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식사 시간은 인성과 예절 교육, 가정교육이 가능한 최고의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가족 모두가 매일, 매끼를 함께 하기 어렵지만, 주말 저녁 한 끼는 꼭 아이들과 함께 준비하는 시간을 갖는다. 식사를 준비하고, 식사를 함께 나누는 시간 동안 아이들은 실수를 용납받고, 그 실수를 넘어설 기회를 얻는다. 주말이 다가오면 어떤 음식을 먹고 싶은지 아이들에게 정할 수 있도록 하고, 필요한 재료나 요리할 방법들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또, 함께 장을 보러 가고, 재료를 준비하고, 요리도 함께 했다.
함께 요리하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제안하는 능력을 키워나갔다. 우리 집 주방에는 아이들의 앞치마와 아이들 손에 꼭 맞는 비닐장갑이 준비되어 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주방을 엉망으로 만들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차츰 능숙해지고 성장할수록 도구를 다루는 손끝이 야물어져서 한몫을 해 냈다.
주말 식사 준비 시간
다른 교육도 마찬가지이지만, 요리를 하면서 기다림을 자연스럽게 배운다. 아이들에 비해 익숙한 나는 결과를 알면서도 아이들의 선택을 기다려주고, 틀린 결정을 했을 때에도 답을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 다만, ‘엄마 생각에는’이라고 해서 제안을 하기는 했지만, 처음에는 마음이 급해서 기다리지 못하고 재료를 몽땅 넣거나, 음식이 덜 익거나, 형태가 나오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었다. 그럼 울상이 되어 완성되지 못한 음식에 대해 속상한 마음을 표현하면, 차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레시피가 있음을 이야기해 주었다. 여러 번의 과정 끝에 순서의 중요함에 대해 차츰 알아가고, 과정 속에서 얼마의 시간을 기다려야 할지, 기다리는 동안 무엇을 할지 등을 사전에 미리 파악하고, 다음을 선택하고 결정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아이들은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해 결과가 따라온 다는 것을 알게 되고 선택할 때, 더 책임감을 느꼈다.
따뜻한 음식으로 풍성히 채워진 식탁에서 먹는 건 음식만이 아니다. 직접 만든 음식이어서, 아이들은 자연스레 편식을 하지 않았고 식재료에 대한 거부감도 없었다. 가족들과 음식을 먹으며 스스로 만든 음식에 감탄하고,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친밀한 관계를 쌓아 갔다. 식사 시간은 보통 3-4시간 이상, 식사 준비를 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반나절의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보냈다. 식사를 하고, 접시를 옆에 놓아둔 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아이들과 보드게임, 질문 카드를 만들어 서로에게 질문하는 시간, 또 한 주 동안 지내며 가족들에게 고마웠던 것과 미안했던 것을 마음에서 꺼내어 표현하는 시간을 갖는다.
식탁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즐거움과 기쁨을 풍성히 누리고, 마음에 쌓아 놓은 감정들을 녹여내고, 서툴러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기회를 얻었고 아이들은 성장했다.
식탁에서는 아이의 고민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실수를 허용받았던 만큼 타인의 실수에 관대해지고, 이해의 폭을 넓혀 갔다. 고민에 대해 이야기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는 스스로 해결 방법을 찾았다. 가족이 둘러앉아 먹는 밥상의 밥은 단지 한 끼 이상의 사랑과 기쁨이 되어 먹은 밥그릇의 수만큼 소복소복 쌓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