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코로나19 백신을 맞게 되었다. 오매불망 기다려왔던 일인데 막상 맞으려고 하니 백신 접종 후 사망했다는 뉴스 기사가 자꾸 눈에 들어온다. 내가 자주 접속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비슷한 사례에 대한 글이 몇 개 올라와서 걱정이다. 친구들 중에도 백신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애들이 많아서 예약은 했으나 맞지 않을 거라 이야기하는 애도 있고, 예약 조차 하지 않았다는 친구도 있다. 이번에 안 맞으면 내년에나 차례가 올 거라는 말에 난 일단 예약은 해두었지만, 나라님께서 맞으라니 맞기는 해야겠지만... 솔직히 모르겠다. 무섭다.
백신에 대한 우려와 논란은 예전부터 있었다. 18세기 말, 영국에서 세계 최초의 백신인 천연두 백신이 만들어졌을 때도 왕실 귀족들과 종교인들은 접종을 하지 않겠다고 버텼다고 한다. 백신의 원료가 음메~음메 하는 소의 고름이라서 왠지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었고, 당시 사람들은 천연두를 신이 인간에게 내린 벌이라고 생각해 백신을 맞는 것이 신의 뜻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낮은 백신 접종률 때문에 고민하다가 결국 천연두 백신을 강제적으로 접종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는데 이로 인해 백신 반대 조직이 생기는 더 안 좋은 결과를 낳는다. 100여 년 전, 스페인 독감이 유행했을 때도 그랬다. 수천만 명이 목숨을 잃어도 백신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끝까지 거부했다.
이러한 상황은 21세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백신에 대한 거부 반응이 가장 큰 국가는 미국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제약회사가 치료가 아닌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백신을 만든다는 '백신 음모론'까지 나돈다. 우리나라는 중장년 부모들이 젊은 자녀들에게 백신 예약을 부탁하기도 하는데, 미국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절대 백신을 맞지 말라며 엄포를 놓기도 한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여배우, 제니퍼 애니스턴은 한 인터뷰에서 백신을 맞지 않은 친구와는 절교할 거라 말하기도 했는데 지금도 미국은 코로나19 백신을 쌓아두었지만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많아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이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옛날부터 써먹는 방법이 있으니 바로 '유명인'을 활용하는 것이다. 틱톡커들에게 백신 맞은 주사 부위를 사진 찍어 올리게 하거나 접종을 권장하는 콘텐츠를 올리게 함으로써 많은 이들이 백신이 안전하다고 느끼도록 하는 것인데 이러한 캠페인은 엘비스 프레슬리를 통해 이미 효과가 입증된 방법이다.
1950년대 초반, 미국에 소아마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소아마비 연구재단이 만들어지고, 연구비 모금을 통해 소아마비 백신도 개발했다. 허나 문제는 백신 접종률이 현저히 낮았다는 것이다. 궁여지책 끝에 미국은 당시 미국 청소년들의 워너비이자 우상이었던 엘비스 프레슬리를 소아마비 백신 홍보대사로 선정, 그가 백신 접종하는 모습을 TV를 통해 전국으로 생중계한다.
소아마비 백신을 맞는 엘비스 프레슬리
효과는 직빵이었다. 0.6%에 불과했던 접종률은 6개월 만에 80% 가까이 상승하고 소아마비로 인한 사망률이 현저히 감소했다. 미국에서는 백신 접종률을 높여줄 제2의 엘비스 프레슬리를 찾기 위해 유명인들에게 SOS를 요청하고 있고, 영국 정부 역시 SNS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백신 홍보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허나,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백신 접종 후 사망하는 케이스가 점점 늘어나는 가운데 단순히 유명인을 앞세운 백신 독려가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백신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접종 후, 부작용을 걱정하는 것이다. 헌데 그런 우려를 해소할 생각은 안 하고 백신은 안전하다는 말만 해대니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랜 시간을 연구해 개발된 독감 배신도 여전히 사망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코로나19 백신은 역사가 매우 짧다. 집단 면역도 중요하고, 접종률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백신에 대한 안전성부터 입증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