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가 평판을 관리해야 하는 자본주의적인 이유.
절대 NO라고 답장하지 않는 VC의 이유 3가지.
· VC가 평판을 관리해야 하는 자본주의적인 이유.
· NO를 듣고 싶은 파운더에게 팁 세가지.
첫번째 이유: 유일하게 납득되는 No의 방식은 딱 하나이다.
투자를 하지 않게 되는 대부분의 이유는 여러 개의 또는 결정적인 부정적인 이유가 있어서 라기 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해야 명확한 이유가 없어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초기 스타트업의 모든 리스크를 감회할 만한 매우 큰 한방(Upside potential)이 없다는 뜻이며, 여기엔 그 큰 한방이 어떤 모습인지, 그리고 그 큰 한방의 정의가 각 심사역, 파트너마다 매우 주관적이라는 불합리성, 비논리성이 포함된다. 따라서 이런 편향된 의견을 파운더에게 전달하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고 까다롭다. 이런 문제를 대처하는 정수는, “우리 기업에겐 어필되는 특출난 하나가 아직은 없다”라는 관찰과 결론이 아니라, “잘하고 계시니, 앞으로 이러이러한 부분들을 보완하면 좋겠다”는 식의 건설적인 피드백을 드리는 것 뿐이다.
나에게 적용해보면, “피터가 쓰는 글들은 뭔가 한방이 없다.”, “저 글도 뭔가 부족하고, 이 글도 한방이 없다” 라고 말하는 Critique와, “피터가 쓰는 글은 이러이러한 점들을 보완하면 훨씬 더 좋을 것 같다”라고 얘기하는 Critique 중 누가 더 좋겠는가와 같다. 같은 Rejection이라도 후자는 건설적이며,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다는 미래를 담보한다. 좋은 VC라면 후자의 피드백을 드려야 하는게 마땅한데, 문제는 이러한 피드백이 공수가 많이 든다는 점이다.
VC가 전해야 하는 NO는 이렇게 한가지 방식밖엔 없고, 자신 또는 우리 하우스의 매우 개인적이고 편향된 선택에 대한 이유를 파운더가 논리적으로 납득될만한 기업내 내제된 문제로 포장해야 하는 고통스런 과정이 포함된다. 투자자는 엄밀히 파운더에 비해 비전문가이며, 제한된 시간에 제한된 정보만 습득했기에 양측이 만족할만한 피드백을 매번 주는건 매우 부담스럽다.
두번째 이유: 평판 (VC가 평판을 관리해야 하는 자본주의적인 3가지 이유)
VC에게 있어서도 평판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평판이 왜 중요하게 된건지를 짚고 넘어가면 좋겠다. 의외로 VC의 커리어는 하나의 엑셀 장표로 정리된다고 할 정도로 매우 수치중심적이며 결과론적이다.
자본시장이 가장 활성화된 미국내 큰 규모 LP들(VC들의 쩐주(?))은 대부분 VC들의 지난 펀드 성과와 조성 중인 펀드의 전략을 기준으로 출자한다. 반면, Impact Fund의 종류들은 경제적 성과를 기본으로 사회문제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업이나 펀드에 장기적으로 투자한다는 점에서 수익 창출과 경제적 성과에만 주목하는 기존 투자와는 차이가 있다.
이렇게 성과와 수치중심적인 VC라는 투자의 형태가 부동산이나, 금, 외환, 주식시장 보다 근 20년간 더 각광받게 된 이유는 말도 안되는 수익률 때문이었다. 극초기 스타트업이라는 가장 위험한 자산형태에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이 막대한 돈을 출자할수 있게된 이유는, VC라는 매개체 하나 덕분이다. 그리고 막대한 자산가들, 즉 LP들이 알지 못하고, VC들만 아는 핵심 정보는 파운더이다. 결국 뛰어난 초기 파운더들(잠재적 Steve Jobs, Brian Chesky)을 잘 선별하는데에 우리 업의 모든것이 달려있다고 봐도 무방하기에 파운더 커뮤니티내 VC의 평판은 생명줄과 같다. 이것이 평판이 중요한 첫번째 이유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뛰어난 파운더들에게 투자하지 못하게 된다면, 즉 선택 받지 못한다면, VC업계에서 성공할 수 없다.
따라서, 매년 수 천개의 파운더들 중 하나에게 잘못된 형태의 피드백을 줘 자신의 평판이 흔들리는 리스크를 감내하는 것은 자본주의적으로도 매우 Risky한 선택이 된다.
평판이 중요한 두번째 이유는, 비용 절감이다.
파운더가 평판이 좋은 VC와 투자계약을 진행하게 되는 경우, 계약서에 대한 추가적인 검증 과정으로 발생하는 법적 비용, 계약협상 시간 등이 현격히 줄어든다. 평판은 시장에서 가치매기는 VC 한 개인에게 존속된 신뢰의 단위이며, 계약 과정에서 소중한 파운더와 투자자의 시간과 노력을 몇 배로 절감시켜준다.
여기에 세번째 이유를 덧붙이면, 평판이 좋은 VC의 경우, 공동 투자를 끌어내는데에도 훨씬 더 효율적이다. 이들은 투자자들과 파운더, 그리고 LP 사이에서도 신뢰와 정직한 관계를 구축했기에, 이들의 딜에는 많은 투자자들이 공동투자 참여를 원하기 마련이다. 특히나 SAFE 등 복잡한 계약형태에서 비롯되는 공동 투자자들간의 다이내믹스에서도 신뢰는 많은 리소스를 줄인다. 결과적으로 좋은 평판은 스타트업의 성공에 반드시 수반되는 투자유치라는 과업에 따르는 수많은 Risk와 비용을 최소화시킨다.
정리하면, 잘못 형성되는 평판의 장기적인 Risk를 감소시키고자 대부분의 VC들은 피드백을 주는것에 대해 예민한 편이며, 파운더가 요청하지 않는다면 굳이 Rejection 메일을 보내지 않는 자본주의적인 이유가 존재한다.
세번째 이유: 물리적인 한계.
미국 기준이지만, 초기 투자자는 2-3000개의 딜중, 평균 1~3개에 투자한다. 즉, 7년동안 Deploy 되는 펀드내 한-두개의 유니콘을 찾는 게임에서, 99%의 딜에 No해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샘이라는 것은 그 어디든 동일하다.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Rejection 메일만 보내는 전문직원이 따로 있지 않는 이상, 많은 양의 Rejection 메일을 보낼 물리적인 시간이 VC들에겐 없다.
여기에 시간과 사람의 성장력이라는 변수들을 더하면 조금 더 얘기는 복잡해지는데, 사실 많은 경우에 VC가 Pass한 딜들이 성공한다. 미국 VC들 중에 간혹 Anti-portfolio 라는 페이지를 기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우리가 아쉽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패스했던 유니콘급 딜들을 모아둔 (불?)명예의 전당이다. 정말 실제로 그렇다. 창업을 여러번 하며 실패를 거듭할수록 많은 파운더들이 진화하며 과거의 No가 후회되는 상황이 반드시 찾아온다.
따라서 때로는 명확한 NO를 전달해야겠다는 결단력과 책임감보다는, 애매모호하지만 관계를 유지하려는 여지가 반영되는 심리도 존재한다.
결론.
그럼에도 NO를 듣고 싶은 파운더에게 팁 세가지.
1) 애초에 핏칭을 하지 말고, 피드백을 받겠다고 하라. 우린 애초에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게 아니라, 서로에 대해 자연스레 알아가는 쿨(?)한 관계인거다.
2) 숙제를 해줘라.
“저희가 생각했을때는 이런 이런 부분들이 보완되어야 할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심사역님이 보시기엔 어떤가요?” 라는 질문은 많은 숙제를 덜어주는 기분이다. 답장률이 올라갈 것이다.
3) No를 현장에서 들어라.
이메일을 작성해야 하는 물리적인 시간이 없는 VC에게 면전에서 피드백을 듣는것은 파운더하기에 달렸다. 최대한 VC가 피드백을 편안하게 할수 있는 Relax한 분위기로 IR을 이끌면, VC는 내려가는 엘레베이터에서 자기의 속사정을 내뱉을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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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Coyote Hills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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