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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p Oct 28. 2019

우리는 무엇을 먹고 살게 될까?

밥상 바꾸는 푸드테크, 그런데 푸드테크가 뭐야?

'먹는 것'에 대한 문제는 수백, 수천년 전부터 인류의 고민 거리였다. 잉글랜드 출신의 고전파 경제학자 토마스 로버트 맬서스는 <<인구론>>에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대대적인 식량부족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이로 인해 많은 사람이 굶어죽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마스 로버트 맬서스(좌)와 그가 예상한 인구 증가와 식량 생산의 속도(우) / 우측 그래프 출처는 위키피디아 원작자 : Kravietz


맬서스의 음울한 예측과는 달리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식량생산의 속도를 크게 높였다. 인구의 증가는 사회 문화적 이유 등으로 억제됐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이끈 식량 생산의 증대는 기하급수적이었고, 인구 증가는 오히려 산술급수적이었다. 멜서스의 불안은 사라지고 다시 평화가 찾아온듯 보였다.


하지만 지금 미래학자들은 다시금 식량 부족의 사태를 예견한다. 2050년이 되면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육류 소비량이 두 배로 증가하게 되는데, 이를 지구와 인간이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선 육류를 생산하기 위해선 땅에서 생산되는 곡물을 사료로 써야한다는 문제가 있다. 선진국에서는 고기를 배불리 먹지만 제3세계에서는 굶주림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축산업이 야기하는 환경 오염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14%가 축산업에서 나온다는 UN의 연구도 있다.



먹거리를 어떻게 생산해야할 것인가-푸드 테크의 등장

임파서블 푸드의 임파서블 미트 /출처 : 임파서블 푸드

이같은 문제의식은 전 세계의 과학자들과 농업 및 식품 전문가들에게 '먹거리를 어떻게 생산해 어떻게 소비해야 하는가'의 화두를 다시 던졌다. 이들은 생산 기술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소비의 형태를 합리적으로 바꾸는 해결책들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푸드테크(Food Tech)'라고 불리는 식품과 기술의 만남이다.


2010년대부터 '푸드테크'라는 단어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육류를 대체할 인공고기들이 개발됐고, 농산물의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식물공장이 등장했다. 소비 단계에서는 식품의 낭비를 막기 위한 기술들이 제안되기 시작했다.


임파서블 푸드, 멤피스 미트, 저스트 등은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유망한 기업들로 꼽히며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 에두아르도 세브린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 등 투자업계의 유명인사들이 이들 기업에 투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08년부터 10년간 푸드테크 분야에 투자된 금액은 8조원이 넘는다.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좌)와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우)


인공 고기 개발 회사 중 처음으로 미 증권시장 나스닥에 상장한 비욘드미트의 주가는 지난 5월초 65달러에서 2달만인 7월 200달러까지 치솟았다. 10월 현재는 100달러 선까지 내려온 상태지만 시초가에 비해서는 1.5배 이상 높다. 투자자들이 이 분야를 얼마나 유망하게 보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푸드테크가 뭐야?


푸드테크에 관한 글을 2018년 1월부터 써왔다. 개별적으로 기업들의 스토리와 기술을 소개하는 코너를 네이버 포스트에 연재했다. 외신에서 다뤄진 기사들을 여러 개 읽고, 한국에 찾아온 기업인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이 과정에서 한가지 문제 의식이 생겼다. 개별 기업들의 스토리와 기술을 다루다보니 '너도 나도 다 푸드테크라고 하는데, 도대체 푸드테크가 뭐야?'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생산부터 소비에 이르는 먹거리 체인의 전 과정에서 ‘푸드테크’라는 단어가 쓰이면서 이 단어가 정말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모호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같은 ‘인공고기’라는 주제로 이야기하는데 알고 보면 철학과 기술이 아예 다른 분야라든지, 푸드테크라는 주제로 모였는데 영 동떨어진 산업의 사람들이 모인다든지 하는 당황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 글을 쓰기로 결심한 것은 푸드테크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술의 발전과 소비의 변화를 체계적으로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어질 글에서는 생산부터 소비와 유통에 이르는 과정에서 푸드테크라는 이름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인공고기부터 식물공장, 배달서비스도 푸드테크?


'인공고기'로 대표되는 최종 소비물의 변화가 있다.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것과는 다른 상품을 제안하는 곳들이다. '식물성 고기'와 '실험실 고기'로 분류되는 대체 육류 스타트업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기술, 미래 가능성을 예측해본다.

육류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최종 소비물을 변화시키는 연구가 진행중이다. 우유와 치즈, 계란을 바꾸려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축산업이 지구를 망치고 있다는 인식을 공유한다.


축산업 다음으로 문제로 지적되는 어업을 대체하려는 시도들도 있다. 심지어 '고기 잡이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는 기업의 성과도 알아볼 계획이다. 

그동안 잘 먹지 않던 곤충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곤충을 먹는다는 것에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해본다.


식물공장을 비롯한 하드웨어 분야의 경우, 최종 소비물을 변화시키기 보다는 지금도 먹고 있는 농산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단위 면적당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식물공장, 드론과 카메라,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해 최적의 생육 데이터를 뽑아내는 곳들도 있다.

애그리쿨 / 출처: 애그리쿨

여기에서 더 범위를 넓히면 유통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기업들도 있다. 1시간에 피자 370판을 만드는 로봇 셰프나, 소비자의 취향을 고려해 자동으로 커피를 내려주는 로봇팔 커피머신 등도 이미 우리 앞에 다가온 푸드테크의 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분야든지 용어를 정의하고 세부 항목을 분류하는 작업은 필수적이다. 푸드테크란 무엇인가. 어떤 분야들이 있고 어떻게 나뉘어 있는가. 이 시리즈를 통해 막연히 느껴지던 푸드테크 분야가 조금이나마 가시적으로 다가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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