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 행위, 왜 중요한가 ①
‘티칭아티스트’와 동일선상에 있는 ‘연극놀이 이끔이’는 예술 체험을 끌어내는 전문가이다. 예술 체험을 끌어낸다는 것은 예술 체험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작용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연극놀이 이끔이는 참여자들이 예술 체험의 대상(예술 체험의 소재 혹은 주제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에 주목하게 하는데, 여기서 주목한다는 것은 참여자들이 다양한 연극놀이를 통해 그 대상을 체험하고 인식하게 한다는 것이다. 또한 참여자들이 그 대상을 체험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자신이 체험한 그것에 대해 응답해서 자신만의 언어로 화답할 수 있도록까지 끌어낸다는 것이다. 그저 표현하고 발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참여자들이 자신들의 체험에 대해 분명히 자신의 목소리로 당당하게 밝힐 수 있도록 하는 데까지 가야 하는 것이다. 참여자들이 당당히 밝힐 수 있는 방식은 그 나이대에 따라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글을 모르는 영유아들은 그림이나 음악에 맞추어 움직임을 하는 등의 더욱더 본질적이고 자유로운 표현방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이에 비해, 글을 읽고 말하는 대상들은 자신들의 감정을 정리하고, 그것을 공유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연극놀이 이끔이가 예술 체험을 끌어내며, 참여자들이 작용의 주체가 되도록 하는 것은 예술 행위에 관해 인식론적 탐구를 하는 것이다. 곧 드라마의 본질이 무엇이며, 드라마의 본질과 연계된 인간의 행위에 대해 탐색하고 접근하게 되는 것이다. 예술체험을 끌어낸다는 것은 감성적이고 정서적인 몰입에만 치우치는 것이 아니다. 정서적인 몰입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총체적인 사고 과정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연극놀이 이끔이’들은 극적 행위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인간은 천부적으로 자기 경험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이야기꾼이자 행위자이다. 이러한 이야기와 행위가 극적 행위로 연결된다. 인간은 극적 행위를 통해 자신이 이해한 세계를 전달하기도 하고, 극적 행위 자체가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통로가 된다. 이것을 인간의 유희 본능으로 풀어내기도 한다. 영국의 교육연극 전문가인 게빈 볼튼(Gavin Bolton)은 교실에서 발생하는 드라마(학생들에 의해 즉흥적이며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는 행위와 연극놀이 이끔이에 의해서 끌어내는 행위를 모두 포함해야 할 것이다)의 본질이 극적 행위이며, 극적 행위의 중요한 개념이 미메시스(mimesis)를 통해 만들어지는 허구라고 이야기했다. (Acting in classroom drama: A Critical Annalysis, 1999)
보통 미메시스를 ‘모방’이라고 쉽게 이야기하지만, 인간의 모방이란 모방과 함께 자연스럽게 재창조가 따라온다는 것이다. 또한 인간이 모방행위를 할 때 매우 중요한 과정이 동일시 과정이라는 것도 짚고 있다. 모방행위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행위자가 그 행위에 흥미를 갖고 몰입해서 발화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 과정은 행위자가 그 행위에 대해 동일시의 감정을 느낄 때만 가능하다. 모방행위에는 똑같이 따라 하는 흉내를 넘어서서, 행위를 하는 인간의 관점과 태도가 개입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과 태도를 끌어내는 것이 극적 행위이다.
필자는 인간의 극적 행위가 예술 행위를 통한 총체적인 사고 과정이라는 기반하에 극적 행위를 탐구하는 학문이 ‘교육연극’이라고 정리한다. 교육연극의 개념과 이론을 정립하고 있는 랜디(Robert J. Landy) 역시, 교육연극(Edrcational Drama & Theatre)을 “인간의 삶에 적용되는 다양한 드라마(drama)와 연극공연(theatrea)의 접근방법을 구체적으로 규명해내려는 시도”(1982, Handbook fo Educational Drama and Theatre )로부터 출발한 학문이자 예술 양식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교육연극의 개념 정의는 연극놀이 이끔이들의 방향성에 매우 의미 있는 잣대를 제공한다. 곧 연극놀이 이끔이는 극적 행위의 본질이 구현될 수 있는 원리와 그 의미 발생과정의 특성을 밝히는 연구자이자 실행자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사고 과정의 출발은 어디서, 누구로부터 시작되었을까? 다음 글에서부터 이 과정을 짚어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