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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로 Jan 28. 2022

난 딸이 없다.




늦은 결혼에 첫아들을 낳고 엄마에게 말했다. 

딸 낳고 싶은데 하나 더 낳을까? 

엄마의 대답은 ‘맘대로 해라. 나만 딸 있으면 된다'였다. 

… 


심지어 엄마는 넌 또 낳아도 아들이라며 첫아이 태몽을 임신도 안 한 둘째 아이 태몽으로 꿈해몽을 하셨다. 


아들이 자라며 대화가 될 즈음 가끔씩 물어봤다. 

동생 갖고 싶어? 여자동생 낳아줄까? 

노~ 

… 


그래도 난 내 의지대로 딸을 낳았어야 했다. 물론 둘째가 딸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말이다. 또 엄마 말대로 둘째도 아들이었다면 내 인생이 지금보다 고달팠을지라도 말이다. 외동아들은 엄마 표현대로라면 아이 둘, 셋 키우는 만큼 힘들게 했다. 가끔 보는 손주를 보며 엄마는 자주 말씀하셨다. 

‘난 애 셋을 키웠어도 우리 애들은 이렇게 극성인 애들이 없었는데 얘는 누굴 닮았냐!’ 그러니 그런 아들이 둘이었으면 어떠했겠는가. 


몇 해 전 나만 딸 있으면 된다던 엄마는 돌아가실 때까지 딸들의 보살핌을 받으셨다. 또 여동생이 필요 없다던 아들은 대학을 가서 방학에나 집에 온다. 

그러니 나는 이제 낳을 수도 없는 딸이 더 갖고 싶다. 가끔 아들이 어쩔 수 없이 내게 맞춰줄 때가 있다. 내가 딸과 함께 누리고 싶어 하는 것이 있을 때이다. 엄마의 딸을 대신해야 한다는 것을 아들도 아는 것이다. 비록 동네 산책을 함께 하거나 미용실에 함께 앉아있는 일은 안 해줄지언정 가끔은 딸이 되어준다. 


어쩌겠는가. 가질 수 없는 것보다 가진 것에 만족해야지. 난 그런 아들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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