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과 실험실의 '인공 고기' 전쟁
소설은 허구의 세계이지만 실제를 반영한다. 아무리 수년 후의 미래를 그리는 공상과학(SF) 소설이라고 해도 현재의 생활양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다. 무엇을 먹게 될 것인가? 미래를 상상해봐도 결국엔 현재의 식단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푸드테크라는 이름으로 먹는 것을 바꾸는 기업들은 아주 새로운 음식의 형태를 연구하지는 않는다. 지금 먹고 있는 것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혁신을 말한다.
임파서블 푸드, 비욘드 미트, 멤피스 미트, 퓨처미트 등 투자를 많이 받은 대표적인 푸드테크 스타트업들의 주 관심사는 '고기'다. 이들의 관심은 '육류를 대체하는 것'에 집중 돼있다. 고기를 먹는다는 생활 양식까지 바뀌는 것은 상상력을 넘어서는 일이다.
이들의 제품은 모두 '인공 고기', '가짜 고기' 등의 이름으로 함께 소개되곤 한다. 하지만 이들의 발명품이 똑같은 것은 아니다. 기업 별로 보면 굉장히 비슷한 제품을 내놓는 경우도 있지만 전혀 다른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곳들도 있다.
인공 고기의 두 얼굴
인공 고기는 식물성 고기와 실험실 고기로 나누어 불러야 정확하다. 둘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식물성 고기는 실제 식물을 조합해서 고기 형태의 제품을 만드는 것을 뜻한다. 식물성 고기는 아주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콩고기'와 다르지않다. 불자들을 중심으로 콩고기 전통이 있는 다만 자신들만의 추출 기술로 영양소를 확보하고, 맛을 내는 것이 각 기업의 차별점이다.
임파서블 푸드와 비욘드 미트가 대표적인 식물성 고기 생산 기업이다. 이들의 제품은 이미 시중에 출시돼있다. 특히 비욘드 미트의 제품은 한국에서도 쉽게 맛볼 수 있다. 한국 기업인 동원F&B가 제품을 정식으로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험실 고기는 식물성 고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실험실 고기는 동물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배양해 실험실에서 고기를 합성해낸 것이다. 기존의 고기와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다만 현재로서는 사업화가 된 상태는 아니다. 줄기세포와 혈청을 사용해야하는게 보통인데, 생산비가 비싸다. 아직 실험실 단계의 시제품만 나오고 있으며 일반 고기 가격보다도 훨씬 비싸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먹을 수 없는 상태다. 이 업계에선 2022년이면 상용화된 제품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멤피스 미트와 퓨처 미트 테크놀로지가 이 분야의 선도 기업들이다. 멤피스 미트는 미국의 축산 대기업인 타이슨 푸드가 대규모 투자를 한 것으로 유명해졌다. 이스라엘 기업인 퓨처 미트도 최근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
식물성과 실험실의 전쟁은 꼭 고기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또다른 동물성 단백질인 우유 분야에서도 콩을 활용한 두유와 실험실에서 우유 단백질을 합성하는 연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왜 다들 축산업 갖고 난리야? - 공유하고 있는 문제 의식
2018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흔히 다보스포럼이라고 부르는 곳의 주요 주제 중 하나는 '고기의 미래'였다. 그해 다보스 포럼에서 발간한 백서에 따르면, 2017년 전세계 사람들은 2억6300만 톤의 고기를 소비했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가 포함된 수치다. 그리고 2050년이 되면 소비량은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고기 소비가 늘어나면 우리 삶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우선 환경이 파괴된다. 현재 축산업은 현재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전세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15%를 축산업에서 배출하고 있다. 특히 소의 배설 과정에서 내뿜어지는 메탄가스가 위협적이다. 너무 많은 양의 물을 소비해 사막화를 촉진하고 있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식량난이 발생할 수도 있다. 세계식량기구(FAO)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사용되는 곡물의 30%가 동물을 기르기 위한 사료로 쓰인다. 일부 지역은 여전히 굶주림의 문제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말이다. 만약 2050년 고기 소비가 2배 이상 늘어날 경우 식량난은 가속화될 수 있다.
푸드테크 기업들이 대체 육류에 주목하는 것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자하는 목적의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체 육류를 생산하고 있거나 개발하는 기업들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자신들의 제품이 환경 문제를 얼마나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언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보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고기를 대체하는 게 돈이 되기 때문이다. 서양인들은 고기 등 동물성 단백질을 엄청나게 많이 먹는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에서는 고기가 주식이다. FAO의 2011년 통계를 보면 미국인들은 하루에 1000칼로리 가량을 동물성 단백질로 섭취한다. 일본과 베트남 등 아시아권에서는 미국의 절반 이하 수준인 500칼로리 정도를 고기로 섭취한다.
지금 푸드테크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다. 자신들이 많이 먹는 것을 개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많이 먹는다는 것은 시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이 고기를 대체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발명품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면 거대한 시장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by Jos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