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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로 Dec 03. 2020

첫 경험

언제나 가슴 떨리는 그 순간



살아오며 기억나는 첫 경험의 순간들이 있다. 그때마다 나는 설레었고 새롭게 성장했다. 오래전 처음 단발머리에 무채색 교복을 입고는 어린이에서 사춘기 소녀가 될 때도 그랬다. 지방에서 대학 입학 후 낯선 서울생활은 홀로서기의 새로운 경험들로 채워졌다. 내 일생을 통틀어 가장 큰 첫 경험은 내 몸에서 빠져나온 아기와 세상에서 마주하며 벌어지는 일들이었다. 한 아이를 키우며 '엄마'라는 타이틀을 부여받아 많이도 성장하며 진정한 어른이 되었다.


이제 나이가 들며 그렇게 가슴 떨리는 첫 경험의 순간은 별로 없다. 사실 없진 않지만 그렇게 나를 설레게 하는 일이 없다. 나이 들며 밋밋해진 감정에 익숙해져 그냥 살아내는 생활이 되어버린 탓이겠다.


다시 한번 용기 내어 두 번째 보낸 원고에 '작가님'이라는 낯선 타이틀이 붙여진 이메일을 받았다. 이게 뭐라고. 책을 출간한 것도 아닌데 50이 넘은 나이에 다시 나를 설레게 했다. 글쓰기를 정식으로 배워본 적도, 어디에 기고를 했던 적도 없었다. 그저 일상에 누군가의 평가 없이 내 맘대로 쓴 것이 다였다. 막상 이제 글을 올려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는 한참을 머뭇거렸다. 


지금까지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타이틀을 받고 설레며 새로운 문을 또 열어본다. 물론 나는 이번에도 서툴고 미숙할 것이다. 하지만 결국 또 다른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이번에는 인생 후반에 있는 어떤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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