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도 일해야 할 때, 배우자 삐지지 않게 하는 법.
개인적으로 주말에 일하는 것에 건강하지 못한 정도의 쾌감을 느끼는 편이다. 아마 내 나이또래 창업가들은 비슷할텐데, SNS에서 스쳐지나가며 본듯한 어여쁜 대형 카페에 아이스라떼 한잔과 디저트류를 시켜놓고, 느긋한 주말에 밀린 일을 쳐내는 기분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런데 가끔씩이 아니라 매주말을 이렇게 보내다보면, 함께하는 연인은 피로감, 권태감 그리고 외로움(함께 있어도 있는게 아닌)이 쌓이게 마련이다. 매번 남들처럼 데이트하는 호사는 창업자의 생산력에 치명적일 수 있는데, 주말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첫째, 방해받는 빈도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팀원들, 특히 고객사가 쉬는 시간이라 앵간해서는 연락이 울려대지 않는다. 뭐 사실, 서버를 돌리는 개발팀 등 주말에도 일해야 하는 팀원들과는 주말에도 연락을 주고받겠지만, 이 또한 주중과는 다른게, 적어도 Context-switching이 없는 한 종류의 사람들에게만 연락이 오기 마련이다.
주중엔 은행직원, 부모님, 회계사, 하다못해 카드사 영업인 등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의 연락이 쇄도해 오래 집중해야 하는 기획/아이데이션 업무를 할 수 없다.
둘째, 상대적으로 더 많이, 일찍, 빨리 업무를 진행시킬 수 있다.
스타트업은 정해진 절대적인 시점에 맞춰 진화, 혁신을 해야 하는게 아니라서 따지고 보면 일을 잘 한다는 것, 우리 서비스가 좋다는 것도 모두 다 상대적이다.
이 말인즉슨, 카카오가 절대적인 기준이 충족되어 대한민국 국민이 쓰는 서비스가 된게 아니라, 그 시대, 즉 2000년대 초반에 가장 나은 모바일 앱 대안이었기 때문이었고, 그만큼 상대적으로 남들보다 더 빠르게 서비스를 진화시켰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남들이 쉴 때 (경쟁사 서비스 개선이 멈춰있을 때) 일하는건, 주중에 일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더 많이 앞서가는 행위는 맞다.
연인의 불만이 쌓이는 이유는 주말에 일을 해서만이 아니라 아래 이유들 때문이 더 크다.
1️⃣ 나와 시간을 보낼 때에도 온전히 집중해주지 않는다.
적어도 연애에 있어서 절대적인 시간보다 중요한건 퀄리티이다. 15분을 만나더라도, 상대방은 진심어린 눈 맞춤, 애정담긴 말투와 손길을 원한다.
Titanic의 Rose는 (영화긴 하더라도) 타이타닉호가 침몰하기 전, 단 4일도 채 안되는 시간동안 알게된 Jack에게 그녀의 남은 인생을 바친다. ROI가 중요한 파운더여, 데이트할 때 레오형을 기억하자.
2️⃣ 배우자에게 만큼은 편하게 풀어도 된다는 생각.
파운더는 정말 외롭다. 취업하라는 부모님, 은근히 불쌍하게 보는 친구들, 잘나가는 이전 직장 동료들, 경쟁사들을 등지고 온전히 자신만의 버블을 지켜내며 외롭게 커리어 대부분의 시간을 살아내야 한다. 그렇게에, 나를 위해 달려오는 배우자/연인을 너무도 소중하게 느끼는 동시에 이들에게 과할 정도로 감정적인 의존을 하며, 어느새 이런 자신을 안타까워 하는 배우자의 헌신을 당연시하고, 이들 앞에서 만큼은 마음과 자세를 맘껏 풀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유를 막론하고 한쪽만 헌신하는 관계는 장기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EXIT하면 갚아줄게’가 아니라, 지금부터 배우자의 헌신 만큼 똑같이 헌신해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3️⃣ 모든 답변이 ‘내 사업 때문’이어서..
2번과 비슷한 맥락인데, 스타트업은 하나의 가정이자 신생아이기 때문에, 사건사고 등 너무나 중요한 일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터진다. 그런데 문제는 이 때문에 제대로된 대화, 관계교정이 회피되는 것이다.
둘간의 관계에서만(대화 방식, 가치관 조율 등)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들이 있는데, 조금만 더 깊에 들어갈려손치면 “나 사업 때문에 힘든거 알잖아” 로직이 시전된다. 지난번에 언급했다시피, 사업도 연애도 체력전이다. 사업이라는 핑계로 깊은 대화를, 중요한 결정들을 회피하는 것은 체력관리, 정신력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뜻이다. 내가 만나본 결과, 파운더가 결혼을 하는 경우, 스드메 등 식장 준비를 직장인 배우자에게 턴키로 맡기는 경우가 많은데, 턴키는 대표들이 좋아하는 매우 효율적인 시스템이지만, 관계 관점에서 첫 단추부터 위태로운 결정이다.
주말에도 행복하게 배우자와 카페에서 일하는 법.
1/ 대중교통 보다는 차로(쏘카, 자차)를 이용하며 대화 시간을 확보하라.
차 유지비 등이 아깝더라도 둘이 함께 만나는 시간은 더 귀하다. 차가 없다면, 쏘카 패스 추천한다. 이동할때는 음악을 듣는게 아니라, 시시콜콜한 배우자의 직장상사 이야기에 심열을 기울이자.
2/ 단백질은 집에서 미리 채우고, 배우자랑은 파스타 먹어라.
음식 메뉴를 결정하는 것도, 약 7-80%의 빈도로 그/그녀의 선호에 맞춰줘라. 파운더라면 아마 국밥을 좋아하는 털털한 사람을 만났겠지만, 상대도 파스타 좋아한다.
3/ 주말 업무를 끝내는 시점과 다음 일정을 미리 계획하라.
일하는 시간동안에는 배우자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없게됨을 배우자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이후의 일정을 배우자가 알아서 정하게 하는건 안된다. 미리 끝낼 시간을 알려주고 다음 일정도 함께 고민해놓자.
4/ 옷 예쁘게 입어라.
엄청 고마워한다. 특히 개발자 출신 대표님들이라면, 주말엔 무조건 상대를 위해 정장/스커트를 입는걸로 정하는게 더 안전하다. 맘 편하게 일하는걸 얻었다면, 뭔들 못하리.
____
· 사진은 Farm Tomita, Nakafurano.
· 실리콘벨리를 품는 창업가들을 위한 영어 뉴스레터 - https://lnkd.in/gK67Fw_u
· 파운더가 외모를 잘 관리해야 하는 이유. - https://lnkd.in/grcjYeb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