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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killer VS Vitamin 개념, 딱 정리

시장을 대상으로 내 솔루션을 어떻게 해서든 끼워넣는 행위가 우리 사업을

by Peter Shin

Painkiller VS Vitamin 개념, 딱 정리.

요즘 핫한 에이전트 기술을 예시로 들어보자.

길동님: “저희 이번에 피벗해서 Navan, Amex GBT, Hooper 처럼, 여행 스케쥴링의 Agent를 만들려고 합니다. 기업 단위로 여행을 많이 다니시니까, 앞으로는 티켓 예약등을 주기적으로, 큰 단위로 해야 하는 수요가 많을거 같아서 이를 Agent 기술로 대체하려 합니다.”

- “흐음, 좀더 설명해주세요.”

길동님: “네네. 저희가 일례로 XX사 인사관리팀과 인터뷰를 해봤는데요, 여기는 C레벨 급들이 1년에 출장에만 쓰이는 돈이 20억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문제를 좀더 들어보니, 바이오 분야라 그런지 컨퍼런스 참여가 잦아서 실제로 인사담당자들이 이런 출장 스케쥴을 잡는 업무를 주기적으로 많이 하며 돈과 시간을 쓰고 계시다고 하더라구요”

- “그렇군요. 여기는 어떤 문제가 있는거에요?”

길동님: (흠칫) “네? 문제요..? 아 그쵸. 여행계획이나 티켓팅하는데에만 1년에 20억을 쓰고 있고, 인사담당자 2-3명 월급에 시간까지 이게 대충 한 기업당 40억짜리 인데, 국내에 이런 기업만 수천개, 수만개 될텐데 수조짜리 문제인거 같아요. 그리고 사람이 하다 보니 예약 실수도 발생하고, 비행기 취소가 발생하면 사람 대응이 늦어지기도 하구요.”

어떻게 생각하는가? 길동 대표님, 이제 Agent 만들면 된다고 생각하는가?

길동님이 방금 언급한 형태의 솔루션은 전문용어로 Solution in Search of a Problem, SISP 이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Agent, 즉 내가 고안한 솔루션에 문제를 어떻게 해서든 끼워 맞추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길동님, Agent로 피벗하기 전에 더 파보셔야 한다.

왜 일까?

첫번째, 1년에 20억원을 쓰는게 고객의 문제일까?
아니다. 1년에 20억, 아니 200조원을 쓰는 고객들과 기업, 시장은 쌔고 쌨다. 단순히 돈을 쓰는 행위가 문제가 되는게 아니라, 돈을 쓰면서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실존하는 문제이다.

두번째, 인사담당자 인건비, 시간이 쓰여진다고 문제일까?
아니다. 단순히 노동력과 시간이 들어간다고 해서 문제가 아니다. 내가 노동력을 드려 헬스를 하고 돈을 주고 단백질을 사먹는다는게, 바디빌딩에서의 어떤 문제가 있어서일까? 아니다. 여기엔 문제가 없다. 첫번째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실존하는 문제란 돈이, 에너지가, 시간이 쓰여져서 문제가 아니라, 쓰여지는데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고객이 스스로 인식하는게 문제이다.

좀 더 풀어보자.

세번째, Painkiler VS Vitamin.
적어도 미국에서의 진통제는 없으면 죽음선고와도 같은 약이다. 의료시스템이 너무나 비싼 북미권에서 일반인들은 생활 속 응급처치에 대해 한국인들보다 훨씬 더 해박하다. 왠만한 이유로는 병원을 가지 않기 때문에, 소염제, 특히 진통제 등은 집안이 파산할수 있는 병원방문의 위협으로 부터 지켜주는 생명줄과 같다.

그에 반면, 비타민은 말 그대로 식사 위에 보충할수 있는 영양제의 개념으로, 없어도 되지만 누가 무료로 주면 먹는 보조제이다.

나는 한국에서 스타트업들이 B2C 또는 생산성 툴을 만드는것에 극반대하는데 이유는 크게
A. 초기에 인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팀원 한명 한명의 임팩트를 사업적으로 극대화해야 하기 때문이며 (B2C는 체력이 너무나 많이 필요하다)

B. 생산성 툴과 같이, 없어도 되지만 무료로 주면 사용할 솔루션의 대체제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다시 위 예시로 돌아가서,

XX기업의 인사담당자는 20억의 비용을 들여서 출장을 계획/예약하는 업무를 진행하고 있으며, 업무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 아니다. 이들은 심지어 티켓팅을 자동화하기 위해 별다른 노력을(예를 들어, 자체 툴을 만든다던지, 외주를 쓴다던지 등) 또는 다른 솔루션을 도입해본 경험도 없어 보인다. 단순히 20억을 쓰고 인사담당자가 시간을 드린다는 것 - 여기엔 적어도 그들이 인지하고 있는, 그래서 우리가 agent로 영업할수 있는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 설사 고객이 친절하게도 신기술에 관심을 보이더라도 이는 고객에게 Painkiller의 솔루션 보다는 비타민 정도의 문제가 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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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님, 비행기 티켓팅을 자동화해야’만’하는 기업들, 고객들로 좁혀보면 좋을거 같아요. 아직은 우리 문제가 비타민? 정도도 안되는거 같아요.”

위 경우,

A. 비행기 티켓팅만을 외주로 뛰는 기업대상 전문 여행사들, 패키지 여행사들이 처음 인터뷰 대상자들이 될수도 있다. 이들이야 말로, 고객사가 요청한 지역과 날짜의 비행기 티켓을 확보하지 못하면 돈줄=생명줄(?)이 끊기는 상황이니까 여러가지 시도도 해보고 솔루션을 도입해본 경험이 있을 확률이 높다. 일반 기업 인사담당자하고는 온도가 확 다르다.

B. 바이오회사보다 컨퍼런스에 더 간절한 Downstream 고객들을 모색해보는것도 답이겠다. 예를 들어, 바이오회사들을 대상으로 영업해야 하는 제약사 BD팀들, CRO들, BIO 전문 VC나 PE들, 바이오 스타트업 컨설팅 업체들. 이런 업체들에게, 이런 블록버스터 타이틀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회사들이 가는 컨퍼런스들의 출장을 미리 예약해주고, 미팅을 돕는다면? 뭐 방금 떠올린 생각이라 미흡하지만, 적어도 조금 더 Vitamin에서 Painkiller로 옮겨간 느낌은 확실하다.

결론.

길동님: “이렇게 내 아이디어를 Painkiller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결국 제가 만들고 싶은 Agent는 어디에 끼워넣나요?”

바로 이거다. 딱 걸렸다.

Solution in Search of a Problem.

시장을 대상으로 내 솔루션을 어떻게 해서든 끼워넣는 행위가 우리 사업을 망친다.

애초에 길동님은 시장이 Agent를 필요로 해서 만든게 아니라, 당신이 투자를 받기 위해 Agent를 만드는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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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TechCrunch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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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이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 - https://lnkd.in/eXx8UufW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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