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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영 Aug 31. 2022

최지영의 연극놀이 이야기

연극놀이의 순간: 줌을 통한 연극놀이의 현장성

연극놀이의 순간 

줌을 통한 연극놀이의 현장성     


연극놀이의 순간을 통해,  필자가 연수나 수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집중하고 몰입하게 된 감흥과 그로 인해 새삼 깨닫게 된 연극놀이의 본질에 대해 주목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순간으로, 팬더믹이라는 시간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게 되는 줌 공간 속에서의 연극놀이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려 한다.      

줌 공간에서 참여자들에게 연극놀이의 역동과 에너지, 최대한 현장성을 끌어내는 방법은 없을까? 코로나가 계속되면서 지속해서 고민하고, 찾아 나가는 질문이 되었다. 줌 공간에서는 정말이지 참여자들의 집중과 몰입을 끌어내기가 힘들다. 더군다나 참여자가 화면을 꺼버리면 난감할 뿐이다. 실질적으로 참여자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흥미롭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필자가 줌에서 참여자들과 함께한 연극놀이 활동 중 이야기 이어가기를 소개하고 싶다. ‘이야기 이어가기’는 ‘과정드라마(process drama)나 장면만들기(playmaking)의 소재를 참여자들과 공유할 때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이 방식으로 정리할 수도 있고, ‘이야기 이어가기’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선녀와 나무꾼’을 예비텍스트(pre-text)로 활용한다고 하자. ‘선녀와 나무꾼’은 현대적으로 재해석 될 수 있는 관점과 시공간에 대한 이미지에 대한 상상을 끌어내는 매우 흥미로운 소재이다. 대면 수업에서도 ‘이야기 이어가기’를 활용하지만, 어떤 점에서는 줌에서 더 효과적인 관심이 촉발되는 듯하다. 참여자들은 각각이 만들어가는 문장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이어가며 완성해내야 해서, 자연스럽게 집중과 몰입이 이루어진다. 또한 10명, 15명이라는 인원의 제한 내에서 하나의 이야기가 완결되어야 하므로, 이어가기의 참여자들을 지속해서 전체 이야기의 맥락을 파악하며, 자신이 어느 지점까지 연계할 것인지에 대해 순간적으로(본질적으로) 고민하며 말을 내뱉게 된다. 자신이 내뱉은 말들이 모여서 하나의 문맥과 줄거리를 만들어가는 양상에 매우 흥미로워하며 빠져드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때, 화면기능을 ‘호스트와 같은 화면보기’라는 설정을 기본적으로 잡아주는 것은 필수이다. 10세 이상의 참여자들은 충분히 따라오며 즐길 수 있다. 실제 이 방식은 마치 게임이나 미션을 수행하는 것과 같은 에너지를 촉발하게 시키며 줌에서의 역동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연극(놀이)이 주는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지금, 바로 여기’에 몰입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 이어가기’는 줌에서도 ‘지금’에 몰입하게 하는 중요가 통로가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야기 이어가기’에 조금씩의 변형을 주면서, 연극놀이의 현장성을 확장해나갈 수 있다. ‘지금, 바로 여기’라는 현장성에 ‘만약 ~ 라면’이라는 좀 더 구체적이고 창의적인 상상의 실천을 끌어낼 수 있다. 바로 한 인물의 관점에서 ‘이야기 이어가기’를 이어가는 것이다. 선녀와 나무꾼에서는 누가 주인공인가? 이러한 질문과 함께 ‘나무꾼’ 혹은 ‘선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로 확대해나가면, 참여자들은 이야기의 맥락을 좀 더 자세히 공유함과 동시에, 이야기 속의 가치와 의미, 주제까지 사고를 확장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주요 인물이 아닌 제3의 인물, ‘사슴’과 같은 인물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이어가는 방식도 매우 흥미롭다. 


‘이야기 이어가기’는 연극놀이 활동이 이야기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님을 이끔이들에게 인식시키는 데도 매우 효과적이다. 계속 장면을 반복하며 완성해나가는 것이 아닌, 이야기를 확대, 심화, 재생산하는 과정에 몰입하게 하는 경험 또한 끌어내게 된다. ‘과정중심’의 융·복합적인 연극놀이의 개념과 활동을 진전시켜 나가는 중요한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야기 이어가기’ 이후에 매우 다양한 연극놀이 활동들이 시도되고 도전되는 현장을 자주 보았다. 여러분들은 ‘이야기 이어가기’ 활동 후에 어떠한 활동을 이어가고 싶은지 궁금해진다. 무엇보다도 자연스럽게 참여자들의 자발성이 개입된다는 것도,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된다.     

 

덧붙임: 필자는 ‘과정중심의 연극만들기’의 체계를 지속적으로 연구해왔다. 이 체계는 연극의 전 범위에 걸친 체험을 끌어낼 수 있으며, 연극놀이들이 연계, 발전되어 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은 1단계, 다양한 연극놀이를 통해 하나의 소재(예비텍스트)를 만나는 과정, 2단계, 소재 속의 연극적인 요소들을 표현하는 과정, 3단계, 총체적으로 소재를 연극의 형식으로 구체화하는 과정으로 정리된다. 오늘 소개한 ‘이야기 이어가기’는 1단계의 맥락에서 참여자들의 경험을 끌어내는 중요한 통로이자 체험이 된다. 이처럼, 연극놀이의 순간은 그 찰나의 순간만으로도 빛이 난다. 그러나 지금까지 경험으로, 연극놀이 이끔이에게는 찰나의 순간조차도 전체적인 맥락 안에서, 정서적인 측면과 이성적인 측면이 융합되며, 순간순간의 경험들이 자연스럽게 하나의 맥락과 흐름을 잡아낼 수 있게 조율되며 축적된다고 생각한다.      


드라마 스페셜리스트가 되자: 과정중심의 연극만들기 (최지영, 2019 수정본, 연극과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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