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가 사과를 귀하게 여기고 사과꽃을 귀하게 여기지 않으면 사과나무에 열매를 볼 수 없게 된다.
만약 우리의 인생이 결과만으로 평가된다면 어떨까? 아마, 아이들의 재롱부리는 데도 관심이 없고, 빨리 커서 좋은 성적을 받아,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회사에 들어가는 것만이 중요할 것이다.
우리가 살아있는 모든 순간은 소중하다. 아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의 감격, 스스로 먹으려고 숟가락을 잡고, 걸으려고 걸음마를 떼고, 혼자서 옷을 입으려고 하고, 학교에 가고, 친구를 사귀고, 미래를 위해 꿈을 꾸는 그 모든 순간이 반짝이며 소중하다.
아이에게 공부해야 하는 이유와 목적이 결과가 아닌 과정에 있음을 가르쳐 주고 싶었다. 그래서 점수 보다, 자신의 재능과 꿈을 발견하는 순간을 훨씬 소중하게 여기기를 바랐다. 공부하는 이유도 대학에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능력을 다하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다.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고, 주변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함에 대해 아이에게 이야기해 주곤 했다.
아이는 부모에게 언제나 아이다. 하지만, 아이는 곧 어른이 된다.
아이 아빠와 나는 ‘노인이 되지 말고, 어른이 되자!’라는 주제의 이야기를 종종 나눈다. 세상의 부조리를 접하며, 세상과 적당히 타협이라는 것을 하지 않으며 아이 앞에 떳떳한 부모로 살면서 아이에게 ‘열심히, 최선을 다해. 그럼 그걸로 충분한 거야.’라고 말해주기 위해서다.
사람은 각자 소중하다. 따로 귀한 가치의 의미가 있다. 그 귀함을 받고 자라, 자신을 사랑하고 스스로 가치 있게 여기며, 나를 사랑하는 만큼 주변의 사람들도 사랑하는 아이로 자랐으면 하는 마음을 품고 육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세상은 1등 만을 기억한다. 처음 달에 발을 디딘 사람을 기억하지만, 두 번째는 기억하지 못한다. 우리가 부모가 되었을 때, 아이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던 건 세상이 기억하는 1등이 아니라, 성숙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었고, 무엇보다 성숙한 부모이자 어른이 되기로 했었다.
아이는 자라며 정직하지 못한 어른이라는 벽에 부딪히게 되는 순간들이 올 것이다. 그리고, 그 앞에 좌절할 테고 두려워하기도 하고, 염려하며 포기하고 부조리함에 분노하는 순간들을 마주할 것이다. 그때, 부조리함과 타협하는 대신, 그것으로 인해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경험들로 더 성장하고, 성숙한 어른으로 자라기를 바란다. 그 모습을 보며 끝까지 격려해 주고 응원해 주며 기특하다 바라보아 주는 어른이고 싶다.
오늘도 아이에게 최선을 다해 과정의 소중함이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야기한 것을 부모인 우리도 행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이기에 우리가 비춰준 대로 보고 그대로 배우고 행한다. 나 역시 자녀의 그 모습이 일그러질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둘째 아이는 나이보다 사려 깊고 주변을 헤아리는 공감 능력이 뛰어난 아이다. 아이는 무용을 좋아하며, 무대를 즐거워하고, 사랑한다. 만약, 이 아이에게 무대에 서는 결과만을 가르친다면, 아이는 무대를 완벽히 소화하고 진정 사랑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무대에서 받는 상이 점차 중요해질 것이고, 주인공만을 가치 있다 여기게 될 것이다. 연습하는 시간보다 무대에서 돋보이기 위해, 타인에게 잘 보이는 것에 더 가치를 두고 말 것이다. 아이에게 중요한 가치가 과정에 있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것이 언젠가 그 아이를 지켜주는 따뜻한 안전지대가 되어주리라 믿기 때문이다.
여럿이 함께 하는 무대
사과꽃이 피기 시작해 열매를 맺기까지 땀을 흘리며, 그 모든 성장을 함께 지켜봐 주는 농부라 해서 사과꽃이 피는 시기와 열매 맺는 시기까지 다 알 수 없다. 그렇듯, 부모 또한 묵묵히 기다려주고 언젠가 꽃이 피고 열매 맺을 것을 믿어주는 것 또한, 아이에게 과정의 소중함을 나누는 가장 멋진 일이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
결과보다 과정의 소중함을 나누기 위해 꿈을 팔고 있는 11살짜리 엄마는 오늘도 기다리고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