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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이로운 Oct 30. 2022

당신은 80억분의 1이기에...

#MBTI의 진실


"너 MBTI 뭐야?"


요즘 사람들이 대화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질문이다. 작년 초, 이 질문을 처음 받아본 나도 내 MBTI가 궁금해서 검사를 해봤다. 'ENFP'라는 결과를 얻었고, 이제는 사람들이 내 MBTI를 물어볼 때마다 자연스럽게 '엔프피'라고 답한다.


재기발랄한 활동가로도 표현되는 'ENFP' 성격 특징은 즉흥적이고, 규칙이나 정해진 틀을 싫어하며, 긍정적이라고 한다. 경제관념이 부족해서 돈을 잘 모으질 못하는데 하고 싶은 건 많아서 일도 많이 벌리고, 또 금방 포기하는 스타일이라고도 한다. 엔프피의 특징에 대해 정리해놓은 글을 읽고 나는 하나부터 열까지 내 이야기인 듯 해서 깜짝 놀랐다.


그 이후로 자연스레 MBTI에 빠져들게 되었다. 내 행동에 대해 언젠가부터 나는 '엔프피라 그래', '엔프피라 즉흥적이야' 이런 말을 달고 살았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는 어떤 사람의 성격이나 행동이 그 사람의 MBTI 때문이라 그렇다는 말들이 오갔다. 심지어 친구를 사귈 때도 자신의 MBTI와 잘맞는 성격 유형을 고르고 소개팅을 받을 때도 상대방 MBTI를 묻는 게 흔한 일이 돼버렸다. 요즘은 기업에서도 직원을 채용할 때 MBTI를 묻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대체 MBTI가 뭐길래 사람들이 이토록 맹신하는 걸까?



MBTI 16가지 성격 유형


MBTI는 Myers-Briggs-Type Indicator의 약자로 지금으로부터 78년 전인 1944년에 만들어진 아주 오래된 성격 유형 검사이다. 재밌는 사실은 MBTI를 만든 사람이 성격 유형 분리에 관심이 많은 교사였고, 자신이 가르치는 여학생들에게 진로상담을 해주고자 직접 개발했다는 것이다. 만들어진지 80년 가까이 된 데다가 심리학자가 만든 것도 아닌 성격 유형 검사 MBTI는 심리학을 1도 모르는 내가 봐도 믿을 게 못된다.


한때 미국과 유럽에서도 MBTI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는 했었다. 하지만 매우 복잡한 인간의 성격 유형을 16가지로 나눈다는 것이 비과학적이라는 비판을 받아 지금은 이 검사를 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맞는 말이다. 80억명이나 되는 전 세계 사람들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설명하는 건 말이 안된다. 나도 이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전문적이지도 않은 성격 유형 검사에 열을 올렸던 내 모습이 약간 부끄럽게 느껴졌는데 MBTI가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한 가지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정의 내리고 싶어하는 사람의 심리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다.


특히 사람들은 운세를 보거나 심리테스트를 받은 후, 그 결과에 대해 자신과 굉장히 잘 맞거나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세상의 중심이 '나'이고, '나는 특별한 존재다' 라고 생각하는 착각 때문이라고 한다. MBTI 역시 어떻게 보면 진실이 아닌 그저 우리의 착각일지도 모른다.


한때 혈액형이나 별자리로 성격 나누는 게 유행이었던 것처럼 MBTI 역시 시간이 지나면 그 인기가 사그라질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당장 MBTI를 멀리하는 것도 아니고, 너무 진심으로 대해서도 안된다. 그냥 지금의 유행을 그저 재미로 충분히 즐기면 된다. 당신의 성격과 같은 사람은 지구상에 단 한 사람도 없다. 나의 성격을 단순화하고, 어떤 단어로 정의하려고 하지 말자. 한마디 단어로, 몇 가지 특징으로 당신을 정의하기엔 당신은 너무 다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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