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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프 Apr 02. 2024

변화만이 살 길!

롯데 자이언츠도 나도, 변하자.  

 

롯데 자이언츠가 봄에 이렇게 못 한 적이 있었나. 한화 이글스가 이렇게 부러운 적이 있었나. 야구는 대체 뭐길래 내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걸까.    

  

지난 일요일, 선수 라인업을 보는데 낯선 이름이 있다. 

“딸, 손호영이란 선수가 라인업에 있는데?”

“엄마, LG에서 트레이드된 선수야.”


요즘 야구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면 먼저 딸에게 묻는다. 딸은 롯데 자이언츠 인스타와 주요 선수 인스타는 물론 치어리더들의 인스타까지 팔로우하고 있어서 정보가 빠르다. 딸은 롯데  우강훈 투수와 트레이드 됐으며 팬들의 반응이 어떤지도 설명한다.

     

찾아보니 3월 30일 트레이드가 됐다. 3월 트레이드는 이례적이다. 팬들은 이렇다 저렇다 트레이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얹는다. 김태형 감독은 가능성 있는 신예를 내어주고 당장 쓸 수 있는 즉시 전력감을 선택했다. 난 감독도 아니고 야구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니니까, 그저 응원할 뿐이다. 갑자기 트레이드된 손호영 선수가 마음을 잘 다잡아 롯데에서 잘해주길. 선택해 준 롯데 감독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기를.      


어쨌든 감독과 프런트는 자신들의 일을 하고 있다. 전략을 세우고 실행한다. 선수는 선수의 일을 하면 된다. 빨리 받아들이는 것이 지혜로운 일인 경우도 많다.      


올해부터 KBO에 ‘ABS(Automatic Ball Strike system)’, 즉 야구 자동투구판정’ 이 도입되었다. 심판이 판정하던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하는 기계가 도입된 것이다. 요즘 야구를 보다 보면, ‘저게 스트라이크라고?’, ‘저게 볼이라고?’하고 의아할 때가 많다. 생각지도 못한 볼 판정에 투수는 습관적으로 심판을 바라보지만 심판의 판정이 아니기에 뭐라 할 말이 없다. 관중들이 느끼기에도 스트라이크존 설정이 예전과 달라진 것 같은데 선수들은 오죽할까.      


해설 위원들은 빨리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자신의 머릿속의 스트라이크 존을 지우고 새로운 시스템에 빨리 적응하는 팀이 우위를 차지할 거라고. 어디에나 변화는 있고 그 변화에 빨리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는다.     


유강남은 프레이밍 기술이 뛰어난 선수다. 프레이밍은 포수가 스트라이크 존에 살짝 빗나가는 공을 잡자마자 스트라이크 존으로 당겨와서 합법적으로 심판의 눈을 속이는 기술이다. 그런데 ABS의 도입으로 이 기술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유강남은 자신이 프레이밍 기술만 뛰어난 선수가 아니라 볼 배합 능력, 블로킹 능력, 도루 저지 능력 또한 뛰어난 포수임을 증명해야 한다.      


ABS 도입, 피치 클락 도입 등 규정 변화가 많은 2024 시즌이다. 그 변화를 기회로 받아들이는 선수들이 되기를 응원한다. 코칭 스테프도 선수들도 자신만의 일을 잘 해내기를.      


그건 그거고, 롯데는 지난 일요일 경기를 11회까지 간 접전 끝에 NC에게 졌다. 무척 아쉬웠다. 야구 중계방송을 끄고 현실로 돌아와 저녁 준비를 한다. 빈둥거리는 중학생 딸이 눈에 거슬린다. “할 거 다 했어? 숙제는 다 했고?”라고 물으니, 딸은 “안 그래도 하려고 했거든.” 하며 책을 편다. 한마디 더 하려다 삼킨다. 아, 나도 사춘기인 딸에게 적응할 때인가 보다. 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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