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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혜민 Aug 30. 2023

처절한 과학교양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고

장르: 에세이

이 책의 MBTI: ISFJ, INFJ


“인생은 멀리서 보면 비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희극”이라는 격언을 가장 감동적이고, 장엄하고, 지적으로 풀어내는 이야기.


방황하는 마음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기 위해 규칙과 정답을 찾아 헤맨다. 어딘가에서 그것을 발견하면, 덜 고통스러워질 수 있을 것이라는 실낱 같은 희망을 안고. 사랑하는 연인과 이별하고 우울증 앓던 룰루 밀러는 그런 사람이었다. 숨어있는 규칙과 정답을 찾아 고통의 소멸을 갈망한다. 원서의 부제에서 “Hidden Order of Life”를 이야기하는 이유이다.


어떤 풍파에도 꺾이지 않는 삶의 규칙을 따르고, 차근차근 정답에 가까워지기 위해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기를 택했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David Star Jordan)의 삶을 파헤치는 방식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전개와 클라이맥스에 가슴이 떨렸던 이유는, 나 또한 머리가 큰 순간부터 조던 같은 사람들을 동경해 왔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나쁠 것 없는 20대를 보내면서도 종종 아침이 절망스러웠던 나는, 매일 아침을 100점짜리 과제처럼 끝마치는 사람들을 시기하고 질투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지? 어떻게 견디는 거지?


룰루 밀러는 나와 같은 궁금증을 더 처절하게 질문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이내 질문에 답하기보다 질문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도와준다. 


읽는 내내 삶의 의미와 살아내는 태도의 처절함에 대해 고민하고 공감했던 나와 달리 이과 출신의 우리 회사 동료는 읽으면서 분류학에 심취했다고 한다. 이 책이 교양서이자, 러브레터이자, 평전이자, 회고록이라고 설명한 이동진 평론가의 이야기가 너무도 와닿게 하는 책. 


이런 분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읽어보시는 건 어때요?   

어떻게 절망을 견디면서 살아내야 할지 막막한 분

에세이, 소설 등 문학을 좋아하는, 동시에 과학교양서에 입문하고 싶은 분

유려한 문체와 심도 깊은 스토리텔링을 좋아하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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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Silas Baisch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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