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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로 Dec 12. 2020

뭣하러 뱅기타고 순례길을 찾아가

브런치북 '순례자인척 하는 자의  순례여행1'을 읽으며



한동안 스페인 순례길 걷기가 대유행이었다. 코로나 이전까지 말이다. 심지어 어떤 관광회사에서는 짐은 따로 갖다 주고 '그저, 걷기만 하시오' 같은 관광상품까지 나올 정도였다. 어떤 역사가 얽힌 순례길인지 의미보다는 관광코스로 떠오르고 있는 듯했다. 그만큼 '스페인 순례길'은 이제 성스러운 길 위에 많은 한국인이 오르는 인기 코스가 되었다. 


대부분 길을 걷는 이들은 '자기와의 싸움' 같은 경험담을 내놓는다. 순례자의 발자취를 찾기보다는 나를 발견하기 위해 멀리까지 가는 '순례'인 셈이다. 걷는 것 싫어하는 나 역시 붐에 흔들려 어떤 루트가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긴 거리뿐만 아니라 비용 또한 멀게만 느껴졌다.




https://brunch.co.kr/brunchbook/pilgrim



먼 나라 순례길 말고, 우리나라 순례길


얼마 전부터 동생은 못 가는 나라밖 대신 한국의 순례지를 돌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여정은 브런치에 들어오면 나도 함께 순례자가 될 수 있었다. 나는 20년째 미국에 살고 있다. 한국을 자주 가는 편이지만 언제나 가면 바쁘다. 그래서 동생의 글  '순례자인척 하는 자의 순례여행'은 더욱 반갑다. 한국의 역사 어린 순례지들을 알 수 있어 좋다. 하지만 글에는 순례지에 대한 정보가 실려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가 하면 힘든 여정을 도전하며 자기를 찾는 힘겨운 순례길에 오른 이의 글도 아니다. 그저 호젓하게 순례길과 마주하며 젖어드는 생각들이 함께 담겨있다. 그래서 더 좋다. 


작가는 브런치북 소개에 이렇게 담고 시작한다.

순례자인척 하는 자의 국내 순례 여행지에서의 단상입니다.
그러므로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정보는 인터넷에 넘쳐나니까요.
대신 순례지로 향하는, 머무는, 돌아오는 길에서의
마음이 하는 이야기들을 꺼내어놓아요.



해외 살아도 한국 소식에는 더 귀가 붙는다. 요즘 해외를 못 가는 한국에선 희한한 상품들이 새롭게 나온다는 뉴스를 보게 된다. 비행기를 타고 '한반도 일주 비행'에 오르는가 하면 '기내식 배달'까지 참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다. 좁은 땅을 벗어나 해외로 눈이 가던 차에 얼마나 답답하면 그럴까 이해는 간다. 하지만 그런 한국에 못 가고 있는 나로서는 한국에 갈 곳이 너무 많아 보인다.

우리의 역사가 드리워져있는 순례길도 그렇다. 꼭 천주교 신자가 아니어도 내 윗세대의 이야기가 있는 곳이기에 내 땅에 사는 사람이라면 가봐야 할 곳이다. 한 곳 한 곳 순례지마다 도장을 받고 다니는 것도 재미겠다. 그뿐인가 한국은 또 얼마나 맛집도 많은지 순례지와 엮어 좋은 코스가 된다.




이제 멀리서 50줄에 접어든 연년생 자매는 나이 들어가며 더 그리워져간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순례자인척 하는 자의 순례여행'을 읽으며 그리움을 닦아본다. 

오늘도 난 동생에게 우스갯소리로 묻는다.

'이번 주는 또 어디로 일수도장 찍으러 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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