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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h Feb 08. 2021

"언제 밥 한번 먹자."

내가 백 년 식당에서 배운 것들_박찬일 지음, 노중훈 사진,인플루엔셜


<행복의 기원>의 저자 서은국 교수는 인간이 가장 큰 행복을 느끼는 순간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식사'라는 것을 심리학과 과학으로 증명을 했습니다. 먹는 것은 인간의 욕구 중 가장 기본적인 욕구에 해당합니다. 생존을 위해 먹는 것은 중요하기에 이 중요한 순간에 함께 했던 사람들과는 일종의 연대가 형성되는 것이죠. 먹는 것에 대한 연대.


"언제 밥 한번 먹자."


한국인들이 흔히 하는 말이지만 이 말에는 특별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너랑 내가 같이 밥을 먹고 살아남자는 것이죠.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밥이니까요. 대수롭지 않게 했던 얘기지만 의미있는 말이었습니다. 돈이 없어 밥을 못 먹고 있을 때 누군가 사주는 한 끼는 평생 잊지 못합니다. 그 사람이 사준 밥으로 그날 생존해서 오늘도 내가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언제 먹기로 했던 밥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그간의 얘기를 꺼내느라 두서가 없지만, 너 한번 나 한번 사이좋게 얘기를 주고받으며 그 사이에는 우리가 함께 먹는 음식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살아내기 위해 먹는 밥이죠.


하루만 지나도 어제를 추억합니다. 지난날을 추억하는 것은 지나온 시간에 내가 지나온 날들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날 그 시간에, 그 장소에 내가 있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우리가 함께 했던 순간이 내 기억 속에 머물러 있는 한 그 모든 순간은 내게 아름다운 추억이란 이름으로 자리하게 됩니다.


노포란 무엇일까요? 맛있어서 오래된 식당을 노포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맛있어서 오래된 식당 중에 가장 오래된 식당은 1936년부터 시작된 용금옥입니다. 1936년이면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이네요.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때도 많은 식당들이 자리를 옮겨가며 영업을 계속했고 현재는 노포란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1936년 용금옥에서 함께 밥을 먹었던 이들은 지금쯤 살아계실까요? 모르긴 몰라도 1936년 이후에도 용금옥을 찾아가서 밥을 먹은 사람들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곳에는 용금옥 뿐만 아니라 식당을 다녀간 이들이 지나온 시간도 함께 머물러 있던 공간이니까요.



노포에서는 어떤 공통점이 보였다.


첫째, 맛있다. 서두에서 썼듯이 맛이 없는데 살아남은 집은 없다.


둘째, 주인이 직접 일한다. 1년 360일을 일하는 주인도 많다. 직원은 돌아가며 쉬어도 주인은 뼈가 부서져라 일한다.


셋째, 직원들이 오래 일한다. 이것은 필요조건이라기보다 결과적인 면이다. 식당이 오래 살아남았다는 것은 내용이 있다는 것이고, 직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사람대우'를 해주니까 오래 다니는 것이다.


넷째, 대개의 노포가 깨끗한 편인데, 특별히 몇 곳은 그중에서도 각별하다. (p.16)


필자 또래의 나이라면, 이런 집에서 깊은 안정감을 느낄 것이다. 맛도 뭐랄까, 근원의 맛에 더 닿아 있다. 좋은 재료, 정확한 요리, 그리고 사심 없는 마음. 요즘 맛집이며 미식이며 하는 세태를 보면 지나치게 즉물적이다. 이른바 고급 요리란 화려한 인테리어에 호사스러운 서비스, 비싼 접시, 고급 재료나 미슐랭, 유학파 같은 딱지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니 사람들이 찾는 진짜 맛은 옥쇄되어 쓸쓸한 저 구석에서 혼자 방치되어 있는 듯하다.


쉽고 단순하며 맛있는 요리를 하는 건 가장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어떤 호도나 왜곡도 없이 맛의 정점을 표현하는 것 말이다. 아무 장식 없이 오직 맛에만 집중하는 그런 경지가 이 집의 메뉴들엔 깃들어 있다.(p.193)


사람의 힘을 믿습니다. 함께 일하기 시작한 직원은 평생 일할 수 있습니다. 정년도 없고 직원이 그만두고 싶을 때 비로소 퇴직합니다. 덕분에 대물림한 가게에서는 사장보다 업력이 오래된 주방장이 있어요. 한번 거래한 거래처는 바꾸는 일이 없고 물건값을 깎는 일도 없다고 합니다. 20곳의 노포가 모두 동일했습니다.


매일 만든 음식을 먹습니다. 자신이 만든 음식을 하루에 1번은 꼭 먹고, 그 식당의 음식을 가장 많이 먹어 본 사람은 주인입니다.


기본을 중요시합니다. 음식의 기본은 식재료이니, 좋은 재료를 구입해서 처음 장사 때와 똑같은 방법으로 세척을 하고, 맛을 내며 씨육수를 내기 위해 휴일도 기꺼이 반납하고 일을 하는 것이 노포의 주인들입니다.


노포는 원래 있었지만 노포가 알려진 시간은 길지 않은 것 같아요. 박찬일 셰프는 2012년부터 노포 탐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하네요. 어느덧 10년이 흘렀습니다. 이 책은 박찬일 셰프가 2016년 <백 년 식당>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던 책의 후속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허름한 식당의 가업을 이어받는 일은 좀처럼 드문 일이죠. 대를 이어가며 할 만큼 대단한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퍼져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인식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하는데 일등공신이 아마도 박찬일 셰프가 아닌가 싶습니다.


맛있어서 오래된 식당이 있어도 알려주지 않으면 알 수가 없습니다. 박찬일 셰프는 맛있어서 오래된 식당을 찾아다니며 한국의 식(食) 문화를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전쟁과 분단,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 50년 된 가게를 찾아보는 것도 힘든 상황인데요. 박찬일 셰프와 노중훈 작가의 노포 백년대계를 응원하겠습니다.


땡땡아,

코로나 종식되면 노포에서 밥 한번 먹자!






박찬일 지음

우리 노포 탐사 10년, 기나긴 여정을 기록하다

누군가는 ‘글 쓰는 셰프’라고 하지만 본인은 ‘주방장’이라는 말을 가장 아낀다. ‘노포(老鋪)’라는 단어가 생소했던 시절부터 오래된 식당을 찾아다니며 주인장들의 생생한 증언과 장사 철학을 글로 써왔다. 세계에서 인구당 식당 수가 제일 많고, 그만큼 식당이 쉬이 폐업하는 나라, 대한민국. 그럼에도 격동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버티고 이겨낸 노포의 민중 사적 가치를 발견하고 기록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아무도 하지 않으면 우리가 하자’며 후배 노중훈과 의기투합해 전국의 ‘백 년 식당’에 근접한 노포들을 찾아 취재하기로 했다. 그렇게 2012년 ‘노포 탐사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전국의 ‘밥장사의 신’들을 찾아 발로 뛰며 취재한 지 어언 10년 가까이 흘렀다. 그들의 숭고한 노동과 벅찬 인심과 변치 않는 맛을 정리해 <백 년 식당>(2014), <노포의 장사법>(2018) 두 권의 책을 펴냈다. 이 책들로 말미암아 서울시의 ‘오래가게’사업 등이 시작됐고, ‘뉴트로 트렌드’를 타고 사회∙문화적으로 노포의 가치가 알려지고 관심이 확산되는 데에 일조했다.


매일 주방을 드나들면서도 <오사카는 기꺼이 서서 마신다>,<오늘의 메뉴는 제철 음식입니다>,<추억의 절반은 맛이다>,<지중해 태양의 요리사>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한겨레>,<경향신문>등의 매체에도 글을 쓴다. 서울 서교동과 광화문의 <로칸다 몽로>와 <광화문 국밥>에서 일한다.


노중훈 사진

노포에 깃든 시간과 내공을 사진에 담다

여행작가. 글도 잘 쓰고 사진도 잘 찍고 말도 잘한다. 라디오와 맺은 인연이 깊다. MBC 라디오 <노중훈의 여행의 맛>을 햇수로 8년째 진행하고 있으며, 다수 프로그램에 고정 게스트로 참여하고 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 경험을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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