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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영 Sep 07. 2022

최지영의 연극놀이 이야기

‘연극놀이 이끔이’의 출발과 형성 ②

연극놀이 이끔이의 출발과 형성   

   

필자는 ‘연극놀이’라는 용어와 개념이 우리나라 예술교육의 역사에서 매우 소중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교육이론이 서구의 개념을 이식하면서 시작되고, 그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나 반성 없이 관성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예술교육의 현장에서, ‘연극놀이’는 참여자들과 ‘이끔이’들의 자발성을 끌어내는 데 이바지했다고 믿는다. 그 자발성이란, 참여자 스스로가 예술체험의 주요 인물이며, 그 안에서 일어나는 작용의 주체가 되고 있다는 믿음을 갖게 했다는 점에서다. 이 자발성은 개인의 적극적 성향이나 돌발행위 등과는 구별되는 예술교육의 근간이며 본질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연극을 공연의 형식과 함께, 체험의 과정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개념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 언제였을까? 배우나 연출자가 아닌 ‘연극놀이 이끔이’의 역할이 소개되기 시작하였을 때는?     


  1981년, <천도교 방정환 환원50주기 기념 아동극 강습회>를 그 기점으로 삼을 수 있겠다.    

 

이 강습회는 천도교 서울교구에서 주관하고 극단 에저또에서 전체 진행을 맡았다. 미국의 연극놀이 지도자 제인 시스갈(Jane Schisgal)을 초대하여 진행했다. 이 강습회에서는 연극놀이(creative drama)실습, 가면과 인형극 워크숍, 아동극이 가지는 다양한 방법과 기능에 대한 강의 등이 실시되었다. 특히 교사 대상 워크숍에서 공연으로서의 아동극뿐만 아니라, 아동극이 주는 심리적, 교육적, 정서적 기능에 대한 개념이 제기되고 전파되기 시작했다.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강습회는 1982년에도 시스갈 여사를 초대해서 진행되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우리 사회에서는 초기 교육연극의 개념, 곧 ‘연극의 교육적 활용’이라는 의미와 방법론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전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1992년부터 시작된 <계몽어린이연극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어린이연극’이란 어린이들이 직접 연극을 만들어 발표하는 형태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연극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경연대회에 참여하는 초등학교 교사들을 위한 연극교실이 함께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어린이연극제의 작품들은 경연의 형태를 띠긴 했으나 “지도교사와 참가 어린이들의 공동작업이다. 극본구성에서부터 교사가 일방적으로 지도하는 방식이 아니라 어린이들과 함께 구축해나가는 작업방식”(정한룡, 「어린이연극경연대회 7년의 보람」, 『한국연극』, 1998)을 추구했다. 이러한 개념과 방법은 실제 교육현장에도 파장을 미치기 시작했다. 연극놀이와 즉흥극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지도방식, 드라마를 통한 교과학습의 개발, 교수법 개발 등에 대한 관심과 실천이 일어나기 시작했다.(1~5회까지는 계몽사가 후원했고, 6회부터는 계몽사의 파산으로 문예진흥기금을 중심으로 <전국어린이연극경연대회>라는 명칭으로 운영되었다. 정한룡(존칭생략)이 전체 예술감독을 맡아 진행해오다, 2018년부터 한국교육연극학회가 공동주관으로 운영하였다. 이후 2019년부터 <한국 아시테지>에서 운영을 맡았고, 이후 <전국어린이연극잔치>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현재 필자는 어린이연극잔치의 예술교육감독을 맡고 있다)      

필자에게도 이 연극놀이 교실은 매우 의미가 깊다. 1993년, 연극놀이 교실의 보조강사로 참여하면서 구체적인 ‘연극놀이 이끔이’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후 현장과 연구를 넘나들며 ‘과정중심’의 연극만들기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와 전파를 시작하였다. 1994년에 「역할연기의 교육적 활용에 관한 연구」(석사학위 논문)를 발표했고, 1999년에 ‘연극놀이 연구소 놀者’를 창단하여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현장과 연구를 넘나들며 2004년 「문학작품을 활용한 과정중심의 연극만들기- 연극지도교사 교육과정을 위한」(M.F.A 논문), 2014년 「과정중심연극으로서 교육연극의 특성 연구-참여자들의 자발성창출을 위한 구조분석을 중심으로」(박사학위 논문) 그리고 2020년 「교육연극에서 이성과 감성의 통합을 이끌어내는 극적 행위의 촉발과정 연구」(박사후과정 논문)를 통해, 탐색과 성찰을 지속해나가고 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교육’에 방점을 둔 초기 교육연극의 개념이 우리사회에 본격적으로 전파되기 시작했다. 연극이 가진 교육적 가치와 기능, 방법론에 대한 탐색과 열의가 확산되었다. 또한 우리사회에 고정관념처럼 이어져 온, ‘연극은 곧 공연’이라는 인식에도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인식과 문제제기에는 2000년에 발표한 최영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 은퇴) 선생님의 ‘연극놀이’에 대한 개념정리가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최영애(존칭생략)는 앞서 소개한 제인 시스갈 워크숍에서 통역을 맡게 되었고, 그 인연으로 미국에 가서 어린이청소년극을 전공하고, 이후의 활동을 이어가게 되었다. 이러한 인연들이 결국에는 ‘연극놀이’에 대한 개념 정리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지 않을까?     


  “연극과는 구별되는 개념으로 조기 연극교육에서 중요한 분야이나, 연극과는 연속개념 안에서 서로 넘나들며 교류되기도 하는 복합적 개념으로 연극적 놀이를 활용한 간단한 액서사이즈부터 연극만들기에 이르기까지 즉흥을 이용한 모든 과정중심의 연극적 활동” (최영애, 「연극놀이의 개념과 실제」, 『연극의 이론과 비평』 창간호, 2000)     


단언코, 우리나라에서 ‘연극놀이’에 대한 연구는 이 개념 정리 전과 후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연극놀이를 단순한 몸풀기나 교육 프로그램의 도입, 감각열기 등으로만 인식하던 관점이, 과정을 기반으로 한 전방위의 연극활동으로 초점이 맞추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최영애는 연극놀이를 CD(creative drama)와 DIE(Drama in Education)를 모두 수용하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연극놀이에는 연극놀이(D:drama/CD/DIE)의 개념이 포괄적으로 포함되어 있으나, 연극놀이가 연극적인 요소를 지닌 놀이를 연극적으로 교육적으로 개발, 발전시켜 활용한 모든 영역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개념과 차별화된다.”(최영애, 「연극놀이의 개념과 실제」, 『연극의 이론과 비평』 창간호, 2000)


실제로 연극놀이에 대한 탐색과 도전은 이러한 관점을 기반으로 할 때 계속 성장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다음 글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예술강사’로부터 ‘티칭아티스트’에 이르기까지의 ‘연극놀이의 이끔이’에 대한 개념형성에 대해 정리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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