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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이로운 고작가 Jun 06. 2021

초능력보다 내 능력

난 가끔 '시간을 멈추게 하는 초능력이 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일이 밀렸을 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곳에서 혼자 있고 싶을 때 등등...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한 번쯤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에... 정말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나만 빼고 온 세상의 시간이 멈춘다면 어떻게 될까?


멈춰버린 시간과 관련된 재밌는 영화가 한 편 있는데 바로 '가려진 시간'이라는 영화다. 멋진 강동원 오빠가 나오니 눈호강을 하고 싶은 여성분들은 필히 보길 바란다. 강동원은 극 중에서 초등학생인 성민으로 출연하는데 친구들과 함께 공사장 발파 현장을 구경하기 위해 산으로 갔다가 어떤 사건으로 인해(스포가 될까 봐 비밀^^) 시간이 멈춰버린 세상에 갇히게 된다. 처음에는 좋았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고, 놀이터에서 하루 종일 놀아도 되고 맛있는 음식을 맘대로 훔쳐먹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성민은 멈춰버린 세상에 두려움을 느끼고 다시 세상이 예전처럼 움직이길 바라고 기대한다.


영화 <가려진 시간> 중


성민의 바람과는 달리 멈춰버린 시간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10년이고, 20년이고 계속 멈추어있었다. 그 사이 성민은 갇혀버린 시간 속에서 혼자 어른이 되고 세상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어른이 된 성민을 알아보지 못한 채 범죄자 취급을 한다. 더 말하면 스포가 될까 봐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난 이 영화를 보면서 이따금씩 시간이 멈추길 바랐던 내가, 시간을 멈추게 하는 초능력을 갖고 팠던 내가 얼마나 끔찍한 생각을 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아주 잠깐 시간이 멈춰있는 거면 몰라도 오랜 시간 동안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세상 속에 혼자 살아간다고 상상을 하면 너무 외롭고 무서울 것 같다.


순간이동이든, 염력이든 사람은 누구나 초능력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 역시 시간을 멈추는 것 외에도 누군가를 내 옆으로 올 수 있게 만드는 '소환술'이나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때때로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초능력'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면서 실제로 사람들이 초능력을 맘대로 휘두르는 세상이 온다면 더 이상 초능력은 특별한 것이 아닌 누구나 갖고 있는 하나의 기술 혹은 능력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초능력보다 더 값진 능력을 갖고 있지만 항상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해 바라고 희망하기 때문에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능력들이 얼마나 가치 있고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신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한 가지 능력을 주신다고 했다. 나에게 없는 새로운 능력을 갈구하기보단 내가 가진 능력을 찾아서 활용하면 어떨까? 초능력으로 세상을 요리조리 움직이는 것보다 더 값진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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