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놀이 이끔이’의 출발과 형성 ①
‘연극놀이 이끔이’의 출발과 형성 ①
예술교육가를 지칭하는 다양한 용어들이 있다. ‘예술강사’는 대중적으로 예술수업을 진행하는 1인 강사로 인식되고 있고, 2000년대 이후에는 ‘티칭 아티스트(teaching artist)’라는 용어도 많이 회자한다. 교육과 예술이라는 접점과 융합이라는 인식을 끌어낸 점에서, ‘티칭 아티스트’ 라는 용어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작, 이 용어를 쓰는 이들조차, 이 용어의 맥락과 어원, 개념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탐색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다음 장에서 이 용어 대한 구체적인 형성과정과 함께 연극놀이의 개념을 짚어보겠다)
필자는 예술교육가를 지칭하는 용어이자 개념으로 ‘연극놀이 이끔이’를 쓰고 싶다.
이 용어는 1994년 4월, 교육극단 사다리(현 극단 사다리)에서 주최한 교사 워크숍에서부터 사용했다.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했던 김선(사다리 연극놀이 연구소), 김장호와의 토론 끝에 합의한 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우리 3인은 메인 리더와 협업 보조자의 역할을 번갈아 맡으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3인 모두가 프로그램 전체의 맥락과 목표를 함께 정한 후, 매시간의 커리큘럼을 정리하고, 그 안에서 메인 리더 혹은 협업 보조자의 역할을 정하고 수행했다. 그 당시에는, 진흥원 예술강사 파견제도가 체계화되어있지 않던 때이다. 1인 강사로 현장에 덩그러니 떨어져 버린 것과는 다르게, 나의 공식적인 ‘연극놀이 이끔이’로서의 활동은 협업체제 속에서 축적되었다. 이 점이 참 다행이다. 물론 개인 강사로의 활동도 병행했지만, 사다리 교사 워크숍에서의 3인 협업 체제는 ‘연극놀이 이끔이’에 대한 개념을 만들게 된 중요한 과정이었다. 실제로 3명의 ‘이끔이’는 수업 전후에 논의하고 토론하고 전략을 짜는 시간이 수업 시간의 2배 이상이었다. 또한 이렇게 촘촘히 전략을 가지고 프로그램에 들어가도 현장에서는 늘 의도치 않은 요소들과 프로그램을 기획했을 때는 전혀 예상치 못한 가치들이 튀어나왔다. 이 모든 의도와 가치는 참여자중심의 몰입과 체험을 끌어내기 위함이었다. 참여자중심의 몰입과 체험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이끔이’도 참여자의 한 사람으로 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로 인해, 주 이끔이와 보조 이끔이의 진행은 수업의 기본 뼈대였을 뿐, 항상 현장에서의 흐름과 발생에 반응하였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세운 수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이처럼 ‘이끔이’라는 정체성은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고, 자신의 방법을 전달하는데 그 가치를 두기보다는, 현장의 참여자들에게 온전히 집중하면서 그들과 함께 예술체험의 세계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현장성’이 중요하다.
현장성을 기록하고 반영하기 위해서, 도입, 전개, 결말의 형식으로 정리하는 예술 수업의 일지는 논리적인 전개의 기록방식에 치우쳐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 수업은 몸의 리듬을 따라가야 한다. 몸의 리듬에 충실히 반영하면서, 개인과 공동체가 함께 인식한 것들을 공유해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감각열기>, <주요활동>, <마무리> 라는 영역으로 정리한다. 이와 함께 <느낌 나누기>를 중간, 중간에 배치한다. <느낌 나누기>는 매우 유동적으로 반영되며, 어떨 때는 이 느낌 나누기가 핵심적인 토론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이처럼 ‘이끔이’는 참여자들의 흐름에 자세히 주목하면서 현장을 이끌어가는 것이다.
‘연극놀이’는 이와 같은 개념을 바탕으로,
‘보는 연극’보다는 체험을 통해 ‘직접 해 보는 연극’에 더 중점을 둔다.
관객을 대상으로 한 무대 위에서의 공연이 아니라,
참여자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즉흥적인 연극 활동(최지영, 2007)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참여자 중심의 가치를 실천한다는 분명한 의지를 다지고, 그 당시 주로 사용하던 지도자, 리더(leader)라는 용어 대신에 ‘이끔이’라는 용어를 선택해서 사용하게 되었다. ‘이끔이’는 ‘이끌다’라는 개념에서 가져왔는데, 그렇다면 이끎이로 표기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을 받곤 했지만, 하나의 고유명사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는 열망에서 이렇게 정리되었다. 현재 사다리 연극놀이 연구소에서는 이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필자는 이 용어를 활동의 모든 과정과 교육의 과정에서 사용하고 있다.
‘연극놀이 이끔이’는 예술가이면서 동시에 교사로서의 역할을 넘나들 수 있어야 한다. 필자처럼 연극 등 예술의 영역에서 출발했을 수도 있고, 교사의 입장과 경험에서 출발했을 수도 있다. 참여자중심, 과정 중심, 현장 중심이라는 가치를 실현해내기 위해서
‘연극놀이 이끔이’는
“예술가와 교사로서의 역량을 지속해서 쌓아가면서도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잡아가야 하는,
새로운 영역의 전문가(최지영, 2007)”로 정의할 수 있겠다.
또한 새로운 전문가의 영역이기 때문에,
새로운 영역의 전문가를 교육하고 양성할 수 있는
적합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연극놀이 이끔이’에 대한 보다 자세한 자료는 『드라마 스페셜리스트가 되자: 과정 중심의 연극만들기』 (연극과 인간, 2019 수정판)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