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인구는 520만 명이 된다. 그중 노래 잘하는 사람은 몇 명 정도일까? 노래에 관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수년간, 각 방송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수없이 쏟아져도 ‘우와 어쩜 저래!’ 하며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게 만드는 노래 잘하는 사람은, 줄기는커녕 끊임없이 업그레이드되어 나타난다.
뒤늦게 보기 시작했지만, 최종 경연까지 그야말로 어메이징한 참가자들 실력에 흠뻑 빠져 보았던 <싱어게인2>는 무명 가수들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기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심사위원을 맡은 가수 유희열, 이선희도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경연자들이 매주 등장했다. 화제가 되었던 심사위원 다비치의 이해리는 놀라움에 더해 경탄스러움의 입을 다물지 못한 표정으로 누리꾼들에게 ‘진실의 턱’이란 별칭을 얻기도 했다. 가족들과 이런 경연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늘 하는 말은
우리 집만 빼고 노래 다 잘하는 것 같아!
나는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참 부럽다. 자신의 몸이 울림통이 되어 늘 악기가 될 수 있다니, 상상만 해도 멋진 일이다. 내가 비록 우리나라에서 그 ‘유일하게’ 비켜 간 노래 잘하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노래를 부르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에 내 목소리를 얹기만 해도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특히 혼자 운전하면서 노래를 부를 때면 내가 꽤 괜찮은 ‘실력자’라는 착각에 빠지면서 기분이 더 좋아진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 음악에 도취해 감정 몰입은 과장 한 스푼 넣어 <싱어게인2> 출연자들 못지않다. 옆 운전자가 지나가다 혹시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면 ‘웬, 삑삑삑’ 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나만 있는 이 공간에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 ‘자기도취(자뻑)’시간인데 무슨 상관이랴! 싶다.
회사 출근 시절, 김포공항보다 더 들어간 곳에 사무실이 있어 집에서 꽤 멀었다. 한 시간 남짓 올림픽대로를 운전하고 다니면서 이때 특히 노래를 많이 듣고, 불렀다. 김동률의 <출발>은 출근하기 싫은 먹구름 같은 마음을, 회사에 여행이라도 떠나는 것 같은 사기성 짙은 맘으로 잠시 바꿔 놓기도 했고, 성시경의 <거리에서>는 노래방에서 마이크 부여잡고 부르던 감성을 불러냈다. 아이유 언니의(노래 잘하면 다 언니!) <좋은 날>은 귀여운 척하며 세상 고음을 질러댈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막히는 퇴근 시간 운전이 만만치가 않아 결국 지옥철이라 불리는 대중교통을 택했을 때, 나만의 공간에서 노래를 부르던 그 시간이 나에게 회사 일, 집안일 스트레스를 꽤 해소해주고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노래가 나의 도파민이라고 하면 너무 간 걸까?
도파민은 인간을 흥분 시켜 인간이 살아갈 의욕과 흥미를 부여하는 신경 전달 물질 중 하나이다. 인간이 무언가를 하고 싶고, 하겠다는 결심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출처:나무위키)고하니 인간이 삶을 살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첫 째 아이 훈련장으로 데릴러 가는 길, 둘 째 유치원 셔틀을 놓쳐 직접 데려다 주고 돌아오는 길에 라디오라도 켠다. 켜자마자 내 감성 자극하는 노래들을 만나 따라부르기라도 하는 날, 다운되었던 마음이 서서히 의욕적으로 올라오는 걸 보면 도파민 역할을 하는 것이 맞겠지 싶다.
작년 하반기, 초등학교 아이들 대상으로 그림책 리터러시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매주 수요일 10주간 송파구에 한 초등학교에 간 적이 있다. 회사 다닐 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데도 수요일 아침은 아이 둘 챙기고 나오느라 혼이 빠지게 바빴다. 하지만 차에 올라타 음악을 틀고, 가사를 흥얼거리면 말할 수 없는 해방감에 학교까지 운전해서 가는 20분 거리가 짧게 느껴졌다. 운전대를 놓는 것이 아쉽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같이 프로젝트를 참여했었던 청바지에 흰티만 입어도 예쁜 나이의 대학원 선생님 한 분이 물었다. “송아 선생님은 언제 제일 행복하세요?”. 망설임 없이 “운전하면서 노래할 때요!”라고 말했다. 행복을 주는 요소는 시시때때로 변하지만, 질문을 받았을 그때만큼은 정말 그랬다.
코로나 시기,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지금. 어느 때 보다 잦은 주기로 스트레스 마그마가 흘러나온다. 회사 다닐 때처럼 긴 시간 운전을 할 곳도, 수도 없다. 기분이 급속도로 다운이 된다. 마음의 지하가 몇 층까지 있는지도 모를 만큼 하염없이 내려가 우울함을 종종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쌓아두지 말고 가련다. 스트레스 쌓이면 바로! 나의 주크박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