 때 문화는 삶의 다양한 국면을 표현하고 주장한다. 특히 음악은 어떤 장르보다도 사회 현상에 감응하는 속도가 빠르고 사회 구성원에게 미치는 파급력이 강렬하다. 1930년대만 해도 댄스 음악에 불과했던 재즈가 1940년대에는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군 복무로 연주가 부족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편성으로 구성된 비밥 재즈를 탄생시켰다. 이와 같은 표면적인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소편성의 빈약한 사운드를 연주자의 기량으로 채우면서 재즈가 즉흥 연주를 기반으로 높은 음악성을 획득했다는 것이다. 이후로 20년 동안 재즈는 쿨재즈, 하드밥, 프리재즈 등 새로운 양식을 창조하는 치열한 음악적 모색을 통해 클래식에 견줄 만한 예술 음악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렇게 재즈가 고급 예술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에는 재즈가 구현하는 즉흥 연주가 근, 현대사회가 추구하는 이념인 자유와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음악은 메시지의 전달에도 유용한 수단이 된다. 특히 가사가 수반되는 노래의 메시지 전달 기능은 음악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노래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흔한 사랑에 대한 기대, 혹은 실연의 아픔일 수도 있지만 사회 고발과 같은 정치적인 내용을 담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월남전의 발발에 따른 반전과 흑인의 공민권 투쟁 등 자유와 인권에 대한 요구가 분출했던 1960년대 포크가수 밥 딜런이 부른 browin' in the wind를 비롯한 모던 포크(morden folk) 음악과 이에 영향을 받아 1970년대 국내에서 통기타 바람과 함께 시작된 포크 음악 중에서 김민기가 직접 가사를 쓰고 곡을 붙인 일련의 의식이 있는 노래들이 있다. 특히 양희은의 노래로 출반한 '아침 이슬'은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저항의 현장을 지켜온 노래였고 심지어는 촛불의 현장에서도 이 노래는 잊히지 않고 여전히 불리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작곡자의 의도 유우와 상관없이 세대를 뛰어넘어 사랑을 받아온 참 민중가요라고 할 만하다.

 대중음악이 클래식음악이 뛰어난 지점이 바로 사회적 영향력과 감응력에 있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클래식음악은 소수의 애호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중음악과 같은 영향력을 사회에 끼치지 못하는 현실에 아쉬움을 느낀다.

 혼돈과 불편함이 상존하는 시대에 저항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1980년대 초 좌절과 억눌림의 시기를 경험했기에 사회의 불편부당한 현실에 대한 저항의 자리를 같이 한 노래에 대한 오마쥬를 표하고 싶다.




밥 딜런 외, Browin' in the wind (뉴포트 포크축제 실황)


노찾사(노래를 찾는 사람들)가 부르는 '아침 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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