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14일 사회 뉴스
이런 영상을 보면 연지가 기관에 다니며 애쓰선 시절이 생각나서 눈물이 난다.
어린이집 학대 얘기는 연지가 어릴 때도 있었다. 내가 없는 사이에 연지가 어린이집에서 부당한 일을 받을까 두려운 마음에 한글을 떼고 기관에 보냈다. 애가 글을 읽으면 선생님들이 아이한테 함부로 하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 일을 시작하기 전에 한글을 떼게 하려고 책을 많이 읽혔었다. 어린이집 입소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연지가 그런 얘길 했다.
'엄마, 선생님이 누구 엉덩이를 이렇게 이렇게 때렸어.'
너무 놀란 마음에 다음날 아침에 애를 들여보내고 원장을 불러 불안한 마음을 내비쳤더니
'아니에요 어머니, 저희 절대 그런 일 없어요.' 하고는 담임을 불렀고
'어머니 절대 아니에요.' 하면서 기가 차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것이다.
아휴,
그때 나는 면접을 보고 나서 출근을 앞둔 시점이라 가타부타 더 말하게 되면 그로 인해 연지가 또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아닌지 내심 걱정이 돼서 그만 돌아왔던 기억이 나지만, 퇴근 후 목욕을 시키면서 늘 아이 몸을 살폈던 것이 생각난다. 어느 날도 학대 영상 기사를 보면서 연지에게 물어봤다.
'연지는 어릴 때 이런 적 없었어?'
'나는 없었지.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선생님이 말 안 듣는 애들은 텐트에 잠깐 들어가 있게 하거나, 색칠할 때 서서 하던 아이들도 있었던 거 같애. 그런 것도 학대라고 볼 수 있나?'
5살 아이는 텐트에 들어가서 잠자코 기다리는 걸 학대라고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고, 다른 애들 다 앉아서 색칠 놀이하는데 저 혼자 서서 색칠해도 학대라는 걸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
또 하루는,
유치원에 다니던 연지가 어느 날부터 가기 싫다는 얘기를 했다. 연지에게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그냥 가기 싫다고. 여태 잘 다니던 유치원을 왜 가기 싫다는 것인지 알 도리가 없지만 싫다고 하니 '그럼 오늘은 가지 말고 내일 갈까?' '내일도 가기 싫어.' 그래서 일주일을 같이 있었는데,
'엄마, 선생님이 연지를 예뻐하시지 않는 것 같아.'
'왜 그렇게 생각해?'
'선생님이 누구는 예뻐하는데 연지한테는 관심이 없으신 거 같아.'
'......, 아이들이 워낙에 많으니까 모두에게 관심을 기울이긴 쉽지 않으실 거야.'
'그래도 쥬니퍼반 선생님은 연지를 예뻐하셨는데 그때랑 너무 달라서 속상해 엄마.'
이후 등원하며 선생님께 웃는 낯으로
'선생님, 연지가 선생님 사랑을 좀 받고 싶어 하네요~' 라며 생글거렸더니
'어머니, 제가 연지를 얼마나 많이 예뻐하는데요 헤헤 헤헤.'
그 웃음에 마음을 놓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평소 안면만 트고 지내던 동네 언니가 웬일로 차를 한잔 하자면서 연락을 해왔다. 언니가 마시자고 하면 마셔야지 거절할 수 있나 싶어 나가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헤어졌는데, 그 이후로 며칠을 잘 가던 유치원을 또다시 가기 싫다고 한다. 그래, 차라리 잘 됐다. 일도 그만뒀겠다 학교 가기 전에 엄마랑 신나게 놀러나 다니자 싶어 퇴소를 하겠다고 했더니 부원장 하는 소리가
'애를 집에 데리고 있으면 안 된다. 학교 가기 전에 한참 사회성을 길러줘야 할 나이에 엄마가 집에 왜 데리고 있으려고 하냐. 학교 가기 전에 준비할 것을 우리 유치원에서 다 해줄 것인데 엄마가 데리고 있으면 절대 안 된다. 아이한테 너무 신경을 쓰지 말고, 취미 생활을 좀 가져보면 어떻겠느냐. 지금 어머니가 아버님과의 문제로 힘드신 것 같은데...'
대략 이런 얘기였던 걸로 기억을 한다. 이 무슨 뚱딴지같은 얘기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헤어지는 마당에 가타부타 따지는 것은 무의미해 얘기하는 대로 듣고 퇴소하겠다 하고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나는데, 훗날 알고 보니 차를 마시자던 동네 언니가 그 유치원 임원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난다. 차를 마시면서 우리 집 사정 얘기를 듣고는 남편이 업무차 장기간 출장 가는 것을 두고 이혼으로까지 와전되어 부원장이 그런 얘길 했던 것이지.
아이가 잘 다니던 기관을 가기 싫다는 내색을 비치면 절대로 간과하면 안 된다. 기관에선 아이를 훈육한다는 빌미로 아이에게 함부로 하고 엄마한테 말하면 엄마가 큰 병에 걸린다거나 엄마가 일찍 죽는다는 말로 겁박을 한다. 엄마한테 선생님이 했던 일들을 얘기하면 혹시라도 엄마가 죽을까 봐 말도 못 하고 눈물만 뚝뚝 흘리고 마는... 남편 혼자 벌어서는 생계를 해결할 수 없어 맞벌이를 해야 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부모들이 많다. 그런 부모들을 빌미 삼아 작고 여린 아이들에게 함부로 말하고 행동하는 어른들이 잘 못이지 너네가 무슨 잘못이랴. 기관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해도 엄마는 절대 죽지 않으니 오늘 하루 뭐하고 놀았는지 매일매일 물어 우리 아이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지 않은지 잘 들여다보아야 한다.
https://brunch.co.kr/@amaranth/66
몇 해 전에 아빠가 큰 충격을 받고는 치매 증상을 보이신다. 아직은 괜찮지만 증상이 더 심해지면 엄마 혼자 케어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아 언젠가는 병원을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런 기사를 자주 접하다 보니 암담하다. 자식이 넷이나 되는데 옆에서 살뜰히 돌봐 줄 자식이 있을까... 늙고 병들어가는 부모를 보니 허투루 볼 수 없어 서글픈 마음만 눌러 담는다.
어리고, 늙고 병든 게 죄다.
나이 들면 죽어야지 죽어야지.
자식들 고생시키지 말고 빨리 죽어야지..
아이가 어릴 때는 온전히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으로
부모가 나이 듦을 온전히 지켜주지 못할 것 같은 미안함으로
오늘도 죄를 짓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