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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p Nov 01. 2019

시장 선점한 고기 없는 햄버거

구글 인수 제안 거절한 임파서블 푸드, 빌 게이츠 극찬 받은 비욘드 미트

올해 초 휴가 차 마카오에 갔다. 마카오 여행에서 가장 기대한 것 중 하나는 카지노에서 일확천금을... 푸드테크라는 이름으로 가장 많은 투자를 받은 미국 회사 '임파서블 푸드'의 식물성 고기를 먹어보는 것이었다.


마카오에는 10여곳의 임파서블 푸드 취급점이 있었다. 고급 레스토랑부터 야간에만 운영하는 펍, 간단한 음식을 파는 카페 등 다양했다. 그중 내가 찾른 곳은 마카오의 고급 호텔인 갤럭시 호텔이었다. 이곳은 임파서블 푸드의 제품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곳이었다. 당시 호텔 내 쇼핑몰에 입점한 식당 세곳에서 임파서블 푸드의 식물성 고기를 활용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중 한 레스토랑인 '차베이'에서 '임파서블 853'이라는 이름의 버거를 주문했다.


포르투갈 스타일의 '피리피리' 소스가 들어간 햄버거였다. 겉모습은 다른 포르투갈식 햄버거와 큰 차이가 없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패티가 임파서블 푸드의 식물성 고기였다는 것 뿐이었다. 어설픈 칼질로 반을 가른 후 맛을 보았다. 진짜 고기와 완전히 똑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햄버거 자체는 맛이 있었다.



한참 버거를 먹고 있는데 다른 테이블에서도 같은 메뉴를 주문했다. 그들도 신기한 마음에 먹어보려 한 것일까. 아니면 이미 식물성 버거를 먹는게 자연스러운 일이 된 것일까.




또 다른 식물성 고기 제조회사인 비욘드 미트는 한국에도 공식 수입되고 있다. 참치로 유명한 동원그룹이 2018년 말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비욘드미트는 미국 증시 나스닥에 상장해 일반 투자자들의 평가를 받고 있다. 65달러로 시작한 주가는 한때 200달러를 넘기도 했다.


인공 고기의 양대 산맥 중 식물성 고기는 이미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대표 기업인 임파서블 푸드와 비욘드 미트의 사례를 보면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채식주의자, 환경보호론자, 동물애호가의 전유물?


과거 사찰 음식점에서 먹어봤던 콩고기를 떠올려보자. 색깔은 떡갈비 같은 짙은 갈색. 먹어보면 약간 마른 고기를 씹는듯한 어설픈 식감과 약간의 콩 비린내가 느껴지는 오묘한 맛이 떠오른다.


이런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콩으로 만든 고기는 '맛이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스님처럼 종교적 이유로 채식을 해야하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먹는 음식으로 보는 경향이 크다.

패트릭 브라운 임파서블푸드 창업자

임파서블 푸드와 비욘드 미트의 창업자들도 공교롭게도 채식주의자들이었다. 임파서블 푸드의 창업자 패트릭 브라운은 환경 보호에 관심이 많았다. 1988년부터 미국 스탠포드 의대의 교수로 일했던 그는 2009년 안식년을 맞아 해변에서 여유를 즐기는 휴식 대신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했다. 그는 '환경문제'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당시 그의 관심을 끌던 주제는 축산업이 환경을 파괴한다는 내용이었다. 고기 소비를 줄이면 축산업에서 야기되는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는 처음엔 문제를 널리 알리면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관련 '컨퍼런스'를 열어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고기를 덜 먹자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효과는 미비했다. 그의 주장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육류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대체품을 개발하는 것 뿐"이라고 판단한 그는 2011년 대학에 사직서를 내고 900만달러를 투자받아 임파서블 푸드를 설립했다.


채식주의자라는 개인적인 선호와는 무관한 결정이었다는 게 그의 공식 입장이지만 그가 고기 소비를 줄이자고 주장하는 데에 본인이 채식주의자라는 것이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게 업계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이선 브라운 비욘드미트 창업자


비욘드 미트의 창업자인 이선 브라운은 임파서블 푸드의 패트릭과 마찬가지로 채식주의자이자 동물애호가였다. 그는 어렸을 때 아버지와 함께 주말에 농장을 방문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자신과 함께 뛰어놀던 동물들이 언젠가는 도축돼 고기가 된다는 사실에 거부감을 느꼈다. 그는 육식을 위해 동물을 대량으로 도축하는 시스템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동물들이 죽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고민 끝에 고기를 대체할 수 있는 식물성 육류 개발에 뛰어들었다.



육식주의자가 좋아할 만큼 맛있는 콩고기는 없을까


이들이 기존의 콩고기 생산자들과 달랐던 점은 채식이나 환경 보호를 내세우기 보다는 '맛'에 대해 깊이 연구했다는 점이다.


패트릭 브라운 창업자는 창업 초기부터 '맛이 없다면 고기를 대체할 수 없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대표적인 식물성 고기인 '콩고기'가 30년 전에 나왔지만 성공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고민했다. 문제는 맛이었다. 고기와는 너무나도 다른 맛에 환경을 걱정하는 소비자들마저도 등을 돌렸다. 고기와 최대한 비슷한 맛을 내 '육식주의자들도 좋아할 수 있는 콩고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고기의 향과 맛, 질감이 어떤 요소에서 나오는지 알기 위해 고기를 분자 단위로 쪼개 연구했다. 고기의 맛을 내는 것은 헴이라는 철분을 포함한 분자였다. 연구팀은 식물에도 헴 성분이 들어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콩의 뿌리혹 헤모글로빈에서 헴을 추출해 고기맛을 내는 게 핵심 아이디어였다.


씹는 느낌을 고기와 비슷하게 하기 위해선 밀 단백질을 사용했다. 불에 구웠을 때 고기처럼 단단한 식감을 내는 데에는 감자 단백질이 역할을 했다. 육즙은 코코넛 오일이다. 콩의 헴까지 포함해 네가지 식물성 원료가 임파서블 푸드의 고기를 구성한다.


2016년 미국의 유명 셰프인 데이비드 장 셰프가 운영하는 '모모푸쿠' 니시에서 임파서블 미트가 첫 선을 보였다. 한국계 셰프인 장 셰프는 요리업계에서는 유명한 '채식 혐오자'였다고 한다. 채식 메뉴는 절대 팔지 않겠다고 말해 채식주의자들이 그의 가게 앞에서 시위를 벌였을 정도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임파서블 푸드의 식물성 버거를 판매 한다는 게 알려지며 주목을 받았다.


조던 사도스키 임파서블 푸드 해외영업담당 이사는 최근 한국에 와서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는 고기 맛이 제대로 나는지 묻는 질문에 "채식 혐오로 유명했던 장 셰프가 임파서블 버거를 메뉴에 넣어줬을 정도니까 맛에 대해서는 보장한다고 봐도 좋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비욘드 미트가 주목받은 것도 '맛' 덕분이었다. 비욘드 미트의 첫 작품은 치킨이었다. 대만에서 수입한 콩과 이스트 등을 사용해 길쭉한 모양의 '치킨 스트랩'을 개발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2013년 자신의 생각을 올리는 '게이츠 노트'에 "한입 깨물었을 때 맛과 식감에서 비욘드 미트와 실제 치킨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고 썼다. 그는 2017년 비욘드 미트의 주요 투자자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2011년 비욘드 미트에 처음 투자했던 벤처캐피탈리스트 레이 레인은 "치킨 스트립을 입에 넣고 15분 만에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2014년 미국의 유기농 전문 대형마트인 홀푸즈마켓에 치킨 샐러드를 공급하던 비욘드 미트는 대규모 리콜 사태를 겪으며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리콜의 이유는 식물성 치킨 샐러드를 '치킨'이라고 표기한 후 일반 치킨 샐러드와 같은 코너에서 판매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줬다는 것이었다.


대규모 리콜로 인해 대량의 손실이 나는 위기 상황이었지만 이는 비욘드 미트에게 오히려 기회가 됐다. '써놓지 않으면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치킨 맛을 그대로 내는 식물성 치킨'이라는 점이 부각되며 높은 관심을 모았다.



3억달러에도 안판다. 구글의 인수제안도 거절


임파서블 푸드와 비욘드 미트는 푸드테크 분야 기업 중 가장 많은 돈을 투자받은 회사들이다. 미국의 정보기술(IT) 관련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임파서블 푸드는 빌 게이츠가 2013년 2500만달러를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스위스계열 투자은행인 UBS,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타마섹 홀딩스의 투자를 받았다. 빌 게이츠는 2013년에 이어 2015년과 2017년에도 투자에 참여했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기업 구글은 임파서블 푸드를 아예 인수하려고 하기도 했다. 구글은 3억달러를 제시했지만 브라운 창업자가 생각하는 회사의 시장가치는 그보다 높았고,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임파서블 푸드가 창업 후 9년간 투자받은 총액은 6억8750만달러(약 8067억원)에 이른다. 2019년 5월에만 3억달러의 자금이 추가로 투자됐다. 구글의 3억달러 인수 제안을 거절한 게 옳았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비욘드 미트는 지난 5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공모가는 1주당 25달러였는데, 상장 첫날 65.75달러에 거래되며 하루만에 공모가 대비 3배나 올랐다. 주가는 이후 한때 20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현재는 1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 역시 공모가 대비로는 4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비욘드 미트가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미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다. 투자 업계에선 "비욘드 미트의 주가는 일반 식품기업보다는 기술력이 있는 IT 기업과 비슷한 형태"라고 설명한다.


임파서블 푸드와 비욘드 미트에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은 확장성 때문이다. 식물성 고기는 콩고기로부터 시작된 역사가 길기 때문에 연구 후 제품화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

이선 브라운 비욘드 미트 창업자는 "실험실에서 세포를 배양해 고기를 만들어내는 것과 식물성 단백질을 활용해 고기를 만드는 것 중에 후자를 선택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그 이유를 설명하며 "식물성 고기가 규모를 키우기가 좋다"는 점을 언급했다.


두 회사는 투자금을 바탕으로 전세계로 확장하고 있다. 임파서블 푸드는 미국 오클랜드에 공장을 설립한 후 전 세계로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홍콩과 마카오 일대에만해도 500여곳의 레스토랑에서 임파서블 푸드의 식물성 고기가 들어간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미국에선 취급점포가 이미 1만곳을 넘었다.


비욘드 미트도 유통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에서만 해도 출시 후 한달만에 1만팩 이상 판매되며 높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미 식탁에서 식물성 고기를 경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두 회사의 공통점은 창업자가 모두 환경보호와 동물보호라는 거창한 이념을 가지고 창업했다는 점이다. 물론 환경을 중시하고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양한 이유로 비건 식단을 원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이념에 기대지 않았다. 이들은 판매하는 데 이념을 내세우지 않았다. '우리는 이렇게 의미 있는 일을 해요. 그러니까 사주세요.'라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비자를 채식주의자로 한정하지도 않았다. 일반인들에게도 먹힐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두 곳 모두 '맛'을 내세웠다. '진짜 고기만큼 맛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고기 맛이 나는지에 대한 평가는 아직 엇갈린다. 하지만 콩고기의 실패가 맛 때문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이념을 강조하는 대신 맛을 최대한 고기와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은 분명하다.


패트릭 브라운 임파서블 푸드 창업자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사랑하는 것(고기)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것을 먹되 좀 더 가치가 있는 것을 선택해 달라고 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그를 비롯한 식물성 고기 생산자들의 생각이다.


by Jos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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