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직장 생활이 감정노동을 수반하는 이유.
1️⃣ 똑같이 생겼는데 다양한 소통법의 나라.
내가 볼 때 한국 직장생활에 가장 큰 어려움은 Passive한 소통, 그러니까 부탁이나 피드백을 돌려 얘기해야 하는게 예의라고 인식하는 사회적 Default 분위기/괴리에 있다.
특정 한국인이 Passive한 소통을 하는 정도가 어느정도인지 가늠하는 이 항목은 역이민 온 외국인/한국인들 뿐만 아니라, 앵간한 한국인들에게도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다.
하나의 예시로, 완전히 개화되어 터놓고 소통하는 문화를 가진 가정에서 자란 (부모님도 1.5세대 유학파) 인사과 과장님이 있는 반면에, 비서울권 지역내 한옥에서 태어난 부모님을 두고, 서당에서 가르치신 엄한 할아버지 밑에서 극단으로 Passive한 소통문화를 가진 가정에서 자란 상사가 있는 경우이다. 이 경우, 극단적으로 Passive한 소통문화를 선호하는 상사에게 나는, 무조건적이고 예의바른 충성심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동시에, 연말 인사과장님께 보고하는 자기성과표에는 자기 성과를 하나부터 열까지 주도면밀하고 떳떳하게 기재하는 대범함과 투명한 소통함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이러한 체제변환은 거의 불가능하다. 첫째로, 이를 객관적으로 인지하는게 어렵고(상대방이 얘기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이들도 Default로 Passive하게 소통하려하기 때문), 둘째는 나 자신도 Passive 소통 Range내 특정 환경에서 태어나 Bias가 있기 때문에 확대/잘못 해석하기 때문이다.
2️⃣ 친하지 않을 수 있는데 친해야만 한다.
경험상, 한국의 각 가정들이 고유하게 보존한 Passive 소통 문화들의 서로간의 괴리가 미국내 가정들간의 소통방식에서의 괴리보다 훨씬 심하다.
미국은 Openess, transparency가 강조되는 사회적인 분위기에, Passive한 소통이 무시되는게 Default 값인 반면, 한국은 개화된 정도가 사람마다 가정마다, 기업마다 다르고, 일단은 개화되었건 안되었건 default가 가리는(passive하게 소통하자는) 분위기이니 더욱 데이터가 헷갈리고 확대 해석된다.
그래서 한국사회인들은 일단 관계를 깊이해야 일이 진행된다.
내가 업무적으로 연관된 A님의 Passive한 소통 편차(즉 개화도 또는 서양문화화(?))가 처음부터 예측되기 힘드니, 일단은 이 관계를 전진시켜놔야 애초에 뭔가라도 파악이 가능하다. 이러다 보니, "친한 척"을 해야 할 때가 많고, 친해야 한다는것이 기업의 소통 문화 측면에서도 강조될수 밖에 없다.
*내가 볼때는 여기엔, 적어도 기업/국가 단위에서 특정 솔루션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저는 Passive 소통 Scale 4.5 + 타입 B에요”는 웃기지 않을까?
MBTI가 그나마 Working하는것 같아도, 이 역시도 완벽하진 않다. (있으면 알려주세요!)
결론적으로, 수 만가지 다른 성향을 가지고 태어난 나를 포함한 한국 직장인들로써는, 직장 동료들을 대하는 방식에는 오직 한가지 옵션 밖에는 주어지지 않는다. “친해져라”.
하지만 문제는, 한 개인이 친할 수 없는 사람의 종류가 있기 마련인데, 친해야만 하다보니 실상은,
A. 적이 되거나,
B. 땔래야 땔수 없는 절친이 되거나
C. 절친 처럼 보이고 유지해야만 하는 “그리 친하지 않은 동료” 또는 적
으로 결국 진화된다.
여기에 더 큰 문제는 A, B, C 모두의 경우에서 엄청난, 상상하기 어려운 정도의 감정노동을 매일 수반하는 것에 있다.
3️⃣ 장기적인 경력 지속성에 대한 실존적인 고민과 타협.
자본주의 시장이 미국으로 부터 유입되며 바텀업이 강조되는 파라다임으로 일부 넘어가고 있긴 하지만, 현재 한국은 사실 전문분야를 파도, 장기전이 절대 보장되지 않는다. 사업, 음악계, 음식, 예술 등 한 분야를 몇 십년 파서 바텀업을 해도, 시장에서 한번 버림받거나, 탑에서 찍어누르면 쉽게 날아갈 수 있다.
역설적으로 한국에선 아직까지는 탑다운을 잘해내는 사람들이 롱런한다. 그러니 바텀업만 빌딩해온 커리어인(내 경우)들은, 실력 빌딩에만 열중하는게 두려워 지고, 이런 극단적인 취사선택은 사실 매우 위험하다.
4️⃣ 아직까지는 한국에서 대세인 탑다운 파라다임에서 살아남는 방법
A/ 바텀업에 출중하되, 명분(학벌 인맥 등)은 최소의 기준에 충족해라.
B/ 글로벌이 목표라면, 탑다운에 열중하되, 현혹되지 말아라.
C/ 4060은 확률적으로 Passive한 소통을 선호하고, 2030은 반반인듯 하지만 반드시 내가 함께 일하는 사람의 Passive 소통 편차를 가늠해봐라.
*나는 바텀업도 탑다운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존중하는데, Passive한 소통은 없어져야 한다고 본다.
____
· 사진은 Apple Hill Growers, Placerville.
· 실리콘벨리를 품는 창업가들을 위한 영어 뉴스레터 - https://lnkd.in/gK67Fw_u
· 90% 이상의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팀워크의 함정. - https://lnkd.in/gsM6dAk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